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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미 Sep 08. 2023

세 시간마다 꼬박 차오르는 '젖'과의 싸움(2)

조리원이 천국이라고?(2)

그러나 마음에 금이 가는 때가 많았다. 하루종일 젖을 물리거나 유축을 하다보니 정말 힘이 들었다. 이게 무슨 산후조리야? 아이를 안은 팔도, 아이를 쳐다보는 어깨와 목도 성치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방을 나설 때 마스크를 쓰는 산모들은 복도에서 마주쳐도 서로 눈인사 한번 나누지 않았다. 유축기를 가슴에 댄 채로 의미없이 텔레비전만 멍하니 보거나 몇 뼘 남짓한 창문 너머로 하늘을 보며 오늘의 날씨를 가늠하다 보면 울적해지고, 때로는 우울해지곤 했다. 메신저를 열어 이미 출산을 경험한 지인 몇몇에게 자가격리나 다름없다는 한탄의 메시지를 보내면 그들은 이렇게 답해왔다.

'조리원 다시 들어가고 싶다.'

'거기 천국 맞아. 그래도 거기선 제때에 밥 먹잖아.'



와… 여기가 천국이라고?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여기가 천국이면, 나가서는 어떻게 되는 거야?

하루는 우울이 극에 달해 눈물을 쏟았고 내 고백에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너는 상대적으로 스트레스 덜한 편일걸. 넌 그래도 모유 잘 나오고 아가도 잘 문다며. 아가들이 잘 안 물어서 그렇게 스트레스 받는다던데. 한 번 울었으면 되게 조금 운 거야.'



맞는 말이었다. 많은 산모들이 젖 양에 관해 받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고 들었다. 수유를 비교적 수월하게 하고있는 나도 이런 기분인데, 뜻대로 수유를 하지 못하는 엄마들은 어떤 기분일까. 닫힌 방문 너머에서 나보다도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엄마들이 떠올랐다. 수유가 대체 무엇이길래 내게 이다지도 큰 감정의 변화를 주는가. 나는 쓰려 했으나 출산 이후 한 글자도 쓰지 못한 다이어리를 펼쳐들고 다음과 같이 쓰기 시작했다.           



<수유를 하며 힘든 점>

1. 젖몸살이 오면 죽음이다.

2. 밤에 남편에게 육아를 맡길 수 없다. 

3. 먹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4. 수시로 허기지다.

5. 가슴이 처진다.

6. 수유패드를 계속 갈아야 한다.

7. 수유와 관련된 속옷과 옷, 쿠션 등을 새로 사야 한다.     



<수유의 장점>

1. 젖병을 세척하고 소독하는 노동이 줄어든다.

2. 외출할 때 준비물이 줄어든다.      



장점은 이게 전부인 것 같은데, 왜 난 수유를 계속 하려고 했을까?

아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로 젖을 빡빡 빠는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예쁘게 부풀었다고 생각했던 가슴이 이제 약간 쳐져서 슬프게 보이지만 삼십 평생 별 기능을 하지 않았던 가슴이 이제야 제 기능을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밤수가 힘들고, 단유를 하면 얻게 될 많은 장점들이 눈에 아른거리지만, 수유쿠션 위에서 젖을 물다가 잠드는 사랑스러운 아이의 얼굴을 보는 일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모유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니 뭐니 하는 것보다도, 수유를 함으로써 엄마인 내가 얻는 행복이 컸다. 물론 맥주도 먹고 싶고 잠도 푹 자고 싶지만, 그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까. 





이미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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