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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림 Dec 14. 2021

환상과 망상에 사로잡혀 사는 여자라며!

22년 - 꾸준히 글쓰기를 목표로 주 2회 발행을 계획하다.

21년 9월 그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리뷰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 시작은 미비했으나 어느덧 같은 취미를 갖은 사람들과의 공감을 형성하게 되었고 주고받는 댓글 속에 따뜻한 애정이 싹텄다.


'남편과 대화하는 것보다 즐거웠다.'

'친구에게 내 취미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재미있었다.'

'육아하는 엄마, 밥 차리는 아내를 벗어나 글 쓰는 여자가 되었다.'


왜냐면 같은 취미를 함께 공유하고 정보를 나누고, 더 나아가 내가 느낀 무언가를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블로그라는 랜선 집에 찾아온 이웃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내게 엄청난 희열과 기쁨을 줬다.


어느 날은 아이의 생일 준비로 나는 마음이 바빴다. 아니나 다를까. 엄청 크게 넘어지는 바람에 손과 무릎을 다쳤고 거의 한 달여 동안 블로그에 글 하나를 포스팅 하지 못 했다. 하지만 이웃들은 내게 찾아와 괜찮냐 묻고, 아프지 않냐며 걱정했다. 사실 코로나라는 시대 속에서 친구와 소통도 단절되고 누군가를 만난 다는 건 더 무서운 일이 되어버렸다. 매일 보는 가족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았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에게 먼저 다가와 안부를 묻고 소통의 댓글로 노크했다. 엄마로 아내로 산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지만 가끔은 자신만의 외로움에 빠지게 만들어 고독을 선물하는데 그런 시간을 '난 블로그 세상'에서 위로를 받은 샘이었다. 그러다 동화작가 이웃을 만나게 되고, 에세이를 출간한 작가를 이웃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글쓰기는 시작됐다. 원래 책을 좋아했고 서점은 더 사랑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찾는 곳이 서점일 정도로 서점만의 특유한 냄새와 그 분위기를 즐겼다. 그런 내게 책을 출간하는 작가, 글쓰기를 생으로 하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이었지만 마음속 동경의 대상인 건 확실했다.


한 작가님이신 이웃이 내게 뭔가 마음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다며, 그걸 하나하나 글로 풀어쓰다 보면 자신의 영혼도 치유하고, 그 글들이 모여 책으로 세상에 나오면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 작가 이웃님은 그저 지나가는 말로 내게 위로를 건넨 말이 었을지 모르지만 그 말은 내게 큰 여운과 파장을 몰고 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는 미친 듯이 검색해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찾아왔고, 아무 준비 없이 작가 신청을 했다. 당연히 목차 없이 쓴 글을 바탕으로 한 나의 첫 작가 신청은 승인 거절이었고, 왠지 모를 오기로 난 바로 두 번째 작가 신청을 해버렸다. 처음 신청했던 엄마의 이야기가 아닌 오롯이 나의 이야기,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작가 승인 신청을 했다. 감사하게 작가 승인. 그렇게 1년이 되었다.


벌써 1년.



지난 주말 남편과 늦은 저녁 작은방에서 술 한잔을 마시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우린 동갑내기 부부로 언제나 진실과 팩폭이 난무하는 술자리를 즐긴다. 물론 그 자리에서는 화가 나가고 자리를 박차고 집을 나가고 싶은 화남이 스며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의 말은 내게 상처이면서 동시에 오기 발동 자양강장제가 된다.


이번 술자리에서 남편이 내게 한 말은 '내년을 목표로 계획을 세우는데 일등 공신으로 한 자리를 차지할 '지독하게 못돼 처먹었지만 어쩔 수 없이 사실인 말!'을 했다. 그것은 바로 이것이다.


"팔로워 만명도 안 되면서 환상과 망상 속에 사로 잡혀 살고 있다. 정신 차려~ "


여기서 남편의 말을 풀어내 보자면, '팔로워만 명은 블로그 이웃 만 명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환상과 망상 속에 사로 잡혀 산다는 건 전자책이 판이 치는 요즘 시대에 무슨 종이 책을 출간할 계획을 세우며, 또 어느 누가 내가 출간한 책을 읽을 것이며, 어떤 출판사에서 너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줄 것이냐! 꿈깨라.'라는 말이 담겨 있다.


와... 어찌나 화가 나고 열 받던지. 하지만 너무 맞는 말이라 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누가 내게 이런 독설이 담긴 진실을 이야기해줄 것인가. 남편의 말에 덧붙이자면 "책을 정말 출간하고 싶다면, 미친 듯이 달려들어 글을 쓰고, 블로그로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좋아요] 하나 라도 얻으려면 마케팅 공부를 해라!"라는 말도 서슴없이 내게 말했다.


그런 남편에게 난 이렇게 말했다.


"나도 나름 열심히 했어. 돈 안 쓰면 뭘 해도 안 되는 세상이라고! 나보다 못 한 사람도 인플루언서 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던데 왜 나만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남편은 내게 반박한다.


" 그렇게 허구한 날 너보다 못 한 사람만 보니까 발전이 없는 거야! 너보다 못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너의 문제는 '나름'이라고! 너보다 잘난 사람을 보고 배워 보려 노력을 해!" 어찌나 맞는 말이며 뼈 때리는 말인지.


할 말을 없어지게 만다는 남편은 그런 날을 보며 조용히 쐐기를 박는다.


"블로그고, 인스타그램이고, 브런치고 뭐 하나 결과를 낸 게 없잖아. 그게 '쌀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 허구의 세상에서 그만 나와! 자기를 발전시키려면 돈이 되는 일을 해!"


남편은 내게 1년 동안 지켜보니 뭘 한다고는 하는데 결과는 없고 자존감은 더 떨어지고, 자괴감에 빠져있는 것 같다며 그렇게 힘들고 결과가 안 나오는 데에 매달리지 말고 차라리 능력을 인정받았던 일을 다시 하라고 마지막 조언을 남겼다.


그런데 이상하다. 남편의 이 말들을 1년 전, 아니 6개월 전에 들었더라면 난 자포자기 심정에 돌입해 하고 있던 블로그도 닫아버리고, 인스타도 비공개로 돌리고, 브런치도 내팽겨 쳤을 것이다. 그리고 이력서를 고친 다음 입사 지원을 했을 것이다. 원래 꾸준함은 어렵지만 포기는 빠른 법이니까.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남편에게 팩폭을 당함에도 불구하고 목표가 더 구체화되고 반드시 결과를 내어 남편이 내뱉은 팩폭의 말들을 다시 돌려주고 싶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남들이 보기엔 내가 지낸 1년의 시간이 결과는 없이 허송세월을 보내며 허상만 쫓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내가 느낀 일 년은 그게 아니었다' 생각이 들었다.


출간을 목표로 원고를 쓰고 있었지만 마침표는 찍지 못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왜 책을 쓰고 싶은지 이유를 찾았다. 블로그 방향을 제대로 찾지 못해 쉼 없이 방황했고, 인플루언서도 수없이 떨어지면서 방문자도 폭망의 숫자를 기록했지만 그 사이 난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고 싶으니 도서 블로그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인스타에 책 리뷰와 간간히 일상을 공유하면서 왜 인스타를 하는 건가의 의문이 들었지만 이 또한 나의 책 리뷰를 통해 누군가에게 읽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고 실제로 읽고 너무 좋았다며 리뷰를 내게 남겨줌으로써 그 자체로 난 이미 도서를 알리는 영향력을 조금씩 펼치고 있다는 의미를 얻었다. 또 브런치로 출간은 아니어도 협력 제안을 받은 덕에 고민 상담을 해주고 있으니 더 나아가 심리 상담 분야도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겠다는 계획이 생겼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데는 작은 것에서부터 의미를 찾고 목표를 잡아야 오랜 마라톤을 펼칠 수 있음을 깨달았다.


'해보지 않은 자'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이미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그들을' 보며 언제나 쉽게 판단하며 지적하고 핀잔을 준다. 그건 어쩌면 질투에서 시작되는 실체 없는 안개에 불과하다. 안개는 잠시 멈추면 어느새 사라지고 밝은 세상이 눈앞에 나타난다. 언제 그랬냐고 보란 듯이 말이다. 안개 따위에 흔들리지 말고, 한 치 앞도 안 보이면 잠시 멈춰 마음을 가다듬고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자. 사라지지 않는 안개는 없다.


난 남편이 내뱉은 안개를 열심히 느끼고 관찰했다. 그리고 앞(미래)이 보이지 않아 잠시 멈춰 나를 돌아봤다. 보이지 않는데 앞으로 나가려 해 봤자 다시 넘어지기 밖에 더 하겠는가. 그렇게 잠시 숨을 고르고 나를 돌아보니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미래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제 큰 목표를 구체화시킬 세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장기전일 필요는 없다. 그래 봤자 또 일 년이 이년 삼 년이 될 뿐이니까.


거창한 목표가 아닌 한 단계 한 단계의 목표를 세우고, 그 단계를 어찌 밟고 올라갈지 세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시작이다. 그래서 난 주 2회 길게도 필요 없다. 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글감들을 브런치에 남기고 생존 신고를 하는 것이다. 그날의 기쁨과 즐거움, 슬픔을 여과 없이 글로 써보는 것이다. 나의 글을 보고 누군가는 반박할 것이고, 누군가는 공감할 것이다.


타이탄의 도구들 중에서 이런 문장이 있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면 우리는 실수와 한계를 드러내는 일에
두려움을 갖지 않아야 한다.
가장 많은 실수를 드러내는 사람이 '가장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171p 中


또 이런 문장도 있었다.

글쓰기는 지성과 교양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다.
글쓰기는 내 가슴과 영혼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190p


미래의 내게 오늘의 내가 여전히 노력 중이 었다고 그렇게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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