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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림 Jun 24. 2022

글을 쓰려다 현타가 왔지만.

주저리 쓸 땐 괜찮더니 주제가 정해지니 왜 못쓰는 거니?

[작가님의 글을 보고 제안드립니다.]


작업실에 출근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메일을 열었고 낯선 주소에 메일이 보였다. 스팸인가 싶어 메일을 열어 확인하니 읽어 내려갈수록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찌나 감사한 메일인지 브런치 작가를 시작하고 고민 상담사에 대한 제의를 받았을 때도 당연히 기쁘고 행복했지만, 이번에 도착한 메일의 내용은 블로그를 통해 나의 글에 대한 정서를 확인했고 마음에 들어 함께 글을 써보자는 제안이었다. 아직 자신이 없어 투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출간 기획서를 쓰다가 고치기를 수차례. 습작으로 여기저기(브런치, 블로그, 개인 한글파일 등) 남긴 글을 읽다가 '와... 이 글을 쓸 때 도대체 난 어떤 심정이었던 거지! 난리 났네.'라고 생각하며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요동쳤다. 그런 내 글을 읽고 감사하게도 작은 가능성을 발견하셨다니 이것은 하늘에서 내려준 희망의 동아줄이라 생각했다.(아닐 거란 확신은 하고 싶지 않음) 한편으론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 심장이 널뛰기 시작했다.

어떤 출판사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이런 제안을 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우선 진정을 하고 차분하게 답변의 메일을 쓰자. 사이버대 편입 3학년 상황을 제대로 알려드리고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초등 4학년 딸, 몸이 불편한 친정엄마, 나의 학교생활에 다니는 회사까지 기회는 잡아야겠고 시간은 부족했다. 더군다나 메일을 확인할 당시 중간고사가 막 지나고 레포트와 기말고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용기를 낼 수밖에.

[............ 1학기를 마치고 방학이 시작되는 대로 글을 쓰겠습니다. 꼭 쓰고 싶습니다.(생략) 제안 감사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건방지기 짝이 없는 메일. 하지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건 죽어도 용납이 되지 않는 미련한 성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재 나의 상황을 요목조목 적어가며 간절하게 글을 쓰고 송구하오나 기다려 주시면 안 되냐는 양해의 메일을 보냈다. 회신을 기다렸다.


많은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감사의 답변을 받았다.

[.... 충분히 기다릴 수 있습니다. 우선 쓰고 싶은 글의 목차와 적당한 소개를 함께 조율하길 바랍니다.]

왜 카페에서 글이 더 잘 써질까

주변에 글 쓰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조언이라도 들어볼 터인데 어쩌면 관심분야가 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수가 있는지. 오죽하면 가족조차 마흔이 넘은 내가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터무니없는 꿈'이라 생각하니 상의조차 할 수가 없었다.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될 때까지 혼자 고민의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민하고 생각한 이야기들을 모아 모아 가제와 변경될지도 모를 목차들을 정리해 봤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진행해도 가능할지 답변 메일을 기다리는데 혹시나 거부 의사를 받으면 어쩌나 걱정에 오만가지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역시나 빠른 답변이 왔다. 어찌나 감사한지.

[주제와 목차가 충분합니다. 이대로 초고를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충분히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단 하나의 질문 中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고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감히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지금도 글 하나를 발행할 때면 블로그 포스팅보다 더 신경 쓰는 편이다.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발행 후에는 벌거벗은 몸을 드러내는 것처럼 매번 창피함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나의 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의 흔적들이라 생각하며 부끄러움을 감수한 채 오늘도 난 이렇게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다. 연예인들도 신인시절을 지나 카메라 마사지를 계속 받으면 이뻐지고 잘생겨져 보이는 것처럼 작가도 부족한 글이지만 계속 쓰고 또 쓰고 그렇게 쓰다 보면 작가의 마음과 생각에 딱 들어맞는 글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은 아이를 영어 학원에 라이딩하고 조용히 카페에 앉아 초고의 첫 꼭지를 쓰려했다. 하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조금 더 필요한 모양이다.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은 많아져 브런치에 이렇게 자음 모음을 섞어가며 긁적이고 있다. 이런 게 바로 현타일까.(현생 타격) 분명 목차를 하나씩 잡아갈 때는 신이 나서 출간의 상상까지 하며 신이 났는데, 막상 글을 만들어 가려니 무수한 글자들이 머릿속에서 뒤엉켜 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올해 반드시 초고를 완성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은 꼭 지켜내려 한다. 그래서 나처럼 맨땅에 헤딩하듯 작가의 꿈을 키워가는 한 사람에게라도 열정의 씨앗을 심어 드릴 수 있는 사람으로 내년엔 조금이나마 성장해 있기를.


자꾸만, 브런치가 제게 편지를 보내네요. 꾸준함이 성장의 힘이 된다고. 누군가는 "브런치 작가 되면 뭐 쌀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라고 말 하지만 전 긍정의 힘과 작은 기회가 생기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곳에서라도 작가라고 불러주는 작가님들이 계시니 전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네요. 앞으로 조금씩 글을 쓰는데 변화가 있다면 브런치로 함께 공유할게요. 저의 작은 흔적이 누군가에게는 버티는 힘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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