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집안일은 누가 할까?
우리는 맞벌이 부부다. 우리 같은 맞벌이 부부가 가장 많이 다투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집안일'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자녀가 있는 집안은 '양육' 또한 엄청난 분쟁거리가 되겠지만 우리는 자녀가 없기 때문에 '집안일'에 한정해 7년 동안 끊임없이 싸웠더랬다.
맞벌이 부부는 누가 집안일을 해야 할까? 퇴근을 빨리 하는 사람? 돈을 더 적게 버는 사람? 아니면 철저하게 반반으로 분담? 다른 맞벌이 부부는 어떻게 집안일을 분배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 방법으로 집안일을 해내고 있다.
#집안일, 그것은 답답한 사람의 몫이다
가장 심플한 방법이다. 청소가 안 되어있고 설거지가 안 되어있고 빨래가 안 되어 있으면 남편, 아내 중 한 명은 답답해 미쳐버린다. '왜 이걸 안 해?'라고 꼭 먼저 잔소리를 날리는 사람이 있다. 우리 부부 중에서는 그게 바로 나였다. 나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싱크대에서 그릇이 쌓여있는 걸 보면 속이 답답했다. 빨래 바구니에 빨래가 한가득 차있는 걸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고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머리카락과 고양이털을 보면 비명이 절로 나왔다.
집이 더러우면 짜증이 나는 것도 나였고, 설거지 거리가 쌓여있으면 한숨이 나오는 것도 나였다. 처음엔 답답한 사람이 알아서 하다가 나중엔 짜증이 났다. '우리는 맞벌이 부부인데 왜 나만 집안일을 하는가?'에 대한 짜증이 났고 남편에게 이 점을 표출했다. '왜 나만 집안일을 다 하냐!' 소리도 질러보고 '내가 오늘은 청소했으니까 내일 설거지는 해 주면 안 돼?'라고 부탁도 해보고 어르고 달래도 봤다. 하지만 살다 보니 결국, 답답한 사람이 움직이게 되고 집안일은 자연스럽게 내 몫이 되었다.
#부부는 당연한 사이가 아니다
내가 집안일을 주로 하는 대신, 나는 남편에게 이 점을 강조했다. 내가 먼저 나서서 집안일을 할 테니 나에게 '고마워'라는 말을 해달라고. 나는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솔선수범 하는 것이니 나에게 '고맙다'라는 마음을 갖고 이를 충분히 표현해 주기를 부탁했다. 그리고 이러한 날들이 쌓이다 보니, 남편도 자연스럽게 집안일에 응당한 자신의 역할을 찾기 시작했다. 설거지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 외식을 한다든가, 청소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고가의 청소도구를 사준다든가, 주말에는 웬만하면 함께 청소를 해준다든가 등 나의 수고와 노력에 대한 가치를 알아줬다.
부부는 당연한 사이가 아니다. 부부는 혈연으로 묶여있지 않고 이혼하면 깔끔하게 남남이 되는 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먼저 집안일을 하거나 궂은일을 할 때 그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결혼해서 부부가 되기를 선택한 순간, 서로가 하는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부부는 배려하는 사이다. 내가 상대방을 위해 먼저 행동할 때 그것은 서로를 위해 배려하는 행동이며 배려심이야말로 부부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난 하루종일 일했는데 이걸 왜 내가 해!', '왜 매번 나만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지 말고 '저 사람이 오늘은 피곤하니까 내가 대신해주자', '저 사람이 힘드니까 내가 먼저 나서서 하자'라고 생각하고 실천해 보자.
억울하고 분하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남과 부부가 되어 살기로 선택했으니,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만약 아무리 애를 써도 그게 안 된다면? 갈라서는 것이 맞다. 나의 반려자에게 1%의 인류애도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연히 헤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전에 내가 먼저 행동해 보고, 남을 이해해 보자.
나의 남편이, 나의 아내가 먼저 나서서 집안일을 할 때 '고맙다'라고 꼭 말하자.
나의 남편이, 나의 아내가 날 배려해서 어떤 행동을 했다면 '고맙다'라고 꼭 말하자.
서로에게 고마워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어떤 부부든 함께 살아갈 맛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