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가 경제/금융 분야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이유, 토크노믹스
Disclaimer: 이 글은 크립토 입문자를 위한 해외 사이트 LearnCrypto의 아티클 <What is Tokenomics?>을 번역한 글입니다. 대부분의 정보의 출처는 해당 아티클에 있으며,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의 정보가 추가되거나 생략되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글은 투자 추천이나 보증 글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판단은 본인의 책임 하에 있습니다.
암호화폐 생태계에는 전혀 새로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단어들이 많다. 토큰(token)과 경제학(economics)을 결합한 합성어인 토크노믹스(tokenomics)도 그중 하나이며, 암호화폐의 작동 원리 (공급, 분배, 인센티브 구조) 가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라고 이해하면 된다.
토크노믹스라는 용어의 구성 요소인 ‘토큰’과 ‘경제학’을 보면, 암호화폐를 단순한 인터넷 화폐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사실 암호화폐는 가치 전송(value transfer)의 모든 형태에 적용될 수 있다.
‘토큰(token)’이라는 단어는 암호화폐 단위가 화폐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보유자에게 특정한 유틸리티(권한이나 보상)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쓰인다. 오락실이나 세탁소에서 기계를 가동하려면 특정 토큰을 써야 하듯, 많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도 자체 토큰을 통해 특정 권한이나 보상을 제공한다.
DeFi (Decentralized Finance): 대출·차입 활동에 참여하거나, 다른 암호화폐의 파생 상품을 생성하면 토큰으로 보상을 받는다.
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분산형 자율 조직에 투표권을 부여하는 토큰을 보유한다. 주식의 의결권을 생각하면 된다.
게임·메타버스: 게임 활동과 아이템이 토큰으로 표현되고, 거래 가능한 가치가 된다.
토큰이라는 개념을 암호화폐에 적용하면, 전통적인 경제학의 정의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분배·소비하는 학문)와 결합해, 토크노믹스가 암호화폐에서 측정하는 핵심 요소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토큰의 생산 (공급 시기)
토큰의 분배 (홀더 간 분배 방식)
토큰 사용과 보유를 장려하는 인센티브 구조
이제 첫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공급 스케줄을 살펴보며 토크노믹스의 첫 번째 축을 이해해 보자.
비트코인은 2009년 1월에 시작되었으며, 비트코인 프로토콜(Bitcoin Protocol)에 명시된 규칙에 따라 공급 스케줄이 명확히 정의되어 있다.
채굴(Mining): 새로운 비트코인은 채굴을 통해 생성된다. 채굴자는 수학 퍼즐을 풀어 블록을 생성하고, 그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는다(Proof of Work).
블록 생성 주기: 약 10분마다 한 블록이 생성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2주마다 난이도가 자동 조정된다.
반감기(Halving): 초기 블록 보상은 50 BTC였지만 21만 개 블록마다(약 4년) 절반으로 줄어든다. 지금은 3.125 BTC다.
최대 공급량: 총 2,100만 BTC로 고정되어 있으며, 이 한도를 초과해 생성될 수 없다.
거래 수수료: 채굴 보상과 별도로, 거래 수수료를 통해서도 채굴자에게 보상이 간다.
이러한 고정된 공급 스케줄은 비트코인의 인플레이션율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2025년 5월 기준으로 전체 공급량의 93%가 이미 채굴되었으며, 2140년경에는 마지막 코인이 채굴될 것이다. 이 시점 이후 채굴 보상은 수수료로만 이루어진다.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ary): 공급은 증가하되 그 증가율은 점점 줄어든다.
인플레이션(Inflationary): 공급이 무한정 늘어나면 가치가 희석될 위험이 있다(전통적 법정화폐 시스템처럼).
CoinMarketCap, CoinGecko 등 암호화폐 시세 비교 사이트에 나오는 대표적 공급 지표는 다음과 같다.
최대 공급량(Maximum Supply): 발행될 최대 코인 수(비트코인은 2,100만 개).
총 공급량(Total Supply): 현재 존재하는 총 코인 수.
유통 공급량(Circulating Supply): 일반 대중이 실제 보유 중인 코인 수(비트코인은 총 공급량과 동일).
시가총액(Market Capitalization): 유통 공급량 × 현재 가격.
완전 희석 시가총액(Fully Diluted Market Cap): 최대 공급량 × 현재 가격.
공급 스케줄(Supply Schedule)은 현재 유통되고 있는 공급량과 코인이 생성되는 속도를 알려주는 반면, 공급 분배(Supply Distribution)는 코인이 각 주소에 어떻게 분산되어 있는지를 다루며, 이는 가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토크노믹스 요소 중 하나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이 정보는 인터넷 접속과 약간의 데이터 분석 기술만 있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아래는 2025년 5월 기준 비트코인의 분배 현황이며, Bitinfocharts.com에서 제공한 데이터다.
표면적으로 볼 때 비트코인의 공급 분배는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전체 주소의 1% 미만이 전체 코인의 86%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소수의 고래 주소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다. 개인이 여러 개의 주소를 보유할 수 있으며, 하나의 주소가 거래소와 같은 단체 소유일 수도 있다. 이 경우 해당 거래소는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대신해 코인을 보관하고 있을 수 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Glassnode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비트코인의 보유 집중도는 그리 극단적이지 않으며, 소규모 보유자들이 보유한 비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증가해왔다고 한다.
즉,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투명하지만 주소의 소유권은 가명 기반(pseudonymous)이다. 이는 암호화폐의 보유 집중도를 어느 정도 추론할 수 있게 해주지만, 실제로 세부적인 수준에서 공급 분배를 완벽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공급 분배 분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주소 활동 패턴을 기반으로 향후 가격 움직임을 예측하는 온체인 분석(On-Chain Analytics)이라는 새로운 분석 분야가 탄생했다. 이는 블록체인 경제학(blockchain economics)에 가장 가까운 분야다.
공급 분배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개인이 프라이빗 키를 잃어버리거나, 코인을 소각 주소로 보냄으로써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코인의 수다.
비트코인이 잃어버린 사례는 몇몇 유명한 사건들을 통해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얼마나 많은 코인이 영구적으로 사라졌는지는 파악할 수 없다.
온체인 분석가들이 이러한 코인을 추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요 지표는 휴면(Dormancy), 즉 주소가 마지막으로 사용된 이후 얼마나 오랫동안 활동하지 않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연구에 따르면 약 300만 개의 비트코인이 복구 불가능한 상태이며, 이는 전체 최대 공급량의 14% 이상에 해당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실제 사용 가능한 공급이 생각보다 적다면, 수요가 일정할 경우 기존 코인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 이것이 시가총액(Market Cap)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가총액은 잃어버린 코인이나 소각된 코인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의도적으로 소각하는 행위, 즉 복구 불가능한 주소로 보내는 행위는 당연히 매우 드물다. 하지만 공급이 계속 증가하는 인플레이션형 코인에서는 소각이 중요한 개념이다. 이는 공급 증가를 억제하고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방식이다.
다만 소각은 대부분 사전 공지 없이 수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소각이 가격 상승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인플레이션형 코인에서는 소각을 자동화(프로그래밍화) 하여 공급을 조절하기도 하기도 한다. 최대 공급량이 정해져있지 않은 이더리움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공급 분배 데이터를 측정하는 것이 이미 어렵지만,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핵심적인 요소가 있다. 바로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출시되기 이전에, 코인이 어떻게 배분되었는가다. 이런 점을 이해하기 위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라는 두 대표적인 암호화폐의 초기 분배 방식을 비교해 보자.
비트코인은 2008년에 만들어진 최초의 암호화폐다. 그 창시자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으며, 우리는 단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알고 있을 뿐이다. 사토시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이후 곧 사라졌으며, 마지막 공개 커뮤니케이션은 2010년 12월이다.
비트코인의 출시 방식은 종종 '성스러운 출시(Sacred Launch)’라고 불린다. 그 이유는 처음 설계된 방식이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자에게 별도의 코인을 주지도 않았고, 벤처캐피탈도 없었으며, 지분을 나누는 식의 초기 배분도 없었다.
공급 분배가 가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트코인의 이런 출시 방식은 매우 강력한 신뢰 요인이다. 물론 사토시는 본인에게 엄청난 양의 코인을 선물하지 않았지만, 네트워크에 다른 사람들이 참여할 때까지는 혼자 채굴을 계속해야 했고, 그 결과로 매 10분마다 50 BTC 보상을 오랫동안 독점적으로 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사토시의 코인’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는다. 출시 후 몇 달간 혼자 채굴한 엄청난 양의 비트코인을 말한다.
이 주소들에는 약 110만 개의 비트코인이 있으며, 이들은 단 한 번도 이동한 적이 없다. 이는 위에서 언급된 "10만 개에서 100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주소 4개 중 하나"에 해당한다.
이 사토시의 코인이 이동했다는 소문만으로도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토크노믹스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행동경제학, 추론, 게임이론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후에 나온 대부분의 암호화폐들은 비트코인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출시되었다. 대부분 실제 개발팀과 공개된 창립자가 있으며, 초기 투자자의 자금을 받아 시작했고, 이들은 네트워크가 가동되기도 전에 보상을 받는 방식을 택했다.
회의론자들이 암호화폐에 본질적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그냥 공중에서 만들어진 값 없는 가상 자산”이라는 인식이다. 어떤 경우에는 이것이 실제로 사실이며, 이런 초기 분배 방식을 프리마인(premine)이라고 부른다.
프리마인의 개념은 이더리움의 출시(2013)에서 시작되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처럼 성스러운 출시를 택하지 않고, 이더리움 창립자들이 이더(ETH)의 초기 분배를 결정했다. 이 초기 분배에는 개발팀, 커뮤니티, 투자자들을 위한 토큰이 포함되어 있었고,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 초기 투자자를 모집했다.
프리마인은 전통적인 스타트업 지분 분배 방식을 암호화폐에 도입한 것과 유사하다. 창업자에게 일정 지분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 공급량 중 상당 비율을 소수의 손에 집중시킬 위험도 있다. 또한 락업(lock-up) 조건이 어떻게 설정되었는지에 따라, 창립자들이 장기적 가치를 추구하는지 아니면 단기 이익을 노리는지도 엿볼 수 있다.
이더리움의 ICO는 전통적인 스타트업 투자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도였다. 정해진 양의 토큰을 선착순으로 누구나 투자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으며, 참여 방법은 비트코인을 특정 주소로 전송하는 것이었다.
이는 벤처캐피탈 같은 소수 특권 계층이 초기 투자 기회를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의도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프리마인과 ICO는 빠르게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치달았고, 조기 투자의 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이상은 사라졌다. 초기 배분은 과도한 마케팅과 과장된 약속을 유도했고, ICO 참여자들은 FOMO(놓칠까 두려운 마음)와 탐욕에 휩싸였다.
충분한 ETH가 있는 사람들은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거나, 앞선 순서로 들어가는 방식(frontrunning)으로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었다.
많은 ICO들은 단계적으로 진행되었고, 초기 투자자나 브로커에게 특권적 접근 권한이 주어졌다.
이러한 프리마인과 공개 창립자의 존재는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이 다른 코인들을 비판하는 주요 논거다. 그들은 비트코인만이 진정한 분산화를 실현한 암호화폐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에는 중앙 권력자가 없고, 모든 규칙 변경은 수천 개의 노드가 합의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크노믹스에는 반드시 분산화 수준을 측정하는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 아무리 최대 공급량이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창립자가 규칙을 바꾸거나 도망가버리면(rug pull) 아무 소용 없기 때문이다.
노드 분포(Node Distribution)
공급이 소수에 집중되는 것이 문제가 되듯, 채굴자나 검증자가 소수일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소수의 이해관계자만으로 공급 스케줄을 바꿀 수 있는 임계치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치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들, 즉 노드(Node)와 검증자(Validator)의 분포 또한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노드는 앞서 설명한 공급 스케줄과 합의 메커니즘(consensus method)을 포함해 암호화폐의 규칙을 실제로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노드 수가 너무 적으면, 그들은 담합을 통해 규칙을 바꾸거나, 블록체인의 기록을 조작하는 데 필요한 과반수 동의를 얻어버릴 수도 있다(이를 51% 공격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추후 다른 챕터에서 다루도록 하겠가).
이러한 시나리오가 발생하면, 토크노믹스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이 무너진다. 이는 곧 코인의 잠재 가치를 직접적으로 떨어뜨린다.
토크노믹스에서 또 하나 중요한 고려 요소는 사용자가 암호화폐의 기능에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하도록 만드는 인센티브다. 가장 명확한 보상은 새 블록의 거래를 처리하는 대가로 주어지는 보상이며, 이는 사용되는 합의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앞서 두 가지 주요 방식이 소개되었다.
채굴(Mining, PoW): 비트코인 같은 작업증명(Proof of Work) 기반 블록체인에서는 채굴 알고리즘을 실행해 거래를 처리하고 보상을 받는다.
검증/스테이킹(Validating/Staking, PoS): 지분증명(Proof of Stake) 기반 블록체인에서는 자금을 예치(stake)하고 거래를 검증한 대가로 보상을 받는다.
블록체인은 자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중앙에서 채굴자나 검증자를 고용하거나 계약하지 않는다. 단지, 경제적 인센티브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네트워크에 참여한다. 더 많은 노드가 생기면, 그만큼 네트워크의 복원력과 독립성이 높아진다.
다만, 직접 채굴자나 검증자가 되려면 기술적 지식과 초기 비용이 필요하다. 비트코인의 경우 산업 규모의 전문 장비가 필요하고, 이더리움에서는 최소 32 ETH를 예치해야 한다.
하지만 암호화폐 생태계가 점점 성숙하면서, 간접적인 방식으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늘었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지갑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PoS 체인에 자금을 스테이킹하여 패시브 인컴을 얻거나, 비트코인을 채굴 풀(Mining Pool)에 참여시켜 채굴 보상을 나누어 받을 수 있다.
이더리움은 2022년에 토크노믹스에 있어 큰 변화를 겪었다. 기존의 작업증명에서 지분증명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더리움 2.0은 2020년 12월에 출시되었고, 이때부터 ETH 보유자는 스테이킹을 할 수 있게 되었다.
TVL은 이더리움에 얼마만큼의 자금이 스테이킹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또한 얼마나 많은 ETH가 소각되고 있는지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전체 공급량에도 영향을 준다.
이러한 지표들은 이더리움 지지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이처럼 핵심 원칙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취약성의 증거”라고 본다.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자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지는 가격에 큰 영향을 준다. 특히 자금을 일정 기간 동안 락업(lock-up)하도록 설계된 경우, 가격 안정성에 도움을 준다.
합의 방식이 무엇이든, 암호화폐는 사용자들의 거래 수요가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이 수요는 다음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거래 비용은 얼마인가? 어떻게 계산되는가? 누가 수익을 얻는가?
거래는 얼마나 빠르게 처리되는가?
수수료와 채굴자/검증자의 수익은 동전의 양면과 같으며, 블록체인의 사용도와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수수료가 낮으면 사용이 촉진되고, 사용자 수가 많아지면 더 많은 채굴자/검증자가 참여하게 되며, 이로 인해 네트워크 효과가 형성되어 생태계 전체에 가치를 제공한다.
특히 단순한 거래 처리뿐 아니라 컴퓨팅 연산을 위해 지불되는 수수료는 더 중요하다. 이러한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이후 등장했으며, 이더리움이 대표적이다. 이더리움은 ‘세계 컴퓨터’로 불리며, DEFI나 NFT 등 다양한 활동을 처리하지만, 그 인기에 힘입어 수수료(GAS)가 높아져 부자만 접근 가능한 구조가 되어버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변화가 바로 이더리움 로드맵 중 하나였고, EIP-1559 (일명 런던 업그레이드)가 2021년 8월에 실행되었다.
이 업그레이드를 통해 수수료 예측 방식이 완전히 변경되었고, 거래 수수료 중 일부를 소각하는 메커니즘이 도입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더리움은 무제한 발행(inflationary)에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ary) 자산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합의 방식과 수수료 구조는 네트워크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일 뿐 아니라, 공급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토크노믹스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다.
과거 ICO(Initial Coin Offering)는 창업자의 먹튀나 실현되지 않은 아이디어, 그리고 투자자들의 단기 투기 심리를 부추겨 실패로 이어졌다.
이런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암호화폐 생태계는 토큰 소유 및 사용을 유도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개발했다.
한 가지 방식은 중앙화 거래소와 직접 협상해 토큰을 상장시키고 기존 사용자 기반에 접근하는 것이다. 이를 IEO(Initial Exchange Offering)라고 한다. IEO는 토큰 분배 및 가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실제로 코인베이스 상장 후 가격 상승이 그 사례다. 하지만 이는 비트코인의 자생적이고 탈중앙화된 출시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IEO는 거래소가 선택한 코인만 혜택을 얻는 구조로, 암호화폐의 ‘중개인을 없애자’는 본질적 철학과는 충돌한다.
이에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IDO(Initial DEX Offering)다. 이는 탈중앙화 거래소(DEX)에 스마트컨트랙트와 수학적 메커니즘을 사용해 토큰을 상장하는 방식이다.
이때 가격 발견 메커니즘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인딩 커브(Bonding Curve)다. 이는 이더리움 가격을 기준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구조로, 투자 시점의 타이밍을 인센티브화한다.
이처럼 바인딩 커브는 수학적으로 복잡하지만, 신생 ERC20 토큰의 토크노믹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몇년 동안 DEFI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Defi Pulse 기준으로 TVL이 900억 달러 이상에 이르렀다. 하지만 동시에 APY(연평균 수익률)를 둘러싼 과열 현상도 발생했다.
많은 토큰은 실질적 유틸리티 없이, 단지 사용자가 코인을 사서 락업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높은 APY를 제공한다. 이런 구조는 건전한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 수익만 추구하는 왜곡된 행동을 낳는다.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만 보고 진입한 후, 이자가 떨어지면 바로 코인을 매도한다.
이런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그래서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 하여 ‘폰지노믹스’라고 불린다.
토큰을 실제로 ‘의도된 방식’으로 사용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주는 또 다른 방법이 에어드롭이다.
예: Uniswap, 1Inch 등의 DEFI 프로젝트
OpenSea는 NFT 민팅 및 거래에 적극 참여한 사용자에게 에어드롭을 진행
에어드롭은 보통 초기 프로젝트 자금에서 제공되며, 로드맵에는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사전에 알려지면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혹시나 에어드롭 받을까” 하는 기대만으로 새로운 DEFI/NFT/메타버스 플랫폼을 사용한다. 에어드롭은 공급 분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으므로, 토크노믹스 분석에 있어 중요한 요소지만, 사전에 알 수 없기 때문에 사후적으로만 반영 가능하다.
앞서 보유 분포와 네트워크 분산도가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언급한 바 있다. 주소 분포가 아무리 건강하더라도 대부분의 보유자는 수동적이며, 네트워크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력이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흐름이 바로 DAO(탈중앙화 자율조직)다. DAO는 네이티브 토큰 보유자에게 거버넌스 참여 권한을 부여한다.
보유자는 제안을 올리고, 자신의 보유량에 비례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커뮤니티가 규칙을 수정하거나 아예 폐기할 수 있는 구조다.
DAO는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민주주의 실험이라 할 수 있지만, 이성적인 규칙을 비이성적인 인간이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
합리적인 토크노믹스 구조가 있다고 해서 그 프로젝트가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불분명한 토큰 모델이라고 해서 실패가 확정된 것도 아니다.
투명한 공급 스케줄, 강력한 거버넌스, 좋은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하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토크노믹스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많은 밈코인, 사기성 프로젝트들도 존재한다. 예시로 도지코인, 시바이누 등은 말도 안 되는 공급 구조를 가졌지만, 여전히 글로벌 상장기업보다 큰 시가총액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투자자들이 이성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토크노믹스를 공부한다고 해서 성공할 암호화폐를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며, 많은 투자자들은 애초에 토크노믹스에 관심도 없다. 그러나 토크노믹스는 그 코인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어떻게 작동하도록 의도되었는지를 이해하는 틀을 제공하며, 이는 투자 판단의 중요한 일부가 될 수 있다.
최대 공급량(Maximum Supply):
저장 수단으로서의 효과를 평가하는 지표
공급 제한이 없다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기존 보유 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음
네트워크/노드(Network/Nodes):
분산될수록 좋다
임의적 결정 가능성이 줄고, 안정성 증가
공급 분배(Supply Distribution):
분배가 고르게 되어 있을수록 특정 개인/집단의 대규모 매도에 따른 가격 왜곡 위험 감소함
수수료 수익(Fee Revenue):
사람들이 얼마나 활발히 사용 중인지 보여주는 지표
일종의 현금흐름 프록시
TVL 락업 규모(TVL Locked):
사용자가 실제 자금을 투입하고 보상을 받기 위해 락업하고 있는 정도
장기적 신뢰도의 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