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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신팀장 Apr 18. 2021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뉴욕과 빈

뉴욕과 빈의 퍼블릭 스페이스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바르셀로나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아리바 바르셀로나~~ 아리바~~~!’ 라는 노래가 먼저 머릿속에 맴도는 분이 계신가요? 환영합니다! 저와 같은 80년대 생이시거나 그 이전 출생이시군요! 1992년대를 살았던 분들은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매일 흘러나왔던 이 노래가 애국가 다음으로 익숙한 노래일 수도 있어요. 아리바 (Arriba)는 지금 찾아보니 ‘일어나라!’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올림픽으로 처음 알게 된 바르셀로나를 어쩌다보니 저는 4번이나 다녀오게 되었어요.

 

   2002년 인생 첫 배낭여행, 2008년 첫 직장 퇴사기념여행, 2011년 신혼여행 (마요르카섬이 목적지였으나 쇼핑을 위해 바르셀로나에 들림), 그리고 2017년에 오늘의 주제인 GCDN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서 말이죠. GCDN은 Global Cultural District Network의 줄임말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국제 문화 지구 연합’ 정도가 되겠어요. (문화 지구는 미술관이 밀집해 있는 인사동, 공연장이 밀집해 있는 대학로 등과 같이 문화예술의 생산과 소비가 밀집해서 발생하는 장소를 의미합니다.)

마요르카 섬에서는 흔한 바다 풍경

   영국 유학 말미에 제 이력에 영국 회사에서의 경험을 한 줄 보태고 싶다는 갈망에 채용 공고도 내지 않은 에이이에이 컨설팅 (AEA Consulting) 이라는 문화예술분야 전문 컨설팅 회사에 냅다 나랑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이메일을 보냈었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있는데 바로 다음 글에서요.

06화 유학  후 해외 취업이 가능할까?(2편) (brunch.co.kr)

이 회사와의 인연으로 GCDN 컨퍼런스에도 참석했다는 이야기를 드렸었어요.

오늘은 바로 이 GCDN 컨퍼런스의 주제였던 'Public Space' (공공 장소) 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벌써 4년 전이지만 그 해의 컨퍼런스 주제는 지금 들어도 신선한 ‘퍼블릭 스페이스 (Public Space)’, 즉 공공 공간이었습니다. 퍼블릭 스페이스는 쉽게 말하자면 광장이나 공원처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외부 공간입니다. 문화예술 분야든 관광 분야든 ‘공간’을 형성한다고 할 때 대개는 어떠한 건물을 짓고 그 건물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로 모든 관심과 노력이 귀결되는 게 보통입니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그렇습니다). 여태까지 만난 어떤 지자체도 ‘공공 공간’을 주제로 우리에게 업무를 의뢰한 적이 없었고, 우리 회사도 그러한 주제로 연구를 한 적이 없었으니 일단 국내의 관광 분야에서는 공공 공간에 대한 관심이 극히 저조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네요.

 

   다시 컨퍼런스 이야기로 돌아가서 당시 제가 컨퍼런스에서 접한 공공공간과 관련된 사례 중 아직도 저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두 개의 사례, 미국의 뉴욕 타임스퀘어 (Time Square) 와 오스트리아의 빈 박물관 지구 (Vienna’s Museum Quartier) 사례를 중시므로 퍼블릿 스페이스의 세계로 고고씽!


1) 뉴욕 타임스퀘어의 퍼블릭 스페이스

   제가 타임스퀘어를 처음 가 본 건 2007년이었으니 컨퍼런스가 있던 해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이었습니다. TV에서만 보던 타임스퀘어의 커다란 디지털 옥외광고판에 ‘우와’ 한 거 빼고는 타임스퀘어는 저에게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는데 컨퍼런스에 온 타임스퀘어 협회 (Time Square Alliance) 관계자는 180도 달라진 타임스퀘어의 모습을 전해주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타임스퀘어의 모습

   타임스퀘어의 곳곳은 뉴욕 현대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 브루클린 미술관 (Brooklyn Museum) 등의 예술 기관 및 다양한 그래픽 디자이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공공 예술로 채워졌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머물러 쉴 수 있는 공간과 야외 공연 공간 조성을 통해 예술가들과 대중들이 함께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접점 또한 마련되었죠. 공공 예술 (Public Art) 과 디자인을 통해 혼잡하고 상업적인 공간이었던 타임 스퀘어가 머무르기 좋고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변모되었다고, 더 나아가 기능적 공간 (Functional Space)’ 에서 영감의 공간 (Inspirational Space)’으로 변화하였다고 협회 관계자는 자랑스럽게 설명을 이어나갔습니다.


   협회에서 소개한 여러 활동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미드나잇 모먼트 빌보드 (Midnight Moment Billboards)’ 인데 협회 관계자는 이것을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아트 갤러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디지털 옥외 광고판에서 광고가 아닌 아티스트의 작품을 상영하는 프로젝트인데 회의장 스크린으로만 봤는데도 그 영상미가 압도적이더군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Times Square NYC 유튜브 채널에서 더 많은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EgrXyjq_eA&list=PLQ0JPAXZ6vsQezjlbIWLyEtgi4tPENnT2&index=61

   

    지금은 디지털 실감 영상으로 재현한 유명 화가의 전시도 많고 각종 박물관에서도 디지털 실감 영상을 활용하는 것이 보편화되었지만 당시에는 서울에 놀러온 시골쥐 마냥 디지털 아트 갤러리라는 신문물에 감탄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2) 오스트리아 빈의 퍼블릭 스페이스

   그럼 이제 오스트리아의 빈 박물관 지구 (Vienna’s Museum Quartier)로 넘어가보겠습니다. 빈 박물관 지구는 60여 개의 크고 작은 박물관이 모여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문화 지구 중의 하나입니다. 이곳은 각각의 박물관에서 수준 높은 전시를 하는 것만큼이나 박물관의 문턱을 낮춰 일반 대중이 쉽게 문화와 예술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컨퍼런스에서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박물관의 안마당 (Courtyard) 공간에 ‘MQ Furniture’ (MQ 는 Museum Quartier 의 약자로 박물관 지구를 의미하므로 직역하면 박물관 지구 가구가 된다.) 를 도입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MQ Furniture 는 사람들이 앉거나 누워서 쉴 수 있는 컬러풀한 색의 야외용 벤치로 이동이 가능한 모듈 형식으로 구성되어 배치 방법에 따라 각각의 다른 공공예술 작품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벤치 위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부럽습니다.

컬러풀한 색깔의 MQ Furniture. Copyright by Musuem Quartier Wien (www.mqw.at)

   이 벤치는 일단 사람들을 박물관 안마당으로 불러 모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무리 문화 예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가랑비에 옷 젖듯 물리적으로 박물관을 가까이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문화 예술을 접하게 되리라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죠. 벤치가 설치된 박물관의 안마당은 문화가 있는 거실’ (Cultural Living Room) 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데 자기 집 거실에서처럼 편하게 문화예술을 즐기시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빈 박물관 지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반인들이 박물관에 들어가지 않아도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박물관의 외부 통로 공간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문학의 통로 (LITERATUR Passage), 소리의 통로 (TONSPUR Pasage) 만화의 통로 (Comics Passage)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박물관, 미술관에 두드러기가 있는 우리 아들에게 안성맞춤인 공간이 아닌가싶네요!

만화의 통로 (Comics Passage). Copyright by Musuem Quartier Wien (www.mqw.at)
문학의 통로 (LITERATUR Passage). Copyright by Musuem Quartier Wien (www.mqw.at)

   뉴욕과 빈은 공공 공간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이 머물러 쉬며 예술을 통해 영감을 얻는 공간을 창조해냈습니다. 특히, 저는 뉴욕 사례를 접한 후 한국의 한 장소가 머릿속에 떠올라 잊혀지지 않았는데 그곳은 바로 명동이었죠. 명동은 과거의 상업적이고 혼잡하며 머물고 싶지 않았던 타임스퀘어와 매우 흡사했던 것입니다. 2017년 당시의 명동은 쇼핑을 하려는 해외관광객들로 상업적 기능이라도 활발히 작동했다고 한다면 며칠 전 방문한 명동은 코로나로 썰물처럼 빠져나간 해외관광객 여파로 빈 상가들이 속출해 상업적 기능마저 상실한 모습이었습니다.  


‘명동도 타임스퀘어처럼 예술의 힘을 빌려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 라는 4년 전 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드는 오늘이네요. ‘어쩌면 국립극장에서 운영 중인 명동예술극장이 명동의 새로운 변화에 불씨를 당길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어린 질문과 함께 오늘의 글은 여기서 끝!      


       


커버 사진은 미드나잇 모먼트 빌보드에서 상영된 Federico Solmi의 American Circus라는 작품입니다. Copyright by Time Square Arts(http://arts.timessquareny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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