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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신팀장 Sep 17. 2021

어머 여행 가면 이건 꼭 사와야 돼!

여행을 더 즐겁게! 쇼핑 좀 합시다!

쇼핑만큼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단어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출근길의 고단함은 물론 퇴근길에 그 날 하루 받았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리기 위해서는 쇼핑만큼 요긴한 게 없다. 꼭 필요한 게 없더라도 아이 쇼핑만으로도 머리 속에서 새로운 세포들이 퐁퐁 샘솟는 느낌이 드니 (회사에서 죽었던 뇌세포들도 이 시간동안 재생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쇼핑은 찬양 받아야 마땅한 인류 문명의 최고 걸작품이다.


쇼핑에는 명품 쇼핑도 있고 식료품 쇼핑도 있고 생활용품 쇼핑도 있고 다양한 쇼핑이 있지만 내가 꼽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쇼핑은 이름하여 '여행 쇼핑' 이다. 언젠가 '글로벌쇼핑관광명소육성' 프로젝트 수주를 준비하며 제안서에 담을 해외 사례 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영국에서 지내며 그리고 주변국을 여행하며 나에게 여행 쇼핑의 큰 기쁨을 준 나라들을 곱씹어 본 적이 있었다. 많고 많은 나라 중 나의 간택을 받은 나라 중 하나는 바로 벨기에였다.


공부를 하기 위해 간 영국에서 나와 남편 그리고 당시 4살이었던 아들은 거의 매 달 비행기를 타고 주변국으로 여행을 다녔다. 그 중 두 번을 다녀온 나라가 두 곳 있는데 한 곳은 스페인, 또 한 곳은 벨기에다. 스페인은 남부 지역의 풍광과 음식 때문에 재방문 했다면 벨기에는 순전히 쇼핑 때문에 재방문을 했다. 첫 벨기에 방문에서 우리 부부는 벨기에 수제 맥주의 맛에 눈을 떴다. 맥주는 독일이 최고인지 알았더니  전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맥주를 생산하는 곳은 벨기에이고 특히나 트라피스트 맥주 (수도원에서 생산하는 맥주의 종류, 실제로 우리 부부가 좋아했던 이 트라피스트 맥주에는 귀여운 수도사 그림이 그려져있다.) 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고 했다. 브뤼셀 거리 곳곳에는 맥주 가게들이 즐비했고 특히나 맥주와 함께 해당 맥주 전용잔을 함께 팔고 있었는데 이 전용잔이 쇼핑욕구를 엄청나게 자극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 가벼운 유학생 신분이 아닌가. 회사 잘 다니던 남편까지 무급 휴직을 내고 영국으로 따라왔고 내 학비에 엄청나게 비싼 아들의 어린이집 비용까지...  눈에 아른거리는 전용잔을 마음에만 담고 맥주 몇 병을 사서 영국으로 돌아왔다.  기숙사에 있던 유리잔에 사 온 맥주를 부어 마시던 남편의 얼굴 표정에도 아쉬움이 한 가득이다.


 그로부터 한 두달이 흘렀을까... "오빠, 이번 여행은 어디로 갈까?" 라는 나의 물음에 남편은 "우리, 벨기에 또 갈까?" 라는 답이 날아왔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 라고 물으니 "아무래도 그 맥주 전용잔 사 와야 할 것 같아서..." 라고 답한다. 나보다 훨씬 발달된 미각을 보유하고 계신 남편에게는 이 맥주를 전용잔에 먹어야 최상의 상태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고 있었나보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주저치 않고 벨기에로 두 번째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당연히 첫 행선지는 맥주 가게였다. 맥주별로 전용잔의 생김새도 어찌나 다양한 지 입구가 둥근 것, 좁은 것 등 많고 많은 잔 중에서 만장일치로 두 개의 잔이 간택되었다. 이 잔을 애지중지 싸서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고 그 잔은 다시 한국으로 안전히 돌아와 우리집 찬장 속에 귀하게 모셔져 있다. 물론 잔에 맞는 전용 맥주는 구하기가 어려워 잔을 용도에 맞게 쓰지는 못하고 있지만 어떤 맥주라도 여기에 따라 마시면 맛이 두 배는 좋아지는 느낌이다!


이렇듯 여행 중 쇼핑, 즉 여행 쇼핑은 여행에 있어 부가적인 기쁨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우리 부부의 경험처럼 아예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명품 사러 홍콩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되겠다.) 나는 글로벌쇼핑관광명소육성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리고 집콕여행꾸러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또는 여행을  하며 여행의 즐거움을 한껏 배가시키는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 쇼핑거리를 여럿 발견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나의 마음을 훔친 그 쇼핑보따리를 한 번 풀어볼까한다.



1. 전주 화투

요즘 젊은 세대들은 화투치는 법을 모른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나로 말 할 것 같으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화려한 화투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이모로부터 조기 교육을 받았다. 명절이나 가족 행사때 이모와 사촌 언니 오빠까지 다 모이면 우리는 반드시 화투판을 벌였다. 이 화투판에 국운이라도 걸린 것마냥 온 신경을 집중하고 이기기 위해 사력을 다했던 것이다. 나와는 이렇게 오래동안 애틋한 관계를 맺고 있는 화투에 '콩나물 국밥을 맛 보는 김상궁'이 등장한다면??

 

몇 달 전 나는 전주에 출장을 내려가 지역 상품을 물색하기 위해 지역 특산품을 파는 매장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나의 눈에 바로 띄는 녀석이 있었으니 바로 '전주 화투'였다. 화투를 아시는 분들이라면 화투에는 조커와 같은 보너스 카드가 있다는 걸 아실 것이다. '콩나물 국밥을 맛보는 김상궁' 은 바로 이 보너스 카드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전주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콩나물 국밥을 화투에 녹인 것이다. 보너스 카드 외에도 모든 카드는 전주의 대표 여행지나 상징물을 모티프로 디자인 되어 있다. 기존의 화투가 일본에서 유래되어 외색이 짙은 반면 전주 화투는 보면 볼수록 전주를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는 테마여행10선의 집콕여행꾸러미 사업을 기획하며 전주가 포함된 시간여행101 테마 (전주, 군산, 고창, 부안) 에 이 전주 화투를 포함하기로 하였고 레트로 콘셉트의 '뷰티풀 모먼트' 라는 이 상품은 나름대로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집콕여행꾸러미 : 커스텀아츠 (naver.com)


2.경주 첨성대 3총사

꽤 어린시절 가족과 함께 경주에 가서 천마총을 봤던 기억이 아른아른하다. 그로부터 족히 30년은 흐른 올 해 경주를 찾았고 황리단길이라는 신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온갖 트렌디한 카페와 펍(술집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트렌디해서 펍이라 명명한다.)  즐비했고 지름신을 부르는 귀엽고 세련된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 중 내가 뽑은 베스트 가게는 디스모먼트라는 곳이었다. 이 곳의 여러 기념품들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단연 경주 첨성대 티라이트였는데  손바닥 반만한 사이즈의 첨성대 모형이 불빛을 내는게 여간 예쁜게 아니었다. 디스모먼트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조명 상품들이 있었는데 이것들을 최적의 환경에서 구경하라고 아예 별도의 암막룸도 운영중이었다.

앙증맞은 첨성대 티라이트

실제로 보는 첨성대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앙증맞은 사이즈의 첨성대 조명도 경주에 간다면 잊지 말고 구경해볼 것을 추천한다.

한동안 출장자의 신분을 잊고 잠시 쇼핑객 모드였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이번에도 첨성대와 관련있는 이곳은 첨성대 초콜릿을 파는곳이다. 관측을 위해  만들어놓은 네모난 구멍까지 그대로 재현해놨을 정도로 첨성대를 빼다박은 이 초콜릿은 모양도 모양이지만 생초콜릿이라 맛도 기가 막히다. 경주에 간다면 무조건 맛볼것을 추천한다. 경주초콜릿집을 나와 우연히 들린 까페에서도 나는 첨성대를 또 만날 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경주 쿠키! 첨성대는 물론 분황사모전석탑, 황룡사지9층석탑 등을 쿠키로 얼마나 잘 재현을 해놨는지 문화재를 깨물어 먹어도 되나라는 죄책감이 들었으나 한입 깨무는 순간 어느새 첨성대는 내 입 속으로 다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경주 카페 23도씨에서 판매 중인 경주 쿠키

 아이코닉한 첨성대라는 건축물 덕에 이렇게 첨성대 3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조상님의 센스에 감탄하며 지금 우리 세대에 생기는 건물 중에는 어떤것이 오백년 천년 후까지 남아 다음 세대의 사랑을 받을지 참 궁금해진다. 이제 경주를 떠나 여수로 향해본다.


3. 여수 동백꽃 굿즈

글로벌쇼핑관광명소육성 프로젝트를 하던 시절 내가 담당했던 여수는 오동도의 동백꽃을 중심 컨셉으로 삼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나의 첫 임무는 동백과 관련된 상품을 있는 대로 싹싹 모아 조사하는 것이었다. 동백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제품들이 총망라되었는데 동백화장품, 동백기름, 동백비누, 동백젤리와 캔디, 동백빵 등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1% 부족했다. 여수를 찾는 젊은 여행객들이 ‘우와 예쁘다’ 하고 손쉽게 사 갈만한 제품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다 여수 청년몰 (여수 중앙시장 2층에 자리한 청년 사장님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상점이 모여 있는 곳이다.) 에서 못 나오게 꼭꼭 눌러놓았던 지름신을 다시금 불러들이는 한 여행사를 발견했다. 그 여행사 한 쪽 코너에서는 '여수를 그리다' 라는 감성적인 이름의 굿즈 상품들을 전시해 놓고 있었는데 이순신과 관련된 페이퍼 토이, 여수바다와 관련된 문구류는 물론 내가 애타게 찾아오던 동백꽃 디자인의 노트, 손거울, 파우치 등이 모두 모여 있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도 그 때의 내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것을 느꼈을까? 속으로 ‘이제 됐어!’를 외치며 구경에 열을 올리고 샘플 상품들을 구입했다. 후에 여수 토박이인 여수를 그리다 브랜드의 대표님을 만나 프로젝트 관련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본인이 조금 있으면 여수에 자기만의 숍을 오픈할 것이라고 하셨다. 얼마 전 집콕여행꾸러미에 구성할 여수 상품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며 인스타그램에서 여수를 그리다 (@oh_project_)를 찾아봤더니 정말로 숍 오픈 소식이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 여수 여행 쇼핑의 재미를 더해 줄 유미핸즈, 한입바다 브랜드와 함께 숍을 운영 중이신 듯 했다. 이번 여름 여수에 가서 여행 쇼핑이 선사하는 엔돌핀을 온 몸으로 맞을 준비가 되셨다면 ‘여수시 동문로 32’ 로 발걸음을 해보시기 바란다.   


이 글에서 언급된 글로벌쇼핑관광명소육성, 집콕여행꾸러미 사업 등이 더 궁금하시다면

http://naver.me/FAreqXpQ

최근에 나온 저의 책 "떠나세요, 제가 준비해놨어요" 를 찾아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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