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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루스 Jun 22. 2023

비욘드 : 비욘드의 사명감 (성수 팝업 스토어)

오프라인 방문기


지속가능성? ESG?



브랜딩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지속가능성, ESG. 이 두 용어만큼 자주 접하는 단어가 또 없는 것 같습니다. 코스메틱부터 패션, F&B까지 제가 아는 모든 브랜드 대표님, 디렉터, 마케터들은 모두 일종의 수사처럼 이 지속가능성과 ESG를 사용해요.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다는 메시지가 기업의 핵심 가치로 삼을 만한 주제인가?라고 생각해 보면 저는 더 이상 이 용어가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메시지로 와닿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10년 전에야 그랬겠지만 이제는 사실상 기본 에티켓의 개념에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클라이언트와 상담을 할 때도 "지속가능성과 환경에 대한 책임감은 너무 당연한 내용이기 때문에 기업 브랜딩의 핵심 가치라고 내세우기 어렵지 않을까요?"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당연해진 주제에 대해 진심 어린 목소리를 내고, 사력을 다해 실천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번에 성수동에서 팝업을 연 비욘드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팝업스토어 위치 : 프로젝트 렌트 2호점
https://map.naver.com/v5/entry/place/1648459084?c=15,0,0,0,dh

팝업 기간 : 5.25 - 6.18




적절한 부지 선정

먼저 장소 선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금은 그야말로 팝업의 시대입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서를 파는 시대이며 모두가 오프라인의 실물적 경험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성수동을 중심으로 임대형 팝업 플랫폼을 운영하는 '프로젝트 렌트'는 이러한 경향성 대표하는 공간이죠. 8~10평 남짓의 작지도 크지도 않은 밀도 높은 공간. '작은 브랜드의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는 콘셉트의 프로젝트 렌트는 비욘드의 팝업 장소로 가장 적절한 선택으로 보였습니다.

팝업스토어를 찾아가는 길 곳곳에 홍보 팝업 포스터가 보입니다. 팝업 목적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기획이죠. 다 쓴 화장품 용기를 가져오면 리필 팩으로 교환해 주는 이벤트입니다. 자연스럽게 고객 경험과 참여를 유도합니다.


LESS PLASTIC
PAPER IS ENOUGH!

비욘드 자판기 앞에서

전시 공간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이 자판기였습니다.

"늘어나는 화장품, 리필스테이션만으로 우리의 일상을 바꾸기엔 부족합니다. 이제 새로운 제품을 사기보다는 리필 팩을 선택하세요."

다소 진부하지만 정공법으로 승부하는 듯한 캠페인 카피, 버리는 화장품 플라스틱 500g을 가져오면 리워드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는데 직관적이고 목적성이 명확하여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환경 이슈의 중요성(또는 위험성이라고 할 수 있겠죠)에 대해 이야기하는 캠페인을 기획하다 보면 난감하고 어려운 지점이 많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너무 당연한 교훈을 남겨야 한다는 점이겠죠. 그래서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메시지는 안으로 숨기고 흥미로운 기획 요소와 섞어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욘드 팝업의 경우 정직하게 우직하게 숨김없이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가능한 덜 쓰자',

'지금도 충분하다' ,

'새로운 것을 사지 말자'


네, 불필요한 변주 없이 정면으로 메시지를 던집니다.





10평 남짓의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운 체험 요소

VMD 측면에서도 이러한 정공법 스타일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화이트 톤에 브라운(재생 용지의 컬러겠죠) 이 두 가지 주제 컬러만 최소한으로 사용했고 POP대, 리필 용기, 포장재, 용지 등 공간을 채운 모든 물건은 대부분 종이로 구성되었으며 다소 투박하게 느껴질 만큼 직관적으로 질감을 드러냅니다. 천장은 한지로 꾸미고, 선반과 서랍장은 종이로 제작해 자연분해 된다고 합니다. 높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사려 깊은 기획의 디테일이 돋보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팝업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체험적 요소가 무척 다채로웠다는 점인데요. 경험한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보자면


1) 비욘드 자판기 (리필팩으로 바꿔주는)

2) 인스타/카톡 채널 팔로 이벤트 (바디워스 샘플 제공, 물론 당연히 친환경 종이 패키지로 된)

3) 분리배출 챌린지 (OX 퀴즈)

4) 모의 쓰레기 분리배출

5) 포토부스

6) 젤라토 제공 (당연히 종이컵이었고, 맛이 좋았음)


이 밖에도 공간 구석구석 친환경 메시지와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에 대해 매뉴얼 가이드를 제시했는데 크지 않은 공간임에도 매우 밀도 높은 공간 활용을 보여주었습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시각적인 임팩트를 남깁니다.
종이 안내판
지구야 미안해..
이게 전부 재활용이 안 되는 플라스틱 용기라고. (허..)
컷팅선 디테일



진심 어린 접객 태도

개인적으로 팝업 캠페인의 완성은 브랜드 구성원의 접객 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것은 일종의 내부 브랜딩의 연장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전시 구성 요소를 충분히 숙지했는지, 사전 지식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명료하게 전달하고 있는지 등 접객 태도와 숙련도 차이에 따라 팝업 경험의 질이 달라진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비욘드의 크루분들은 훌륭했습니다. 모두가 비욘드에서 일하시는 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공간 안에서 만큼은 비욘드의 소명 의식을 모두 공통되게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말 맛있었던 젤라토와 귀여운 아이콘 장식

짧은 방문을 끝내고 제 머릿속에 남은 생각은 '모두가 비욘드처럼 했으면 좋겠다'라는 것과 '사명감'이라는 키워드였어요. 사실 글 도입에서 밝혔듯 저에게 ESG와 지속가능성은 기본 소양이지 브랜드의 핵심 가치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했는데(그 생각에는 여전히 큰 변함이 없지만) 이 정도로 진심이라면 내세울 만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흔히들 팝업스토어의 목적은 판매나 홍보가 아닌 '본딩(bonding 연결감/유대감)'에 있다고 합니다. 또한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정서적 체험의 제공이라고도 하죠. 거창하게 말했지만 쉽게 말해 국내 클린 뷰티 브랜드하면 비욘드가 빠르게 떠오를 것 같다는 것입니다. 또 이 날 30분 남짓 체류하며 경험을 토대로 얻은 환경 상식은 팝업 방문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요. 저녁에 집에 와 재활용 분리배출을 하는데 이 날 배운 대로 엄격하고 능숙하게 분리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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