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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로브잣나무 Jul 27. 2021

답장_OO님께

2021-02-06에 작성된 글.

RE: 안녕하세요? 유튜브 영상 보고 이렇게 연락드렸습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편지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 자 한 자 꼼꼼히 읽고서 저도 뭔가 생각과 정성이 담긴 답을 보내드리고 싶어 조금 늦게 되었어요.


음악 자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뭘까요.. OO님 글을 보고 오랜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한동안은 좋아하는 음악 속에 파묻혀 평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는 음악이랑 결혼할 거야! 이러고 다니기도 하고... 그런데 삶에는 음악 외에도 너무나 많은 아픔 기쁨 사람 그리고 사건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음악에 대한 사랑의 형태가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전에는 삶과 음악을 동일시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음악이 저의 삶에 위로가 되고, 힘을 주고, 자본이 되고, 자존감 자신감을 키워주는 긍정적인 수단이 된 느낌이에요. 물론 그렇다고 순수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겠지만요.


어쩌다 보니 음악사랑에 대한 제 견해를 늘어놓게 되었는데,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지금의 저는 OO님 생각처럼 음악 자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아닐지도 몰라요. 다른 전공생들과 별다를 게 없는 사람인데 그렇게 봐주시니 사실 조금 부끄럽기도 합니다.. 다른 게 있다면 연습하는 티를 좀 낸다는 거...? 거창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보내주신 글만으로도 OO님 또한 음악에 대한 사랑이 무척 크다는 게 느껴져요. 생각해보니 저 또한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열망이 가득했던 적이 있어서 OO님께 깊은 공감이 갑니다. 전혀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긴 망설임 끝에 그래도 용기를 가지고 글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덕분에 좋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언젠가 직접 뵙게 되는 날까지 꼭 이름 기억하도록 할게요. 저희 둘 다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꾸준히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좋은 하루 보내시고 몸과 마음이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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