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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Jul 18. 2019

포르투갈의 패러 글라이딩

7. Arrabida의 하늘에서

2018년 2월~3월, 2018년 4월~5월, 2019년 2월~4월, 이렇게 세 번에 걸쳐 4개월 동안 포르투갈의 메인랜드, 마데이라 섬, 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아조레스 군도에서 때로는 관광객으로 때로는 현지인들의 친구로서 그들의 생활을 여행했다. 나의 여행 기록이 포르투갈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애정이 깊어지는 계기가, 포르투갈 여행을 앞두었거나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는 용기와 응원이 되었으면 한다.


https://brunch.co.kr/@gagoganda/8 
포르투갈을 세 번째 여행하는 두 여자의 리스본 근교 여행 편에 이어서 씁니다.


드디어 패러 글라이딩 업체 사람들과 만났다. 업체에서는 두 명이 왔다. 한 명은 랜딩 장소에서 픽업을 위한 대기를 해야 하기에 언니와 나는 차례로 패러 글라이딩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전화 예약 시 우리는 두 명이고, 두 명 모두 패러 글라이딩을 할 수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했었다. 그들은 물론이지! 하고 대답했는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우리 둘 다 동시에 패러 글라이딩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질문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묻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이 대화의 책임은 내게 있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영어 대화에서는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차를 타고 산 아래 해변에서 출발해서 산 중턱으로 향하는 길, 내게도 이런 극도로 신남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직 남아있었나 하고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언니와 나는 서로의 표정에서 읽히는 감출 수 없는 기대와 긴장을 함께 느끼며 패러 글라이딩을 시작할 장소에 도착했다.

 

언니가 먼저 하늘을 향해 날았다. 사력을 다해 온갖 사진과 영상을 번갈아가며 언니를 찍었다. 언니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오랜 로망이 실현된 순간이 내가 찍은 사진과 영상으로 멋지게 남았으면 했다. 언니가 언젠가 이것을 꺼내볼 때마다 이 순간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이 행복한 기억으로 추억되길 바라면서.


다시 해변으로 돌아와 랜딩을 앞둔 언니를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 동안 지금 언니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저 멀리서 해변을 향해 오는 언니의 얼굴에서 솟아오른 광대가 보이는 듯했다. 우리 언니의 웃는 얼굴은 압도적인 존재감이 있다. 언니를 지켜보기만 했을 뿐인데 언니의 즐거움이 내게도 온전히 전해졌다. 패러 글라이딩을 마친 후에도 쉽사리 가라앉혀지지 않는 언니의 유쾌한 흥분감은 다음 차례를 앞둔 나의 기대감을 더욱더 상승시켰다.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언니의 인사를 뒤로 하고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내 발 밑의 아라비다 국립공원, 저 멀리 보이는 세투발과 트로이아 해변, 끝없이 펼쳐지는 대서양의 수평선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상공에 금세 익숙해져 온 몸에 힘을 풀고 패러 글라이더에 내 몸을 맡겼다. 바람에 실려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눈 앞의 풍경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아마도 나는 미소도 감탄도 아닌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업체에서 보내준 사진을 보니 행복으로 가득한 얼굴이 넘쳐났다.


포르투갈, 이런 모습도 있구나. 위에서 내려다보니 참 새롭다.



땅에서 나를 바라보며 기다려주고 있을 언니를 상상하니 하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올해 내가 실패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을 때 나보다도 더 슬퍼하며 내 곁을 지켜준 소중한 내 친구, 그 친구가 나를 보며 울고 있던 그 장면이 스쳤다.


실패를 확인한 그 순간의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무슨 감정을 느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내 친구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성공의 결과를 얻기 위해 내가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나의 친구는 아낌없이 슬퍼했다. 나를 보면서 우는 친구의 얼굴을 보니 나도 그제야 눈물이 핑 돌았다. 나만큼이나, 때로는 나보다 더 나를 잘 알아주는 친구와 함께 맞이한 실패는 잠깐이나마 우리의 것인 듯했다. 그러나 혼자인 시간의 나는 이 실패를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의 생각만으로도 내 에너지를 한없이 가라앉게 만드는 이 실패는 마음 한편에 꼭꼭 묻어두고 싶었다.


하늘 위에 있었던 덕분인지 몰라도 나는 깊은 속내를 이야기하는 낯선 일에 쉬이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마치 내게 일어난 일들을 저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내 등 뒤를 지키고 있는 호세에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나 많이 힘들었어, 그래도 그 덕분에 여기까지 와서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네."


하고 내 이야기를 마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나는 힘들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힘들다는 생각이 나를 규정하게 될 것만 같아 좀처럼 이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해 왔다. 이 말을 듣게 될 사람에게 내 힘듦의 무게를 같이 나눠갖자고 요구하는 것처럼 부담을 줄까 봐 누군가에게 말하는 일은 더더욱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 일상의 삶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지금 이 순간 나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낯선 이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오히려 수월했다.


호세는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 사는 게 원래 그렇기도 하더라."하고 껄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살면서 특별히 패러 글라이딩을 하기에 너무나 환상적인 날씨를 우연하게 누리기도 했던 네가 얼마나 대단한 행운아인지를 꼭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가볍게 던진 나의 무거운 얘기를 허투루 듣지 않고 내게 필요한 만큼의 위안이 되어주었다.


한참 동안 내 귓가엔 오로지 바람 소리만 들렸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해변에 착륙해서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차로 돌아가는 고즈넉한 오솔길을 걸으면서 하늘을 여러번 올려다보기도 했다. 내가 저곳에 있었다니, 믿을 수가 없어!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언니와 나는 오늘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의 한 조각이 될 것임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리스본으로 돌아오는 길, 하루 종일 운전을 하면서도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야무지게 핸들을 다잡은 언니의 두 손이 이국의 땅에서 참으로 든든했다. 언니가 있어서 정말로 고맙고 또 고마운 하루였다.






패러글라이딩 정보


□ 비용 : 75유로, 사진 포함

    숙박업을 하는 곳의 홈페이지를 통해 연결된 업체라

    중간 커미션이 붙어 더 많은 비용이 든 것 같음.

    58유로인 곳도 있음.

□ 1인당 소요 시간 : 약 1시간

□ 호세의 Tip

 1. 여름엔 Portinho 해변에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랜딩 장소가 바뀌거나

    바람이 없어 뜨지 못하는 날이 많음.

 2. 미리 예약을 하더라도

    날씨에 따라 취소되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생기기도 함.

 3. 호세는 유럽 전역을 돌며

    패러 글라이딩을 하는데,

    도시와 자연(산, 바다)을

    함께 누릴 수 있는 포인트는

    이곳이 거의 유일하다고 했음.

    스위스와 마데이라를 베스트로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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