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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에세이] 사랑의 각도

| 매일 밤 연애소설을 쓰는 할머니로 살고 싶어

by 암시랑

작가 양선희는 <봄날의 연애>,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 <리셋하다> 등 시와 소설, 에세이를 넘나들며 글을 쓴다. 낯은 가리지만 사람들 틈에서 웃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문득 혼자된 시간에서 새로운 시와 이야기를 찾는다고 한다.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배역에 몰입하다 보면 배역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작가 역시 소설 속 인물을 창조하면서 그런다니 새롭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그리고 슬퍼서 힘든 이야기보다 밝고 가벼운 이야기가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을 들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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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일상을, 연애 이야기를 읽는데 글쓰기 강좌 쇼츠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재빨리 멈추고 다시 돌려 읽었다. 사물을 어떻게 관찰해야 하는지, 어떤 감상에 닿아야 하는지, 또 정원을 그려 놓는 꽃들의 이야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기후 위기를 실감하지만 자신이 가꾼 정원을 보며 애틋해 하는 작가의 양가감정도 느껴진다.


불타는 청춘에 느꼈던 감정과는 쉰 중반의 사랑은 분명 다른 것처럼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순간마다 달라지는 ‘각도’라고 하는 말에 공감됐다.


정원, 나무 이야기 등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그의 일상을 보다가 조금 무료해질 즈음 읽길 멈췄다. 웃펐다. 오전에만 나와 내가 일을 보고 있는 곳엔 보통 60대 후반 이상의 어르신들이 컴퓨터와 휴대폰 교육을 받는다. 꽤나 열성적이어서 다소 시끄럽기도 하다. 그중 특히 다른 사람의 말을 잘라 먹고 자신 말만 해대는 밉상 어르신이 있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져 외면하게 됐는데 문득 책 내용에 등장하는 사람처럼 할 말을 잊을까 봐 다급해 다른 사람 말 사이에 끼어든 건 아닌지. 나도 깜빡하는 일이 많아진 지금, 우린 많은 것들을 잊은 만큼 채우며 살지만 나이가 들수록 잊는 것에 비에 채우는 게 적어지는 현실이라서 마음이 조급해지는지도 모르겠다.


KakaoTalk_20250923_100217617_02.jpg 97쪽


이 책은 살며 마주하는 다양한 사랑을 풀어낸다. 첫사랑의 설렘과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나 되짚는 지난 사랑과 결국 끝내 붙잡지 못한 회한이 마음을 흔들었다. 담담하지만 단정한 문장이 울림을 주고 자신이 지나온 사랑이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한편 나의 약방 할미는 어디 있을까 싶고 이젠 누군가의 약방 할 배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해서 혼자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마치 햇살로 만든 기타 줄을 튕기는 것 같은 이 소절이 노래서 무려 다섯 번 반복된다." 118쪽


비틀즈의 노래를 듣고 자란 세대로 작가의 기억 속 멜로디를 상상하게 된다. 햇살로 만든 기타 줄 소리라니, 표현이 너무 감각적이지 않은가.


KakaoTalk_20250923_100217617_03.jpg 157쪽


이 책은 첫사랑처럼 풋풋하거나 불타는 사랑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감각임을 설명하면서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한 걸을 뒤에서 조망한다. 작가의 일상과 지나온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감성적이고 성찰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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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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