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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왜 착한 소비에 열광할까?

요즘 세대에게 소비는 사회적 생존의 연장이다.

(사회적 생존은 Z세대 글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어느 정도 타인을 의식하면서 소비하고, 제품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보이게 할지 고려한다. 브랜드가 곧 자신이 될 정도로 브랜드와 자아 일치성이 높은 세대다.


MZ세대를 설명하는 말 중에, '자신이 소유하는 것을 자신의 일부로 여긴다'는 말이 있다. 이는 MZ세대의 소비가 소비자 자신의 정체성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착한 브랜드에 대한 소비의 근본 역시
자아 연출에 있다.


우리는 논란이 되는 브랜드는 굳이 구매하지 않는다. 2019년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문제로 ‘노 재팬’ 운동 (일본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당시 일본 브랜드를 소비하려는 사람들은 크게 눈치를 보며 꼼수를 부리곤 했다.


가장 구설에 오른 것은 일본 자동차 구매자들이었다. 불매운동이 한창이었던 2019년 9월에 국내 번호판의 앞자리가 두 자릿수에서 세 자릿수로 바뀌면서 불매운동 중에 일본 자동차를 구매한 경우에는 모두가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일부 소비자는 아직 세 자릿수가 도입되지 않았던 ‘짧은 규격’의 번호판을 발급받은 뒤 추후에 크기만 바꿔 긴 규격의 번호판에 여전히 두 자릿수의 번호를 가질 수 있도록 꼼수를 부렸다.


부정적 소비는 어떻게든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감추려 하는 소비자의 태도가 잘 드러나는 사례였다.



하지만 자아 연출 소비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사회공헌이 활발한 브랜드를 소비할 시 긍정적 자아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셀럽들 사이에서 유행하며 대중적 기부로 이어진 유니세프의 '호프링'이 있다. 호프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비영리 단체의 기부 크라우드 펀딩(팔찌나 배지를 구매하면 그 금액이 기부되는 펀딩)의 시초다.


호프링은 정기후원을 시작하면 받는 일종의 '착한 사람 인증서'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굿굿즈 (Good Goods; 사회적 가치를 지닌 굿즈를 후원하는 상품)라고 할 수 있는 이 반지의 배경은 '20·30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후원자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며, 실제로도 높이 평가받아 에피어워드 등을 수상했다.


‘호프링’을 처음 제작한 마케터도 그 이유가 ‘자기표현’에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기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기부했다는 것을 표현함으로써 그 가치가 커진다는 것이다.


물론 때때로 착한 마음 자체가 소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무도 몰라줘도 배달의 민족에서 '일회용 수저, 포크 안 주셔도 돼요'를 누르듯 말이다.


하지만 '나 기부했소'를 인증하는 호프링이 생기자 단 며칠 만에 목표 기부치를 달성했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는 오로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기보다 그러한 사람으로 인지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마케터의 입장에서 보자.
기업이 착하게 보일 수만 있다면 매출이 올라갈까?


결론 먼저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자아 연출이 중심인 만큼 개성이 있거나, 예쁘거나, 실용적이지 않다면 결국 소비자의 관심을 얻어낼 수 없다. 기존에 있던 제품들처럼 기본적인 혜택이 결정적인 소비로 이어진다.


프라이탁 각방(출처: 프라이탁)


‘프라이탁’이라는 가방 브랜드를 알고 있는가? 프라이탁(FREITAG)은 자동차 안전벨트, 자전거 바퀴, 트럭 방수포 등을 재료로 재활용해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들을 만든다. 복잡한 공정과정 때문인지 프라이탁의 가방 하나의 가격은 평균 3-40만 원을 웃돈다.


결코 적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프라이탁의 매출액은 매년 500억 원을 넘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프라이탁이 환경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매하는 것일까?


사실 프라이탁을 구매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그리 친환경적이지 않을 수 있다. 프라이탁 가방이 스위스 취리히 주에서 만들어져 우리나라까지 배송되어오는 과정에서 소모되는 탄소를 생각한다면 국내에서 비슷하게 재활용된 가방을 사는 것이 더 친환경적일 것이다.


'국내에는 프라이탁 같은 가방이 없어서 프라이탁을 샀을 수도 있잖아요!'라고 말하고 싶다면, 아쉽게도 비슷한 브랜드가 국내에 있다.


큐클리프 가방(출처: 큐클리프)


국내 업사이클링 디자인 브랜드 '큐클리프(Cueclip)'는 프라이탁과 유사하게 현수막, 텐트, 우산 등의 소재를 재사용해 특별한 디자인과 환경적인 의미를 모두 제공하지만 가격은 반의 반에 가깝다. 다시 말해 환경적, 가격적 측면에서 프라이탁보다 나은 대체제가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만 원이 넘는 프라이탁의 정확한 공정과정을 알지 못하고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는 이유는 단순히 사회 공헌적인 의미 때문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단 하나뿐인’이라는 개성과 최초로 현수막, 텐트 등의 소재로 업사이클링했다는 브랜드의 정체성, 그리고 준명품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때때로 보기 드문 새하얀 디자인의 프라이탁은 리셀 플랫폼에서 조금 더 높은 값에 재판매되기도 한다. 그리고 가격이 높고 희소성 있다는 것 자체가 준명품으로서의 조건을 충족시킨다.


결국 프라이탁의 소비자들을 움직인 것은 사회적 가치가 아니라 제품 자체의 매력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착해서’가 아니고 ‘예뻐서’ 산거다.




사회공헌적 활동은 모든 기업이 한다. 이제 사회공헌 활동은 더 이상 브랜드의 획기적인 스펙이 되지 않으며, 그 자체로는 매력적인 소비 요인이 되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프라이탁은 초반에는 사회공헌적인 긍정적 의도를 효과적으로 내세워 인지도를 높였고 착한 이미지도 가져갈 수 있었다.


지금은 이 이미지를 지속시키는 동시에 디자인과 명품성이라는 추가 베네핏을 제공하면서 소비자의 본질적인 소비 욕구를 성공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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