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SNS의 사용동기 두 가지(정보 탐색, 사회적 상호작용)를 알아봤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우리는 SNS에서 위 그림들처럼 자신이 속한 집단을 열심히 드러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그 집단을 자랑스러워해서’ 라기 보다는 그 집단에 소속되어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 요지인 것 같다.
이들은 왜 이렇게 집단 속에 있음을 표현하고 싶은 걸까?
SNS에서는 오프라인에서와 다르게 내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정보들, 내가 지향하는 나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SNS 속 자아 표출은 일방적인 표출이기보다 타인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설득하려는 과정으로서 자기공개(Self-disclosure)의 개념으로 설명된다.
그런데 그 자기공개가 일상보다 더 솔직해지는 과정일까? 아니면 일상을 편집해 가면을 쓰는 과정일까?
SNS는 편집된 자아의 장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길 바라고, 그렇게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학술적 용어로 ‘자기 제시’라고 부른다.
자기 제시를 하는 과정 속에서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이게 할까?’를 고민하는 것을 ‘자기 감시’라고 한다.
앞서 말했듯, SNS 내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편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SNS에서 편집된 모습에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은 자기 감시의 수준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기 감시 수준이 높은 사람은 실제 CSR 캠페인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에게 SNS 캠페인 참여는 영향력을 확인하고 그것을 자신의 피드에 노출시켜 피드에 게시될 내 모습을 관리하는 과정인 것이다.
SNS는 솔직한 자아의 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셜미디어 속 또 다른 나의 모습은 현실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진정한 나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예컨대 친구의 자랑 글을 보고 기분 나쁜 마음이 들었다면 해당 게시물에 '싫어요'를 누르거나 악플을 다는 행위는 도덕적 평가와 무관하게 적어도 솔직하다고, 태도와 행위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SNS는 오히려 오프라인의 삶에 비해 솔직하다.
아주 오래된 연구 하나가 있다. Matheson과 Zanna(1988)의 자기인식이론(self-awareness model)에 따르면 익명의 상황에서는 사적 자기인식(남과는 상관없이 자신 내면의 감정, 태도, 신념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의 작동으로 평소 개인이 생각했던 소신과 신념, 태도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여기에서는 익명의 SNS에서 외부상황의 압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낮고, 사적 자기인식이 높아져 솔직한 자신을 보일 확률이 높아진다. 일상에서는 일반인으로 살다가 트위터에서 활발한 덕질을 펼치는 팬들이 대표적인 예시가 되겠다.
편집된 자아, 솔직한 자아 이론은 얼핏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립이 가능한 이론이다.
편집된 자아는 평소에 자신이 내보이고 싶었던, 그러나 현실적 한계로 인해 추구할 수 없었던 자아상을 드러내게 된다. 또한 솔직한 자아는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 중에서도 특히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행위들이 전면에 드러난다는 점에서 과장이 일어나게 된다.
결국 소셜미디어 안은 가짜고 밖이 진짜라고 할 수도 없고, 소셜미디어 속 자아가 진정한 자아라고 이상화할 수도 없다.
물이 담기는 용기에 따라 모양이 바뀌듯, 똑같은 자아가 환경에 달리 적응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어느 쪽이든 필터링된 자아들이 모인 SNS는 엄밀히 말해 현실 세계의 연장선에 있다. 이것이 소셜미디어 세계가 마케터에게 기회의 땅인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SNS 마케팅이 광고최적화를 통해 매출증대를 이뤄나가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가 생각하는 소셜미디어에서의 새 기회는 ‘고객의 이상적 자아 파악’이다.
제페토에서 본인의 아바타를 구릿빛 피부로 설정하고, 빨간 옷 위주로 입힌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는 현실에서도 그런 피부 톤과 그런 색의 옷을 선호할 확률이 높다.
아바타 유형 분석 연구결과에서도, 피실험자들이 선호하는 아바타는 현실적 자아와 지나치게 동떨어진 상상형, 엽기형 혹은 자아 분열적 모습보다는 실제적 현실을 지향하고 반영하며 실현 가능한 희망을 표현하는 모습을 담고 있음을 제시했다*.
소비자가 무얼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지상 과제인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소셜미디어를 놓쳐서는 안되겠다. 고객의 이상적 자아에 대한 연구가 지금보다 더 정량적으로 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 SNS를 왜 하느냐고 물으면 ‘재밌어서’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맞다. 우리는 재밌는 걸 못 참고, 찾아다닌다.
실제 재미와 오락, 그보다 더 큰 개념인 여가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어떤 일에 보상 없이 몰입할 때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행위에 빠져든다.
그 몰입 행위가 중독성을 갖게 되었을 때, 우리는 시간 개념이 왜곡되는 경험을 한다*. 유튜브를 보다 보니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 그 경험 말이다. 왜곡된 시간개념은 현실의 긴장을 잊게 하며 중독의 루프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콘텐츠 마케팅, 브랜디드 콘텐츠, 펀슈머 마케팅 등 재미 혹은 흥미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들이 유행한 것도 이러한 동기가 일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설득적인 광고가 SNS 상에서 오락에 몰입한 상태를 방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자들은 자신들의 컨텐츠가 소비자의 어떤 여가 동기를 만족시키는지 확인하고 그들의 여가를 방해하지 않는 컨텐츠를 제작해야 할 것이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유머 게시물 뒤에 딸려오는 제품 광고는 여가 몰입을 방해하여 반감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는 자신의 몰입이 훼손되는 순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브랜디드 콘텐츠의 탈을 쓰고 실제 댓글인 것처럼 만들어진 00제모크림 광고, 흥미로운 정보 글인 것처럼 포장된 음악 바이럴 광고 등은 단순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하겠으나 그 이후의 태도는 책임지지 못할 것이다.
덧붙여, 최근에 맡은 SNS 홍보 프로젝트에서 얻은 교훈을 이야기하고 싶다. 많은 기업 클라이언트들은 ‘MZ’세대가 ‘재밌어할(웃겨할)’ SNS 콘텐츠를 원한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면 하여간 웃겨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하지만 본 프로젝트를 위해 20대를 조사한 결과, 30%가 넘는 이들이 SNS를 통해 비즈니스, 경영, 경제 등과 관련된 정보를 얻고 있었다. 물론 유튜브를 제외하면 그 수치는 낮아지지만 분명한 건 재미가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조사를 시작한 배경은 단순하다. 젊은 독자들이라면 느끼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유머 컨텐츠를 장시간 소비하면 소위 ‘현타(현자타임)’가 온다. 다시 말해 인생을 낭비하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든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SNS에서 유익하고 생산적인 정보를 찾고 그런 계정을 팔로우하는 MZ집단이 있다. SNS 유저의 대다수는 유머 컨텐츠를 좋아하지만, 꼭 재미가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자사가 갖고 있는 정보와 자원에 따라 조금은 진지한 SNS 전략을 검토하는 것은 어떨까?
*출처
- 김유승, 이선영 (2018) 자기 감시성과 내재적 동기가 소비자 참여형 CSR에 미치는 영향, 2018년 한국PR학회 가을철 정기 학술대회, p.33
- Matheson, K. and Zannz, M.P. 1989 “The impact of Computer Mediated Communication on Self-awareness”. Computers in Human Behavior 4: 221-233
- 박성희. 2004. “사이버공간의 대리자아 아바타의 역할 유형 분석”. [한국언론학보] 48(5): 375-404
- Csikszentmihalyi, M. (1990년). Flow: the psychology of optimal experience. [최인수 옮김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