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종종 밈을 쓰는 과감한 시도를 한다. 다만, 이러한 시도는 밈을 유통과정의 끝으로 몰아내는 경향이 있다.
앞서 설명했듯, 밈이 충분히 대중화되었을 때 광고나 공중파에서 활용할 가치가 생긴다. 모두가 이해해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방송을 타고 밈이 너무 대중화되면 빠르게 소멸의 단계에 이른다.
밈의 묘미는 기존 맥락을 비트는 새로운 해석이 존재하고, 이를 또 새롭게 해석할 여지가 있을 때 빛이 난다는 거다.
하지만, 방송사와 기업들이 정형화된 의미를 콕 집어 사용하면 더 이상 밈으로서의 발전 여지가 없어질뿐더러 ‘우리 사이의 농담’이 아니게 된다. 즉, 유머와 놀이의 조건을 상실해버린다.
결국, 새로움, 재미, 소수문화의 소속감 등 밈을 지탱하던 기둥들이 사라지며 밈은 수명을 다한다. 그리고 우리의 가슴 속에 ‘한 때 재미있던 추억’으로 남는다. 여름이었다.
그런 와중에, 대중의 놀이를 훼손하지 않은 밈 광고들은 망하지 않는다. 외려 호평을 받는다.
누리꾼들이 공유하던 유머 코드를 더욱 확장해주는 ‘재생산자’ 혹은 놀이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자처하면 성공적인 밈 광고를 만들 수 있다.
성공사례 1. 100종원
백종원이 유명세를 타고 많은 누리꾼은 그가 해외사업과 유튜브와 전국단위 방송과 게임, 육아 등 말도 안되는 스케줄을 잘 소화하는 것에 경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백종원이 사실 100명이라 100종원이다’하는 우스갯소리가 SNS에서 유행했다.
이를 빠르게 캐치한 게임회사 넥슨은 그를 활용한 광고를 냈다. 네티즌이 생각한 100종원을 영상으로 실현해주어 밈을 완성한 것이다. 이 광고는 다시 SNS ‘짤’로 돌아다니며 유행했다.
성공사례 2. 톤궁예
또 다른 성공적 사례는 에뛰드 하우스의 ‘톤궁예’ 광고가 되겠다.
KBS 주말드라마 <태조 왕건> 속 궁예의 명대사 ‘누구인가,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 가 있는데, 이후 기침한 신하에게 마구니가 꼈다며 그를 벌하는 장면이다.
이 부분은 밈이 되면서 ‘억지로 무언가를 맞추거나 찾아내는 일’을 ‘궁예질한다’라고 표현하게 되었다.
그 중에도 ‘톤궁예’는 화장품, 옷을 통해 내 피부에 어울리는 톤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 하우스는 어떤 톤의 화장품을 고를지 고민하는 손님에게 김영철이 여전히 근엄한 목소리로 ‘누가 지금 톤궁예를 하였어’ 라며 피부톤과 상관없이 잘 어울린다는 틴트를 소개한다.
위와 같은 광고들이 매출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모르겠지 만 조회 수, 광고를 끝까지 보는 비율, 화제성 등에 있어서는 성공적이었을테다.
적어도 대중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보기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밈을 적절히 이용했다고 보여진다.
밈을 만들고싶어하는 기업, 소비자들의 밈놀이에 끼고 싶은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밈에 대한 분명한 이해 없이는 어렵다. 외국인이 한국어의 ‘정’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