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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살아가는 시대
: 정신적 가난

스마트폰과 SNS, 정신적 가난의 가속화

‘히키코모리’라는 단어가 일본에서 건너올 때만 해도 그 어감에는 병적이고 극단적인 느낌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집에 박혀 사는 사람은 ‘집콕러’ ‘집돌이/순이’라며 하나의 성향처럼, 자신의 일상이나 경향을 소개하는 말로 쓰인다. 가상세계에 몰입한 인구가 늘고 있으며, 히키코모리 수준은 아니더라도 가상세계(유튜브, SNS 등)에 몰입해 있는 시간이 그리 낯설지 않은 시대인 것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스마트폰이 있다고 확신한다. 스마트폰은 가성비 떨어지는 현실의 성취보다 가상세계의 쉽고 빠른 자극을 택하게 했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가상 자극은 몇 번의 엄지손가락 움직임으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뇌의 도파민 보상체계 측면에서 현실보다는 스마트폰 속 세상이 훨씬 가성비가 좋다. 


현실의 친구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만 편집/과장할 수 있는 트친(트위터 친구)이 편하다. 살을 빼고 멋진 노래를 연습해서 현실의 연애를 하기보다는 아이돌이나 포르노가 더 가성비 좋은 선택지라고 느낄 수도 있다. 이러한 ‘가상 대안’은 점점 더 현실의 일들을 까다롭고 멀게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두 번째 변화는 SNS를 통한 실시간 사회 비교다. 스마트폰은 삶의 질 경쟁을 실시간으로 끌어들였다.


3040이라면 동창회에 나가서 느끼는 신경전을 알 것이다. 어떻게 사냐는 말에 그랜저로 답해야 하는 곳이다. SNS 시대는 그 긴장감이 동창회를 넘어 일상에 침투한 시대다. 


연례행사였던 동창회의 신경전은 이제 매일, 하루에도 수십 번 일어나는 전투가 되었다. 매일 내 동창과 동기가 내가 얼마나 잘 사나 보고 있는 듯 느껴진다.


이 말을 들은 친구는 ‘난 그런 거 신경 안 쓰는데?’라고 답했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개인이 많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페이스북의 주 사용 동기로 ‘자기 공개’가 꼽혀왔다. 개인의 생각, 감정과 경험을 자발적이고도 의도적으로 다른 이들에게 밝히는 자기 공개는 우리가 SNS에서 흔히 보는 것들이다. 누가 묻지 않아도 저마다의 이념이나 성과 등을 업로드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 미화되었거나, 삶의 하이라이트만 모아둔 ‘편집된 자아 공개’다. 놀러 간 날, 예쁜 사진이 많은 날 스토리를 유독 많이 올리듯 말이다. 


그래서 지친 상태로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을 훑어보면 모두 행복해 보인다. 늘 여유롭게 놀고 있거나, 성공적으로 일자리를 구했거나, 워라밸을 지키는 듯 보인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 나는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내 일상을 올려!’


그런데, Z세대가 정말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렇게 편집된 모습만 업로드할 이유가 없다.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타인의 삶은 SNS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한번 생각해보라, 내가 최근 올린 게시물이나 스토리를 정말 왜 올렸던가. 



가상 자극이 부정적이라는 과학적 근거


‘그럼 어때, 새로운 삶의 방식인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가상 자극은 더 자극적이고 가성비 좋게 다가오고 있다. 그곳에 몰입할수록 편집된 타인의 빛나는 모습을 보게 될 확률은 높아진다. 


그러면 나는 뭐 하고 있나 생각하며 자존감이 낮아지고, 본인도 그럴싸한 일이 생겼을 때 잽싸게 업로드하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된다. 


긍정적이지 못한 이 루프가 계속되면 모두가 행복하고 완벽한 인스타그램 세상이 완성된다. 그 누구도 완벽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데 말이다.


이런 뇌피셜을 조금 더 정교하게 정리한 학자도 있다. <나 세대, Generation Me>(2007) <#i 세대, iGen>(2017)의 저자이자, 세대 연구에 집중해 온 샌디에이고주립대학교 심리학자 진 트웬지 Jean Twenge에 따르면, 그녀가 ‘i 세대’라고 부르는 이 Z세대들은 전 세대들에 비해 기대치나 야망이 낮고 자신감도 떨어진다. 그래서 경제활동에서도 위험 회피 경향이 강하다. 


오늘날 10대~20대는 기대와 달리 과거 세대보다 성관계나 음주도 훨씬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부와 물질적 풍요로움은 더 추구한다. 인간관계와 공동체 의식 같은 의미론적 가치보다 돈, 유명세, 부유함과 같은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심리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 트웬지의 설명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경향 또한 스마트폰을 기점으로 급속하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그림에서 보이듯 스마트폰의 등장을 기점으로 운전면허 취득, 음주, 연애,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비율이 극적으로 낮아진다. 스마트폰을 기점으로, 위험이나 책임을 짊어지고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세계에 발 디디는 것을 주저하게 되었다. 그럴 바에는 잘 편집된 몇 가지 가상 자아를 업로드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위에 나와 있듯, 모든 것에 뒤처져있고 더 외롭다고 느끼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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