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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소비하는 것: 너보다 잘살고 싶은 본능

Z세대의 소비는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Z세대를 겨낭해 메타버스에서 신제품 론칭한 OO 브랜드’

‘Z세대 공략한 숏폼 비디오 이벤트’

‘Z세대를 조준한 친환경 라인’ 등


정작 Z세대는 집에서 TV 보고 있는데 다들 이곳저곳에서 겨냥하고 조준하고 난리가 났다. 이 혼란에 합류하지 않기 위해 Z세대 소비에 대해 정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직관적으로 든 생각은 Z세대가 대체로 ‘예쁜 쓰레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예쁜 쓰레기'란 쓸모보다 예뻐서 소비한 물건을 의미한다.


Z세대가 예쁜 쓰레기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다.


1) Z세대는 웃기게 생긴 볼펜(예쁜 쓰레기)이 그냥 마음에 들어서 3배의 가격에 사도 굶어 죽지 않는 세대이고

2) Z세대가 사는 현대사회는 모든 제품이 상향 평준화되어 기능적인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즉, 펜의 성능은 크게 차이나 봤자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격 대비 '마음'이 중요해졌다. 웃기게 생긴 볼펜이 일반적인 볼펜의 3배 가격이라고 하더라도, 그냥 마음에 들어서 샀을 때 만족도가 높은 것이다.


오늘날 광고에서도 이런 Z세대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요즘 금융사 광고들은 높은 이자율과 혜택을 강조하던 과거의 불문율을 깨고, Z세대를 대상으로 아이돌이나 트렌디한 카피, 캐릭터 등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 금리가 낮아져 금융사 간 예·적금 상품의 차이가 의미 없어진 것도 있겠지만 Z세대에게는 금융상품도 더 이상 단순히 실질적인 생존 수단이 아닌 게다.


여기에 SNS라는 요술봉이 더해지면 이른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는 완벽해진다. 예쁜 쓰레기의 떨어지는 가성비는, SNS에 올려서 얻는 만족감으로 메꾸어지며 충분히 합리적인 소비가 된다.


거기에 굳이 ‘탕진잼’ ‘소확행’과 같은 말을 덧붙여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하게 소비를 정당화하는 것을 보면 내심 이게 알뜰살뜰한 소비와 거리가 멀다는 걸 Z세대 스스로도 알고 있는 듯하다.



아, 물론 앞서 말했듯 Z세대를 미래에 대해 걱정이 없는, 마냥 천진난만한 세대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Z세대를 둘러싼 욜로, 소확행과 같은 (옛) 말이 철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슬픈 현실이 스며들어 있다. 낮은 금리의 적금을 들어 기약 없는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당장에 안주하기로 한 젊은 세대의 현실인 것이다.


일례로 ‘탕진잼’은 ‘나 돈 썼고, 재미있었다!’라기보다 ‘와하하하, 카드값 어떡하냐~ 난 몰라 하하하!’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히는 경우가 많다. ‘가즈아’로 대변되는 비트코인과 주식시장에서의 투기성향 역시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계층 이동이 불가능한 현실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그럼 좀 더 들어가 보자.


Z세대는 정말 무엇을 소비하고 싶은 걸까?


답부터 툭 던져놓자면 Z세대는 상대적 우위를 사고 싶어 한다.


지금에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그게 어렵다. ‘쟤보다 잘살고 싶은 본능’이 우리 뇌의 원초적인 기능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우리 뇌를 연구할 때, 특히 뇌의 원초적인 기능을 연구할 때에는 그만큼 먼 조상이자 신경계 관찰이 쉬운 동물, 바닷가재를 참고한다. (가재가 우리의 조상이라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도, 사실이다.)


바닷가재는 자신을 보호하고 좋은 서식지를 차지하기 위해 서열 경쟁을 한다. 서열 경쟁에 이긴 바닷가재는 몸에서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세로토닌은 가재가 몸집을 더 크게 과장할 수 있게 하고 자신감을 갖게 한다. 반면, 패배한 가재는 세로토닌 분비가 제한되어 비교적 자신감이 낮아지고, 결론적으로는 앞으로도 세로토닌 비율이 더 높은 가재에게 패배할 확률이 높아진다. 악순환인 것이다.


바닷가재의 신경계는 인간 신경계의 단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세로토닌은 인간에게도 비슷한 효과를 가져온다.


이 맥락에서 많은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도록 설계되곤 한다. 인간과 바닷가재 모두 세로토닌의 영향을 받는다는 게 왜 중요할까?


서열 구조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뇌의 영역은 아주 오래전에 생성된, 뇌에서 가장 원초적인 부분이다.


인간도 결국 서열 구조에서 상대적 우위를 원한다. 아주 오래된 기본적인 욕구다.


우리는 늘 사회에서 타인 혹은 자신을 해석한다. 그리고 꼭 학벌, 직장이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나름 괜찮은 서열에 위치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본능 + SNS


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본능이 SNS를 만나버렸다.


옛날 옛적의 서열 본능은 추위를 피할 동굴을 차지하는, 생사의 문제였다. 너무 극단적인가? 우리 조부모님 세대만 해도 서열 본능은 전쟁 후 처참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터를 잡는 것이었다. Z세대처럼 생사 걱정이 줄어든 것은 정말 최근의 일이다. 


대신,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사회와의 비교 대잔치가 계속된다. 저성장기가 지속되면서 열심히 사는 삶의 가성비는 점점 떨어지고, 무기력한 와중에 남들보다 더 잘 살고 싶은 본능은 버리질 못하는 거다.


이러면 오늘날 브랜드들이 하는 짓이 납득이 된다. 


이들은 가능한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주려하고, 맞춤형으로 존중받는 소비자라는 효능감을 제공한다. 프로슈머, 팬슈머, 뭔슈머 같은 트렌드어도 그 뿌리는 비슷한 맥락이다. 광고 카피는 ‘OO해도 괜찮아’ ‘나는 달라’ ‘너만의 가치를 찾아’류로 통일된다. 그와 동시에 제품은 디자인을 기깔나게 하고 광고비를 쏟아 명품으로 포지셔닝한다. 우리 제품을 쓰는 사람은 상급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설득해 SNS에서 계급장이 되길 목표로 한다.


이런 게 작금의 ‘브랜딩’이라는 거다. 단순히 소비자를 속이는 과정이 아니다. (하지만 비싼 와인이라고 믿으면 실제로 더 맛있긴 하다. 눈감고 먹으면 잘 모르면서 코카콜라보다 펩시가 맛있다고 하고. 어느 정도 속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Z세대가 브랜딩 된 제품을 통해 사회적 존재감과 사회적 위계를 드러내는 소비행위와 소비성향. 이를 합쳐 ‘사회적 생존의 세대’라고 정의하려 한다.


사회적 생존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고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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