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서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SNS와 만나, Z세대는 사회적 생존의 세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생존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사회적 생존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의식주와 같은 생물학적 생존이 달성된 후 사회적 존재감, 사회적 위계 등 사회 구성원으로서 상대적 차이점 혹은 우위를 드러내려는 행위
위 정의에 쓰인 문구들의 구체적 의미를 들여다보자면,
1) 상대적 차이점은 남들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개성, 혹은 특정 집단에 속한다는 소속감 등을 말한다. 자신의 MBTI나 성격검사 결과를 올리며 ‘엔티제 여기 모여’를 외치거나, ‘반민초단’ ‘파인애플 처돌이’ 등 특정 집단에 속함을 알리는 행위가 상대적 차이점을 추구하는 행동이 되겠다.
2) 우위를 드러내는 행위는 자산, 외모, 스펙, 학벌, 성적 등 보편적인 위계와 관련되어 있으며 자신이 해당 위계에서 상위 수준을 성취했음을 알리려는 행위다.
사회적 생존은 의식주에서부터 드러난다.
옷을 보자. 백화점도 점차 초고가의 명품관에 ‘Z세대’를 겨냥한 엔터테이닝 존을 들이고, 1020대의 명품 소비는 코로나로 침체되었던 백화점 매출 전체를 흑자로 견인할 만큼 강력한 소비 형태가 되었다.
또한, 요즘 요식업의 경쟁력은 영양분이나 포만감에 있지 않다. ‘OO 맛집에 가보았는지’ ‘미슐랭 식당에 방문한 사진이 피드에 존재하는지’ 여부는 중요한 상징을 갖게 된다.
이런 행태는 Z세대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사회적 생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치열한 과정이다.
부동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례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익명의 누군가가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 동네인 ‘한남더힐’로 이사 간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러자 많은 익명의 댓글들은 ‘나 더힐 산다’ ‘마주치면 인사하자’ 등 본인도 그곳에 살고 있다는 뉘앙스로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돌아다니는 ‘짤’에 의하면 서울 한남더힐이 600세대인데 해당 게시글에만 400명 넘는 한남더힐 주민(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사회적 생존 역시 더욱 고달픈 경쟁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 경쟁이 심화하면 기업은 개인의 스펙을 이것저것 보게 되는 것처럼, 사회적 생존 경쟁도 위계의 기준이 세분화되고 있다.
‘좋은 동네’의 범위는 서울 전체에서 강남이나 분당으로, 나아가 오늘날은 초등학생까지 아파트 브랜드명을 알고 심지어 그것 간의 브랜드 가치 차이를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다.
이 외에도 Z세대의 가치 소비나 구독 경제 등 다양한 소비 형태가 사회적 생존을 통해 묘사될 수 있다. 다만 위 이야기들은 다른 챕터를 통해 소개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따로 빼 두었다. 아쉬워하지 마시길!
이처럼 Z세대는 경제 저성장기에 태어나 스마트폰을 통한 가상 자극의 범람, 일상화된 사회 비교의 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효능감을 느끼기 어렵지만 기초적인 생활은 보장되는 스마트폰이 있는 가난 속에서 그들은 경쟁의 본능을 상징의 경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념논쟁, 인스타그래머블, 미닝 아웃, 가치 소비 등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다. 적은 효능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탓에 기업이 이와 같은 ‘의미 표출의 창구’를 열어주면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느낌’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적 우위뿐만 아니라 민초단/반민초단, MBTI 등 소속감을 주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에게 알리려 하는 상대적 차이점에 주목하기도 하는 세대다. 사회적 경쟁의 장에서 아무런 색이 없는 무의미의 존재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Z세대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우리 부장님이 떠올라서 노파심에 덧붙여본다. 부장님은 종종 ‘OO 씨 틱톡 하나?’ ‘OO 씨도 Z 세대니까 여러 유튜브를 구독하나?’ 등등 흔히 얘기되는 Z세대 특성을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들이밀곤 하신다.
물론 그렇다고 답하는 Z세대도 있겠지만, 일단 내 대답은 ‘아니요’ ‘아니요’다.
그렇다면 왜 Z세대는 뭔가 독특하고 엄청난 특성을 지닌 것처럼 표현되고 있을까? 우리는 이를 ‘갑상선암’과 비슷하다고 본다.
한국은 한동안 갑상선암 발생률 1위 국가였다. 이 얘기를 하면 다들 미세먼지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많은 연구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한국의 정기 건강검진 시스템은 암을 모르고 지나가는 이들이 없도록 만들며, 높은 의료 기술력 덕분에 찾아내기 어렵고 몸에 문제도 안 일으키는 작은 혹까지도 찾아낸다(갑상선암 발병자의 사망률은 인구 10 만 명당 1명 미만으로 과잉진단 논란도 있었다).
많이 찾아서 많이 나오는 갑상선암처럼, Z세대의 특징도 그렇다. 워낙 SNS 등을 통해 기록되고 추적 가능한 특성이 많아져서 그렇지 사실은 과거의 젊은 세대와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큰 차원에서 보면 Z세대는 다른 세대와 달리 더더욱 일반화를 조심해야 하는 세대다.
X, Y 세대에는 ‘대중’ 매체가 분명하게 존재했고, 같은 지역사회에서 자라난 이들은 비슷한 사회화 과정을 거쳤으며, 사회 진출이나 혼인 등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생애를 살아왔다.
반면 Z세대는 파편화된 미디어를 통해 서로 완전히 다른 정보를 습득한다.
또한, 같은 지역에 살아도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사회 진출이나 혼인 등 일반적인 생애 주기를 갖지 않는다.
원래 데이터가 방대하면 이를 조합해 이래저래 자잘한 특성을 무수히 많이 뽑아낼 수 있다. 그 특성을 전체에게 대입하려는 생각은 금물이다.
누군가 ‘Z세대는 이렇다!’ 같은 결론을 낸다면(그리고 타당하다면) 그것은 마케팅 전략에서 실무적이고 구체적인 정보이기보다 Z세대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를 돕는 정도의 정보일 것이다.
차라리 Z세대라는 단어는 제쳐 두고 내 기업의 주요 타깃이나 소비층을 독립적으로 분석하는 게 더 나을 테다.
P.S. 부장님 저는 제페토 안 합니다. TV 자주 봅니다. 백화점의 엔터테이닝 존에서 사진 찍은 적 없습니다. 제 취미는 등산과 독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