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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착한 일을 소비자는 알아줄까?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하는 것은 정말 환경에 도움이 될까?


종이 빨대가 눅눅하다며 여러 번 교체하는 사람도 있고, 종이 빨대가 오히려 고온고압의 공정과정을 거쳐야 해서 기존 플라스틱 빨대보다 화석연료를 더 사용한다는 얘기도 있다. 종이도 결국은 나무를 베어 만들어졌다는 걸 생각해보면 친환경이라고 말해도 되나 의문이 든다.


텀블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에코백이나 텀블러가 환경에 도움이 되려면 하나만 사서 7~8년은 써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텀블러를 매 시즌마다 기념품처럼 수집하고 있어서 딱히 환경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결국, 진리는 없고 인식의 문제다.


한 기업은 나쁜 짓을 한 적이 없는데 소비자들에게는 그렇다고 인식되어 그 기업은 나쁜 기업이 된다. 또 다른 한 기업은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 유해한 결과를 만들었지만, 소비자가 몰라서 끝내 착하디 착한 기업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이렇게 인식과 실제에 차이가 생기는지 조금 더 알아보자.



잘한 것과 잘해 '보이는' 것의 차이


매년 11월 국정감사 시즌이면 카메라에 잡히기 위한 정치인들의 노고가 눈에 띈다. 사소한 것들을 붙잡고 버럭 화를 내며 예리한 듯 말하는 경향이 있다.


한 해는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이 화제가 되었다. 해당 건을 잡은 정치인은 식품의약품 안전처의 ‘일회용 생리대 건강 영향 조사’ 자료 분석 결과, 전체 666개 제품의 97.2%에 달하는 647개 제품에서 WHO에서 발암류 물질로 분류한 성분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출처: MBN 뉴스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뒤집힐만한 일이었을까?


의아하게도 위 제품들은 모두 애초에 식약처 안전 기준을 통과했었다. 그렇다면 식약처 안전 기준이 맛탱이가 간 걸까?


사실 발암 물질은 어디에나 있다. 발암물질의 ‘검출’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나 마시는 물에도 경우에 따라붙을 수 있는 말이다. 그저 인간의 몸이 견딜 수 있는 일정 수준 이하라면 평생에 걸쳐 노출되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뿐이다.


문제가 되었던 생리대들도 '소량'의 발암물질이므로 초경부터 폐경까지 노출되어도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 수준이 아니므로 허가를 받은 제품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적 사실이 늘 대중을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팩트와 별개로 대중이 그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핵심이 된다. 법적, 윤리적 책임을 다했던 생리대 기업들도 결국 소비자의 마음속 기준을 맞추지 못해 비용을 들여 다시 제작에 들어가야 했다.


당신이 마케터라면, 사회공헌 활동을 할 때도 대중이 당신의 의도를 그대로 받아들일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실제로 인체에 무해한 지, 환경에 이로운지 등의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그 사실을 소비자도 이해하고 동의했는지, 경쟁사에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지 고민이 필요하듯 말이다.



잘한 것과 '잘하려고' 한 것의 차이



탐스슈즈는 한 때 신박한 사업모델로 이름을 날렸던 신발 브랜드다. ‘For-profit company’로 소개되는 이 기업은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가 기부되는 One for One 모델을 소개했고, 1년 만에 약 5배 성장하며 선한 영향력의 대명사로 '쓰였었다'.


그렇다, 과거완료 형이다. 2006년에 호기롭게 등장한 이 기업은 뜻밖에도 ‘해당 지역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폐를 끼친다.’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어느새 역사가 되었다.


이 비판을 시작한 인물은 손드라 시멜페니크다. 20여 년간 다양한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기부자의 선한 의도가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를 다수 목격한 그는 탐스슈즈의 행보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그의 지적은 꽤나 일리 있었다. 옷과 같은 제품들이 기부되면 해당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제품들은 등한시된다. 따라서 현지의 산업기반은 무너진다.


그러므로 시멜페니크는 단순 기증보다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방식이 현지인을 실질적으로 돕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일자리를 제공받은 사람들은 극빈층에서 벗어날 기회가 생기고, 아이들에게 현지에서 생산된 신발을 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월드뱅크 측에서도 직접 조사를 거쳐 탐스슈즈의 기부 지역인 엘살바도르(El Salvador)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다. 구체적으로 신발 기부가 현지 아이들의 학교 출석률, 자존감, 건강 등에 도움이 되었는지였다.


우선 탐스슈즈의 기부가 ‘신발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았다. 잘못된 지역 선정으로 이미 대부분 아이가 신발을 소유하고 있었던 지역에 기부되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탐스슈즈의 기부가 건강 증진이나 학교 출석률 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또한, 3~5달러 남짓의 금전적 가치를 갖는 신발은 경제적으로도 큰 지원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탐스슈즈의 개입이 이 지역 아동들의 외부 의존도를 높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신발을 받았던 아이들은 자급자족보다는 자신의 가족에게 필요한 물자를 외부인이 제공해야 한다고 응답하는 경향이 높았다.


탐스슈즈의 ‘의도’와 ‘성과’를 고려하였을 때 탐스의 프로젝트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탐스의 목표가 ‘소비자에게 착한 기업으로 인식되기’였다면 결과와 무관하게 성공이다. 소비자는 탐스슈즈가 마을을 망쳤다는 결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부 인식의 문제라는 얘기다.


생리대 발암물질 사건처럼 잘못한 적도 없는데 잘못이라고 지적당할 수도 있고, 탐스처럼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지만 좋은 기업으로 남을 수도 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결과를 가져왔든, 결국 기업의 이미지는 소비자의 인식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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