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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pr 25. 2024

또 펑크가 났네! -첫 라이딩에서

대성리 라이딩에서 생긴 일

얼마 전부터 방치해 놓은 MTB를 타기 시작했다. 은행퇴직동우회에 라이딩 모임이 있다. 매월 1회 정기적으로 모인다. 지난달부터 참여하기로 했는 데 일정이 겹쳐 참석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달도 약속이 었으나 시간이 나서 어렵게 참석했다.


며칠 전 봄밤 라이딩에서 타이어 펑크로 곤욕을 치러서 원거리 라이딩을 가기 전에 자전거를 철저히 손봤다. 집 근처 수리점에서 펑크 난 타이어 튜브를 교체했고, 앞바퀴도 미리 바꿨다. 그리고 기어변속이 안 되는 이유도 해결했다. 거치대도 새로 부착을 했고, 문제가 있던 브레이크도 기름을 닦아내서 해결을 했다.

이번 모임은 잠실선착장에서 만나 대성리까지 달리는 것으로 집에서 시작하면 60 킬로 미터 거리다. 평소 타던 이들은 왕복이지만 처음 참석한 나를 비롯한 몇몇은 대성리에서 전철을 타고 귀가하기로 했다. 길치인지라 모임 회장인 선배에게 미리 만나서 함께 출발하기로 약속을 해두었다.


다음 날 선배가 예정시간 보다 일찍 도착해서 부랴부랴 출발했다. 전날 복장과 준비물을 챙겨두었기에 여유로울 줄 알았는 데, 교통카드가 안 보여 부산스러운 출발이 되고 말았다. 급히 약속장소에 나갔지만 선배가 보이질 않아 전화를 걸었다.


" 형 어디세요. 저 이화교에 나왔는데 안 계시네요?


어? 여기 용비 휴게소인데...


거기가 어디죠? 우리 이화교에서 만나기로 했잖아요?


그랬나? 거리가 30분이나 떨어진 곳이네..."


선배가 약속장소를 착각한 것이다. 잠실선착장에 9시에 도착하려면 최소 한 시간 전에는 만났어야 했는데, 8시 20분에 만나자고 해서 의아스러웠지만 안일하게 생각한 나도 문제였다. 하는 수 없이 선배 먼저 출발하라고 하고 정신없이 속도를 올렸다. 첫 모임에 무조건 늦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미리 손 봐둔 덕에 자전거는 거침없이 달렸다. 구름이 낀 날이고 맞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조급한 마음에 전속력으로 달려야 했다. 오전 시간이어서 라이딩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잠실선착장을 제대로 잘 찾아갈 수 있을지도 염려가 되었다.


마음은 바빴지만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천변 주변은 녹음으로 물들었다. 벚꽃은 지고 이제는 이팝나무 차례다. 벌써 꽃이 핀 나무도 있다. 원래 오월에 피는데 무지 빠르다. 여기저기 튤립이 한창이다. 꽃봉오리가 그토록 귀엽더니 벌써 지는 녀석들도 있다. 장미도 발그레한 어린잎으로 몸단장을 마쳤다. 곧 있으면 장미꽃도 필 것 같다. 계절이 속절없이 흐르는 중이다.

이팝나무

한걸음에 내달린 용비휴게소는 응봉산 아래였다. 20분 만에 주파를 한 셈이다. 왼쪽으로 가면 뚝섬방향이고 오른쪽은 잠실로 가는 길일 것 같아서 라이딩하는 분들에게 물었다. 오른쪽으로 가면 엄청 도는 길이란다. 길치는 항상 틀린 길을 선택하곤 한다. 내 생각대로 갔다면 큰일 날 뻔했다. 잠실철교까지 쭈욱 달리면 된다고 해서 다시 힘을 내서 내달렸다.


시원한 한강의 풍경이 펼쳐져 마음이 시원하다. 여유를 즐기며 달리면 좋으련만 조금이라도 덜 늦으려고 페달을 밟는데 집중했다. 전에는 뚝섬까지 오는 데도 꽤 먼 거리로 느껴졌는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맞바람이 세차게 불어 불편했지만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달렸다.


청담대교를 지나 잠실대교가 얼마 남지 않았다. 잠실철교가 마침내 보인다. 기쁜 마음으로 철교를 건넜는 데, 선착장이 보이질 않는다. 반대로 가다가 산책하는 사람에게 방향을 확인하고 마지막 피치를 올렸다. 드디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9시 10분이다. 놀라운 속력으로 주파한 결과다.


회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많이 늦지 않아 다행이었다. 신고식을 단단히 치른 셈이다. 이대로 잘 마쳤으면 좋으련만 오늘도 에피소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쉼 없이 한걸음에 달려와서 상당히 기운이 빠진 채 대성리로 출발을 했다.

13명이 함께했는 데, 연배도 대부분 많은 분들인데도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나도 평소에 계단 오르기와 스쾃을 꾸준히 하고 있어서 자전거는 웬만큼 탄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건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었다. 오르막에 낑낑대며 힘겹게 올라가는 나와는 다르게 다른 이들은 평지보다 더 빠르게 달린다. 그 뒤를 쫓아 따라가려니 토가 나올 정도였다. 제발 좀 쉬었다 가면 좋으련만 멈춤이 없다.

우리는 한강변이 아닌 한적한 시골길을 달렸다. 평소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것이다. 길이 좁았지만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힘은 들어도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라이딩을 하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라이딩에 진심이었다. 일주일에 3회씩 100여 키로를 타기도 하고 잠도 자지 않고 타는 분도 있었다. 그런 분들을 쫓아가려니 힘든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성리에 접어들며 자전거가 이상했다. 펑크가 난 것이다. 튜브를 교체하고 나왔는데 펑크가 났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황하는 내게 선배가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며 가까운 자전거포에서 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위로를 했다. 일행을 먼저 보내고 형과 함께 자전거를 끌고 식당까지 걸어서 가야 했다. 그래도 거의 다 와서 사고가 나서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믿음직하고 든든한 선배가 곁에 있어서 안심이었다.


즐거운 식사를 함께 하고 나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펑크 난 자전거를 선배들이 그 자리에서 손을 봐준 것이다. 라이딩하는 사람들이라면 튜브교체는 기본이라고 했다. 여러분들이 나서서 능숙하게 타이어를 빼내 예비 튜브로 교체하고 순식간에 공기를 주입했다. 나로서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감동이었고 경이로웠고 감사했다.

힘든 라이딩이었지만 대단한 분들을 만나 즐거운 경험을 했다. 준비를 잘했다고 반드시 만사가 튼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맛보았다. 그리고 나이와 무관한 열정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철저한 준비의 필요성도 절감했다.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한 값진 시간이었다. 좋은 분들과 함께 할 다음 라이딩이 기다려진다.


#라이딩 #자전거 #펑크 #동호회 #대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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