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석진 Nov 08. 2024

누이들과 미국 여행기 27 - Bryce Canyon

돌에 쓴 시  브라이스 캐년


Bryce Canyon

자이언 캐년을 지나 도로를 계속 달린다. 주변 경관이 점점 달라진다. 이른바 후두(Hoodoos)라고 불리는 흙기둥이 하나 둘 산마루에 보이기 시작한다. Bryce Canyon에 들어선 것이다. 이곳 역시 풍화와 침식이 큰 역할을 하지만 여기서 물의 역할은 일부분일 뿐이다.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물이 균열로 스며들게 되고 다시 얼면서 팽창하게 되어 주변 바위에 균열을 만든다. 이를 frost-wedging(서리의 쐐기작용으로 동파되는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브라이스 캐년을 형성하는 특징이다.

달라진 풍경을 지나 마침내 브라이스 캐년에 도착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희귀한 광경이 펼쳐졌다. 광활한 협곡에는 셀 수 없는 많은 돌기둥들이 밀림처럼 빼곡하다. 중국의 장가계와 유사한 풍경이다. 이곳에서도 얼마든지 SF 영화가 탄생할만한 신비로운 공간이다. 자연의 경이는 끝이 없다. '돌에 쓴 시'라는 리플릿의 타이틀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 

브라이스 캐년은 해발 2400미터에서 2700미터 높이의 계단식 협곡이다. 8 천 개나 되는 후두가 서있는 원형극장이라 할 수 있다. 후두의 높이는 아파트 10층 정도다. 흙과 바위의 중간정도 견고함을 지녔다. 토사가 암석처럼 굳어져 입상붕괴 현상(화강암 같은 조립질 암석이 풍화작용으로 점토로 변화해 기반암에서 떨어져 나오는 형식으로 암석이 부서지는 현상)이 일어난 결과다.

겉보기에는 고요한 풍경 같지만 심한 온도차로 인해 지금도 여전히 풍화작용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후두가 무너져 내리며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몇십 년이 흐른 뒤에는 지금 보고 있는 풍경은 많이 달라져 있을 거라고 하니 착잡한 마음이 든다. 영원할 것 같지만 유한하다. 고요한 것 같지만 조용히 부서져 내리고 있다. 

장구한 세월 동안 빚어진 결과를 지금 보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 변화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고 나도 그 시간 속에 함께 머물고 있다. 

브라이스 캐년은 해질 무렵이 가장 장관이라고 한다. 우리는 아쉽게도 그 장관을 볼 수가 없다. 항상 최선의 것을 추구하지만 다 얻을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보고 있는 경관도 충분히 놀랍다. 지금 여기에서 만족할 줄 아는 삶이 지혜로운 삶이다.

놀라운 자연 앞에 사람들은 모두가 어린아이가 된다. 자연의 힘과 신비로움에 이끌려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망울이 켜지고 메말랐던 감성이 샘솟는다. 이 시간에 누구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지고 없다.

자연의 경이를 눈에 담고 가슴에 품었다. 작은 일에 전전긍긍하게 될 때 꺼내 볼 꾀주머니 하나를 찾았다. 


#미국서부여행 #브라이스캐년 #BryceCanyon #자연의경이 #돌에쓴시 

매거진의 이전글 누이들과 미국 여행기 26- Zion Cany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