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은퇴하고 나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취미 활동은 이에 대한 좋은 대안이다. 취미 활동 모임에 참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모르는 이들과 어울리게 된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합창단 활동이 아주 좋은 예다.
평소 관심이 있던 터라 합창단원 모집 플래카드를 보고 내 발로 동대문아버지합창단을 찾아갔다. 그렇게 합창단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곳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우리 합창단은 단순히 합창 모임으로만 끝나지 않고 소규모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다. 마라톤, 자전거 라이딩, 등산, 골프 모임 등이다.
가장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등산 모임은 몽블랑 트레킹을 함께 다녀오면서 지속되고 있다. 이 멤버들은 약 17일 간 함께 숙식을 같이하며 알프스를 일주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이 친해졌다. 멤버들은 하나 같이 배울 점이 많은 인생의 선배들이다.
지금도 매주 월요일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등산 멤버들은 함께 근교 산으로 등산을 간다. 오늘은 별내에 사는 멤버 한 분과 점심을 먹었다. 이번 월요일에 불암산 산행을 다녀왔는데 한 유투버가 우리가 다녀온 코스의 영상을 올렸고 영상 마무리에 별내에 있는 맛집을 소개해서 우리도 그곳에 오게 된 것이다.
식당은 남도의 향이라는 식당으로 맛깔스러운 전라도 음식점이었다. 유튜브에 소개된 매생이 굴국을 우리도 시켰는데 감칠맛이 그만이었고 밑반찬도 하나같이 다 입맛에 꼭 맞았다. 사장님 부부도 아주 친절했고 정이 넘치는 분들이었다. 특히 사장님은 시인으로 시집을 출간했고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을 후원을 아끼지 않는 훌륭한 분이었다.
좋은 식당에서 흡족한 식사 후에 카페에 들렀다. Hillaby라는 카페로 산자락에 자리 한 단풍이 아주 인상적인 곳이었다. 실내도 주변 못지않게 장식이 세련되었고 아늑했다. 카페라테를 주문했는데 맛이 아주 풍부하고 깊었다.
선배와 담소를 나누며 몇 가지를 깨달았다. 그분은 공직생활과 교수직을 역임했고 폭넓은 독서로 해박한 지식을 소유한 분이다. 평소에도 많이 배우고 있지만 오늘은 아버지로서 사랑과 본을 보이는 영역에서 내게 많은 인사이트를 주었다. 그분은 은퇴 후 무려 5년 동안이나 아들의 새벽 출근을 돕고 있었다. 아들의 직장이 원거리로 새벽 6시에 출근하는 데 전철역까지 직접 차로 태워다 주고 있었다. 출근만 돕는 것이 아니었다. 아들이 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매일 아침마다 간단한 식사도 챙기고 있었다. 거기에 더하여 아들의 방 정리까지 돕는단다. 평소에 자신이 먼저 정돈된 삶을 실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아들도 자연스럽게 정리 정돈이 몸에 배게 되었다고 한다. 그중 하나도 실천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기꺼이 자원해서 이를 오랜 기간 행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많이 반성했다. 자녀에게는 말보다는 본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나 자신부터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과 자녀를 위해 시간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젊을 때는 고생을 사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녀들의 어려움에 대해 외면한 것들이 많았는데 아낌없이 베푸는 사랑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는다는 것, 아주 정확한 성경의 가르침이다.
#배움 #지혜 #아버지 #본 #사랑 #남도의향 #Hill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