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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직장인으로서 느껴지는 솔직한 생각들

회사 밖에 몰랐던 바보였습니다

by 회사선배 INJI


너무 슬프게도 벌써 50대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예전엔 상사의 인정과 승진이 회사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했던 순간이었다면,

좀 있으면 나라는 존재의 무능함을 확인해야 하는 슬픈 순간이 오겠죠.

좋게 말하면 명예 퇴직이나 희망 퇴직이고 실질은 원하지 않는 퇴직이구요.

임원이 되지 못한 50대 직장인들은 사용기한이 지났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하죠.

30대에는 넘치는 에너지를 다 쓰고도 금방 충전이 되었다면,

지금은 다 쓰지도 못했는데 충전은 느리고 방전되기 바쁘니까요.

그래서 자꾸 '라떼는'이라는 말을 쓰게 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생각보다 빠르게 50대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빨리 50대가 될 지는 몰랐구요.

50이 넘어서도 회사를 다니면 도둑놈이나 월급 루팡이라고 하던데,

그렇게 보면 저는 세상의 흐름을 완전히 위배한 사람이죠.

나이를 먹을수록 돈이나 경험 등 좋은 것들이 쌓여야 하는데 지금 저에겐 불안과 두려움만 쌓여있는 것 같구요.



그렇다면 회사를 그만두면 언제쯤 그만두게 될까요?

50대가 되니까 직장생활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회사를 그만 두면 뭐해서 먹고 살지? 정말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도 많죠.

할 줄 아는 것은 20년 넘게 했던 직장생활 뿐이고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구요.

40대 중반부터 했던 퇴직 고민을 아직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 없구요.

원래 퇴직이란 직장인을 불안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퇴직을 준비하는 것도 쉽지가 않죠.

그러면서 회사의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제 모습에 짜증이 나기도 하구요.

분명히 저의 계획은 40살이 되기 전에 퇴직을 하고 개인 사업이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50대가 된 지금은 퇴직 시점을 스스로 선택할 수만 있어도 좋겠습니다.

제가 약해진 건지 바보가 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저의 마음은 하루하루가 지옥이구요.



저는 대학 입학을 위해 학력고사를 준비했고 군대 시절에는 북한에 김일성이 죽었고 취준생일 때는 IMF를 경험했죠.

회사에 입사해서는 강압적인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구요.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직장생활이 제 생활에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회사 선배들은 우리에게 너무 건방지다고 했고 세상은 우리를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X세대라고 불렀죠.

우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능력도 없으면서 개성과 고집만 강하다고 했구요.

지금은 50대 꼰대 직장인이 되었지만 한 때는 누구보다 진취적이였고 도전적이었죠.

그래서 개념 없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구요.

그러면서도 "10년이나 20년 후에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에 대한 고민보다는 무작정 회사만 믿고 달렸죠.

물론 회사는 믿으라고 강요한 적이 없지만,

가진 것도 없고 믿을 것도 없었던 저는 무작정 믿고 달렸던 것 같습니다.

슬프게도 지금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인생의 전환점에 서 있구요.



어쨌든 저는 50대 직장인이지만,

아직은 나의 존재와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죠.

회사가 대기업이라서 다행이기도 하구요.

지금 가장 큰 두려움은 나의 존재 가치가 상실되고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거죠.

그리고 저는 40대 중반 어느 순간에,

조직과 업무의 중심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나이가 들면서 조직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이 당연한 거죠.

하지만 이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어도 가슴으로는 감당이 안되더라구요.

솔직히 나이 먹은 게 죄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나이가 굉장한 장애물이었구요.

그럼에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죠.

아직은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상황을 수용할 수 밖에 없게 되더라구요.



이제는 50대 직장인으로서,

회사를 정리하고 제 2의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동안 멀리서 지켜봤던 선배들의 모습이 지금 내 모습으로 바뀐 것에 불과하구요.

쉽게 말하면 이제 제 차례가 된 거죠.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막상 닥치면 견디기 힘든 상황이구요.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듯이 입사가 있으면 퇴사가 당연한 거죠.

그럼에도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구요.

게다가 이미 오래 전에 실무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경험은 있지만 구체적이지도 않고 실제로 직장생활 외에 할 줄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구요.

그러니까 4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계속 고민만 하고 있는 거죠.

지금 주변에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도 너무나 많구요.



이제는 회사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돈도 없고 자신감도 없고 경험도 없기 때문에 개인 사업이나 새로운 도전은 엄두가 나지 않죠.

가족도 챙겨야 하고 생활비나 노후 준비도 필요하니까 사업에 실패해서는 절대 안되구요.

그러면서 그동안의 인맥이나 업무와 유관한 영역을 알아보게 되는 거죠


예전에 제가 가장 싫어했던 대표이사가 퇴임 임원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협력회사에서 근무하지도 말고 회사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라!"라고 말이죠.

퇴임 임원을 결정했던 대표이사가 퇴임을 해야 하는 임원들에게 잔인하게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퇴임 임원들은 협력회사나 용역회사에 여전히 존재하구요.

대표이사는 본인 기준에서 윤리 경영을 말했지만,

자기 입장에서 윤리일 뿐 퇴임 임원들에겐 윤리가 아니라 생활이잖아요.

그래서 그냥 이기적인 양아치 대표이사에 불과한 거죠.

자신도 퇴임하고 나서 주변에 얼쩡거리면서 말이죠.



그리고 50대 직장인들은 제 2의 인생을 위해 건강과 돈을 확실하게 준비해야 하죠.

의사결정이나 집중력은 정신력도 중요하지만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만 하구요.

원래 체력이나 건강은 돈만큼 중요하지만 쓰면 쓸수록 계속 고갈되죠.

그래서 평소에 충분히 쌓아두고 관리해야 하구요.

하지만 50대 직장인들의 체력이나 건강은 예전과 같지 않죠.

아직은 충분히 젊고 마음은 20대지만,

실제 모습은 동네 아저씨에 불과하고 사고방식은 꼰대인 경우가 대부분이구요.

탈모나 혈압, 통풍이나 당뇨 중에 한 가지 이상은 가지고 있죠.

솔직히 진짜 건강한 50대 직장인은 별로 없구요.

예전에 비해 몸이 항상 무겁고 에너지나 활력도 부족하죠.

왠지 방전된 느낌과 충전이 안되는 느낌으로 생활하고 있구요.


어쨌든 50대 직장인들은 신체적으로 힘이 떨어지고 건강은 계속 나빠지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항상 부족하면서 능력에 대한 확신도 없고,

경험은 있는데 회사 경험이 대부분이라서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죠.

그럼에도 제 2의 인생을 준비해야만 하구요.



그렇다면 막상 오늘 퇴직 통보를 받으면 어떤 느낌일까요?

멍하고 정신 없고 억울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하면서도 분한 마음이 아닐까요?

어쩌면 충분히 예상하고 있어서 그렇게 슬프지는 않겠지만 복잡한 마음이겠죠.

솔직히 직장인으로서 당연한 상황이니까 너무 슬퍼할 필요도 없구요.

그러니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겠죠?


그렇다면 50대가 된 지금,

직장인으로서 나의 직장생활 시계는 몇 시쯤 일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금 있으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20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잘해 왔듯이,

앞으로의 생활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구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마음은 무겁지만 그렇게 두렵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정면 승부가 필요한 시간이니까요.

용기를 내서 도전해 보겠습니다.




인자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https://youtu.be/Q5MQ7cTo_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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