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에서 오는 우연한 위로
어떤 영상에서였나, 이승기는 자신이 쌓아온 모든 성취가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같은 길을 걷는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그 선배들에게 들은 말은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우리도 다 그랬어.’였다는 것. 사실 워딩 자체만 놓고 보자면 꼰대 화법의 무책임한 말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문맥과 상황에 따라 같은 말은 다르게 쓰이기도 한다.
가끔 그냥 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목 끝까지 차오를 때가 있다. 그런 순간마다 나를 구해줬던 건 어떤 해결책이 아닌,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이었다. 한창 마음이 어수선할 땐 김이나 작사가님의 별밤, 그중에서도 양재웅 정신의학 전문의가 게스트로 나오는 ‘깨끗하고 어두운 곳’ 코너만 찾아들었다. 어떤 화의 사연 속 누군가는 자신이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김이나 님은 그 사연을 듣곤, 과거 자신도 죽고 싶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죽으면 안 될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떠올려봐도 가족, 친구의 슬픔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결국 죽지 못하는 이유도 내 몫이 아니라니, 그 생각에 미치자 더 죽고 싶어졌다고 한다.
어두운 내용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저 말을 듣곤 갑자기 너무나도 잘 살고 싶어 졌다. 아, 김이나 님도, 심지어 정신과 의사인 양재웅 님도 그랬지만 이렇게나 잘 살아가고 있구나. 그럼 나도 분명 이 감정을 털어내고 다시 잘 살아갈 수 있겠다. 비슷한 결과 가치관을 지닌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느끼던 동지애, 편안함 그런 게 느껴졌다.
무턱대고 ‘나 때도 그랬으니 너도 버텨’라 말하는 것과,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덧대며 ‘나도 그랬는데, 그래도 살아지더라’라고 말하는 건 다르다. 후자엔 그 마음을 느껴본 자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가 묻어있다. 그 안에 담겨있는 공감이 키워드가 아닐까. 이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과 감정은 결국 공유되기 마련이니, 더 많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 안에서 위안을 찾는 게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