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맨발로 걸어보세요. 해변에서 누워보세요.
무엇이든 평소 하던 것과 다른 방법으로 하겠다고 다짐하세요. 휴가를 보내는 방법을 바꿔보세요.
20년 동안 매년 가던 그 장소, 그 호텔, 그 호텔 방, 그 침대로 가지 마세요.
호텔에 갔는데 잘 방이 없다면, 일단 나오세요. 차에서 잘 수도 있고 별빛 아래 비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계속 서쪽으로, 그러니까 방향을 틀어야 할 때는 무조건 서쪽으로 가는 겁니다.
'뭐라고? 미쳤군.' 이런 생각이 드나요? 하지만 해보세요. 어디로 가든 괜찮다고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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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더 즉흥적이었던 예전의 나는 시간이 남아돌면 아무 버스나 잡아타서 아무 정류장에서 내리는 걸 좋아했다. 지도 한 번 켜지 않고 뜬금없이 여기다 싶은 곳에서 벨을 눌러 급하게 내렸다.
한 번은 수원의 한 동네에서 내려 길을 걷는데 가을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흘러나오는 보사노바풍의 노래가 너무 좋아 기분이 저릿할 정도였다.
그저 몇 시간 길을 좀 걷고 노래를 듣다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건데도 그 시간들이 참 좋았다.
요즘엔 서울 위쪽 동네의 카페에서 혼자 아아메랑 스콘 하나를 시켜서 책을 읽다 돌아오는 걸 좋아한다. 가만히 앉아 소설 속 다른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기 시작했다. 지하철을 타면 빠른 환승이 어딘지 확인하고, 필요도 없는 자격증인데 남들 다 하니깐, 나도 해야할 것 같아서, 고작 이런 이유들로 인터넷을 뒤져가며 정보를 찾아보고 있다. 어쨌든 취업은 해야 하니깐. 내가 좋아하는 것만 쫓을 수는 없으니깐. 그러다보니 예전엔 그렇게 설레했던 미지의 영역이 이젠 덜컥 겁이 난다.
얼마 전, 오랫동안 꿈꾸던 곳의 공채에 서류 합격했다. 결과를 보고 기뻐야 하는데 두려움이 먼저 앞섰다. 자소서를 쓸 때도 인턴 실습 중이라 마지막날 급하게 써서 냈고, 아직은 스스로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면접을 봐야 한다니. 그 쟁쟁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면접에서 쪽팔림만 당하고 오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
지금까지 나를 움직인 힘은 호기심과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마음일 것이다. 내 인생을 바꿔놓은 휴학도 반복되는 팀플에 지쳐 즉흥적으로 지른 것이었고, 중간 중간 쉬긴 하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붙잡고 있는 스페인어도 단순 호기심에 배우기 시작한 나의 새해 계획이었다. por favor(부탁합니다)가 '폴 페이버'가 아닌 '뽀르 파보르'로 발음 되는게 신기해서, 스페인에서 아무리 메뉴판을 뒤져도 보이지 않던 빠에야가 알고보니 paella였던게 재밌어서 그냥 그렇게 시작했다. 지금은 c코드 잡는 법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기타를 다니던 짧은 몇 달도 나에겐 너무 설레던 배움이었다.
생각이 많은 건 장단점이 확실하다. 무언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게 해주지만, 나의 경우엔 어두운 곳으로 깊이 끌려가게 된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예전이라면 무작정 저질렀을 것들도 이젠 합리화를 하며 몸을 사리게 된다. 책을 보다 갑자기 저 구절이 너무 인상 깊게 박혀서 남기고 싶었던 오늘의 단상. 나는 원래 이런 걸 못하니깐, 나는 저거랑 안 맞으니깐, 이런 식으로 나를 단정 짓다보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정말 조금밖에 남지 않는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안정적인 걸 쫓지 말고 조금 더 무모하게 살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