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습니다... 제가 이렇게 지독하게 덕질을 하게 될줄은..
맛있고 푸짐하면서 진짜 차돌이 들어간 차돌짬뽕이요?
하나의 밈에서 시작되어 트위치와 유튜브, 각종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자칭 2021년 최고의 화제제품 철면수심 차돌짬뽕
철면수심 차돌짬뽕의 홈페이지를 기획하고 마케팅을 진행한 담당자로서, 철면수심 차돌짬뽕을 만들기 시작해서 완판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 번 회고해보았다.
"호영님! 잠깐 명함들고 들어와보실래요?"
9월 초, 갑작스러운 대표님의 호출과 함께 철면수심님과의 첫 미팅을 진행했다.
솔직히 그때까지만해도 알지 못했다. 내가 철면수심님을 지독하게 덕질하게 될줄은..
마침 제품개발 담당자분이 부재하게 되어 당시 팀장이었던 내가 미팅에 참여하게 되었고, 첫 번째 미팅은 10분정도로 간단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 간단했던 첫 미팅에서 제품의 가장 중요한 USP가 결정되었었다.
[첫 미팅에서 나온 철면수심 차돌짬뽕의 USP]
1. 우삼겹이 아닌 진짜 차돌박이가 들어간 차돌짬뽕
2. 해산물 비린맛이 나지 않으면서 차돌이 들어가 찐한 육수
3. 정말 푸짐하고 맛있는 짬뽕!
제품개발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던 나는 위의 간단한 미팅 내용을 BM분에게 전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렇게 전달했다.
"다영님! 철면수심님과 차돌짬뽕을 만들기로 했어요. 진짜 차돌박이가 들어가면서 맛있고 양이 푸짐한 차돌짬뽕이에요."
좋은건 다 때려넣은 이 해맑은 USP덕에 담당자분은 USP를 유지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만들어내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셨다. 이와 관련해서도 정말정말 할 말이 많지만, 이번에는 내가 진행한 마케팅에 조금 더 집중해보려한다.
#지독한 덕질
철면수심님과 협업하여 탄생된 제품이기에, 우리의 타겟은 명확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철면수심님의 팬이 우리의 메인 타겟이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1)철면수심님을 알고, 좋아하면서 2)트위치 혹은 유튜브를 활발히 보고 3)인터넷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다.
사실 프로젝트의 시작단계에서 우리팀의 그 누구도 철면수심님이 왜 차돌짬뽕으로 유명해졌는지 빠삭하게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팀이 타겟을 더 잘 이해하고, 좋은 퀄리티로 마케팅을 하기 위해 한 것은 바로 덕질 이었다.
세상에서 차돌짬뽕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서 시작해서 차돌짬뽕 청문회, 얼굴로 고기지키기, 지식은 우정을 대신할 수 없어, 철면수심님 나무위키까지 차돌짬뽕과 관련된 콘텐츠는 물론, 철면수심님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모든 콘텐츠를 독파해나갔다.
(내 페이보릿은 얼굴로 고기지키기. 특히 1:17 인사이트 기사 읽을 때 웃겨서 미쳐버릴 것 같음. 이 기사에 감명받아 탄생한 페이지가 바로 읽을거리)
온라인에서는 온갖 커뮤니티들을 돌아다니는 동시에, 오프라인에서는 차돌짬뽕을 쉴틈없이 먹었다. 우리 팀은 맛있는 차돌짬뽕의 기준을 세우고,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주 2회는 점심에 차돌짬뽕을 먹었다. 사무실이 위치한 삼성역 인근에서 차돌짬뽕이 맛있다 하는 중국집만 발견하면 간판깨기 하듯이 점심마다 각 중국집에서 차돌짬뽕을 시켜먹었다.
#짬아일체의 경지
그렇게 내가 짬뽕인지, 짬뽕이 나인지 모를 짬아일체의 경지가 되었을 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지독히 짬며들었다는 것을. 차돌짬뽕과 철면수심님의 팬들에게 몰입하며 진행한 업무는 바로 '밑밥깔기'였다. 우선 자사의 주력 채널인 인스타그램에 짬뽕에미친사람 (a.k.a 짬미사) 계정을 만들고 차돌짬뽕과 관련된 콘텐츠들을 발행했다.
<fall.in.chazzam 초기콘텐츠>
인스타그램 초기에는 철면수심님을 오픈하지 않고 가볍게 콘텐츠들을 발행했다. 샘플테스트한 각종 차돌짬뽕의 사진과 함께 프로차짬러st의 게시글을 작성하여 차돌짬뽕에 대한 몰입을 유도하고 이후 나올 제품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했다. 이후 차돌짬뽕 개발과정을 업로드하면서 차돌짬뽕을 런칭할 것임을 암시, 자연스럽게 제품을 노출할 수 있도록 밑밥을 깔았다.
동시에 우리의 USP를 녹인 임시 상세페이지를 1)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무난한 버전의 상세페이지 2) 커뮤니티를 하고, 차돌짬뽕 밈을 아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재밌는 상세페이지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피드백을 받았다.
결론만 말하자면, 밈이 범벅된 재미있는 상세페이지가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우리 제품은 단순히 재밌어서 사먹는 '굿즈'로서의 의미를 넘어 정말 맛과 양이 훌륭한 제품이기에 이런 부분을 더 어필할 수 있도록 상단부분은 팬들이 좋아할법한 후킹을 넣되 중반부터는 보다 진지하게 USP를 깔끔히 정리하여 만들게 되었다. 그대신 마케팅팀이 담당한 홈페이지는 정말 약빨고 기획했다.
<홈페이지 초기 기획안>
이 기획안을 더 약빨고 만들어주신 디자이너 JW님 RESPECT
런칭 일주일 전, 이미 차돌짬뽕 밈에 점철된 우리는 이름만 불러도 서로의 의중을 파악할정도였고, 내가 개똥같이 준 기획안도 디자이너님은 찰떡같이 만들어주셨다.
시간이 없어 퇴근 후에 집에서 기획을 만들면서도 짜증나기는 커녕 혼자 키득거리면서 만들었다. 이런게.. 팬아트를 만드는 팬들의 마음일까..? 짬아일체의 경지에 오른 나는 커뮤니티와 유튜브 댓글들을 보며 반응이 좋은, 재미있는 밈들은 박박 긁어모아 홈페이지 여기저기에 녹여넣었다. 인스타그램을 담당한 소미님 역시 밈을 활용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빌드업을 위해 무드보드를 여러차례 갈아엎으며 드디어 대망의 런칭일이 다가왔다.
철면수심 차돌짬뽕 마케팅이야기, 2탄에 계속됩니다!
SR님 : 호영님.. 짬뽕 언제까지 먹어야해요..? 저 오늘은 볶음밥 먹으면 안될까요..
나 : 안돼. 돌아가. ONE TEAM ONE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