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 Perfect, Something Special
대표님 자리에 가는 것이 싫었다. 적어도 하루에 3번 중 1번은 담배 냄새를 맡아야만 했으니까 말이다. 작은 사무실에서 그의 냄새는 잊을만 하면 자욱하게 내 머리를 스쳐갔다. 사무실은 대표님의 제2의 집이었다. 때때로 그곳에서 잠을 청하시곤 했다. 가끔 아침에 사무실 쇼파에 누워 있는 그를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대표님은 왜 이곳에서 주무실까? 두 번째, 대표님의 가족은 어떤 마음일까?
오지랖 부릴 생각도 이유도 없었던 일개 인턴 사원인 내눈에 그는 솔직히 안쓰러워 보였다. 어쩌다 이곳에서 주무셨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를 지나가고, 자리에 앉아 일을 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비공식적인 첫 회사의 대표는 멋이 없었다. 누군가는 존경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알바비보다 못한 급여와 그것 마저도 밀렸던 회사의 대표는 갓 대학을 졸업한 소녀의 눈에 나쁜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주관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찌들어 있는 삶을 살지만 돈을 많이 벌던 시절을 무용담처럼 자주 얘기했다. 그날이 반드시 또 올 것이라며 확신했다. 생각해보면 그에게 짙게 깔린 담배 냄새보다 과거에 젖은 얘기를 하는 입을 마주하는게 더 싫었다.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난 그의 패배감을 느꼈으나 그는 영광스럽던 성공의 순간에 머무르며 만족해했다. 그는 과연 같은 성공을 다시 맛볼 수 있을까. 모르겠다. 물론 최선을 다하셨으리라.
내가 이런 대표님을 만난 것은 실패였을까 기회였을까. 처음보다 끝이 좋아야 한다는 말을 되새기며 전자를 통해 후자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곳을 떠났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