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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윤 Oct 15. 2024

부모님의 꿈은 시인이었다

나에게 시는 어색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만났던 시들은 그저 단어들의 나열처럼 느껴졌다. 시인이라는 존재는 알았지만 그들의 언어가 담긴 시는 내게 먼 이야기와 같았다. 부모님이 집안에 시집을 두고 읽으신 기억은 나지만 나에게 시집을 권유하신 적은 없었다. 


어느 날 문득, 엄마의 어린 시절 꿈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물었더니 엄마는 잠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골 소녀는 시인이 되고 싶었단다." 이윽고 지금까지도 아빠는 본인의 시집을 내고 싶은 꿈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부모님은 마음으로만 강하게 품었던 그 꿈을, 현실의 무게로 시를 사랑했던 그 마음을, 덮었던 것일까.


부모님의 꿈은 시인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시와 조금씩 가까워졌다. 시를 읽기도 하고 쓰기도 하면서 나의 한 글자, 한 문장이 마치 부모님의 그 꿈의 조각들을 채워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삶과 사람 그리고 나를 향한 수많은 감정과 표현을 시로 담는 것이 재밌기 시작했다. 간질거리는 감정이나 아픈 마음, 행복한 기억을 시로 박제하는 맛이 있달까.


지금은 시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애정한다. 사랑, 슬픔, 기쁨, 혹은 설명하기 어려운 어려운 복잡한 감정들이 시 한 줄로 담길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미완성 같은 나의 시 한 편도 파노라마 같은 감동을 끄집어낸다. 이렇게 시를 통해 사람과, 그리고 나 자신과 마주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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