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방법을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내가 대출 받을 때의 위험성도 있지만, 거꾸로 내가 누구에게 돈을 빌려줄 때, 특히 가족이나 친구처럼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경우에도 위험이 도사리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지인이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해서 믿고 빌려줬다가 나중에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고 마음고생을 해본 경험은 거의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만일 주변사람이 당신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을 한다면, 빌려주기 전에 상대방에게 어떻게 되돌려 줄 것인지 상환 방법과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얘기해야 한다. 아는 사이에 어떻게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이건 전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우리가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생각해보라. 은행은 우리의 직장과 연봉, 신용도, 자산 등을 확인하고 그에 적정한 수준을 측정해 대출금리를 결정하고 대출 최대금액 한도를 잡는다. 그리고 갚는 시점도 1년 후, 2년 후 등 빌려주는 시점에 미리 확정한다. 우리가 지인에게 돈을 빌려줄 때 은행과 똑같이 하기는 어렵더라도 어느 정도 이런 과정을 대충이라도 확인해두는 게 좋다.
금융사들의 경우, 내준 대출금의 일부는 떼일 것을 가정하고 전체 자금을 운용한다. 대부업체들은 연이율 20%가 넘는 고금리를 운용하는데, 이는 부도 가능성이 높은 이들에게 대출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런 위험도를 전체 수익률에 반영해서 금리를 처음부터 높게 책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다 보면 가족이나 친구와 돈 거래를 전혀 안하고 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무래도 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상환방법과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가급적이면 그 내용을 담은 차용증서를 작성해두자. 아는 사이에 이렇게 하는 것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사람 심리란 묘한 것이라서 작은 증서 한 장을 쓰고 도장을 찍거나 사인을 하고 나면, 돈을 빌려가는 사람의 마음에는 꼭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게 된다.
시간이 지나서 빌려준 돈을 당신이 실제로 받아내는 것은 빌리기 전에 차용증을 하나 써달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내 돈이지만 돌려달라고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낼 때 얼마나 망설여지는가. ‘앉아서 주고 서서 받는다’는 속담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당신이 무사히 돈을 돌려받을지 여부에 관심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 당신에게만 절실한 문제다. 이런 상황에 처하기 싫다면 아예 남에게 돈을 절대로 빌려주지 말라. 지인을 돕는 셈 치고 그 돈을 그냥 주는 게 아닌 이상, 지인과의 돈거래는 그래서 더욱 철저해야 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나는 어떠냐고? 실제로 이렇게 한다. 어릴 때 학교 선배에게 그냥 믿고 빌려줬다가 제 때 돌려받지 못해 마음고생을 심하게 해보면서 안전장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적도 있었다. 이후 몇 년 전에 친한 지인이 내게 사용처와 사용기간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단기간 얼마를 빌려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 우리는 서로 합의하에 차용증을 썼으며 그 돈은 무사히 돌려받았다.
가족 간 돈거래를 할 때도 큰 틀은 이와 마찬가지다. 우리 가족에게는 부녀간이든 자매간이든 돈거래를 하게 되면 반드시 시중 금리에 준하는 이자를 매월 지급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가족끼리는 따로 서류를 준비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번거로움 없이 급전을 융통하기 편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돈 거래할 일이 생기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일이 가끔씩 생긴다. 그럴 때 우리 가족은 돈 빌리는 대가를 정확하게 지불한다. 그래야 가족에게 빌려주느라 그 금액만큼 다른 투자를 못해서 기회비용을 손해 봤다는 불만이 발생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돈 문제에 더 철저해야 관계를 해치지 않는다. 돈 문제 처리 매너가 당신의 진짜 맨얼굴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