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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아 Oct 27. 2021

의식의 흐름

2021. 10. 27.


쓸데없이 눈물로 빠져나가는 게 아까워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분만을 섭취한다


어제의 나에게도 이런 선택을 할 정신이 남아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후회한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퇴근길에서야 문득 오늘 하루 동안 용변을 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경제적인 삶이란 이런 것일까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잠이 쏟아진다

바닥에 누워 아무것도 아닌 것을 생각하다 허기를 채우고 싶어서 일어나 밥을 먹는다

목구멍까지 음식을 밀어 넣었는데도 허기가 가시질 않는다

나는 어째서 아귀의 모습을 하고 있는가

좁은 목구멍이 자꾸만 따끔거린다


시작은 언제나 미약하다

지금 무언가가 시작되었다는 걸 알 수 없을 만큼

그래서 이지경이 될 때까지 나도, 그리고 당신도, 우리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끝이 창대한 것도 아니면서


수렁에 빠진 사람을 가까이하면 안 된다

그들은 손에 잡히는 건 일단 무엇이든지 잡고 본다

그것이 썩은 동아줄임을 알면서도, 때로는 그것이 사랑하는 이의 발목인 걸 알면서도

문득, 내 옆에서 허우적거리는 당신이 보인다 그러나

당신이 수렁에 빠진 것은 당신이 나에게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지, 내가 당신의 발목을 잡아서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목구멍이 조금 넓어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분일 뿐이어서 

오늘도 나는 사레들린 사람처럼 컥컥거리며 가슴을 부여잡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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