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따뜻했던 말 한 마디
2021.06.03
퇴근길 6시 무렵, 도봉산행 7호선 열차에 올랐다. 건대입구역이 가까워 올 때쯤 기관사님의 안내방송이 시작됐다. ‘이번 역은’으로 시작해 ‘밖에 비가 오니 우산 놓고 내리지 마시고 꼭 챙겨가시길 바란다’는 이야기가 이어졌을 때, 난 느꼈다. ‘아! SNS에서만 보던 마음 따뜻해지는 안내방송인가? 나 오늘 행운의 주인공인건가?’
녹음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이내 예상과 다르면 실망이 클까봐서 가만히 창밖 한강풍경을 바라봤다. 그리고 역시나 몇 초 뒤 난 후회했다. ‘처음부터 녹음할걸!’ 뒤늦게 카메라를 켜고 급한 마음에 동영상 녹화 버튼을 눌렀다.
“——— 집에 가서 저녁식사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행복하고 멋진 하루 되시길 바라며 집까지 가시는 길, 조심히 잘 가시길 바랍니다.”
앞 부분의 내용은 이랬다.
“오늘 하루도 일하느라, 공부하느라 고생 너무 많이하셨습니다. 많이 힘드실텐데 퇴근 길도 힘드시죠? 조금만 더 힘내시고——“
처음부터 녹음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했다. 지친 퇴근길 기관사님의 안내방송이 이렇게 내 마음을 울릴 줄은 몰랐다. 비도 오고 날씨가 꿉꿉해서 더 힘든 하루였는데 기관사님의 한 마디에 위로를 받았다.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기관사님도 일하느라 힘드실텐데 승객들을 배려해주는 그 마음 덕분에 피로가 조금 가셨다. 매뉴얼대로 읽으면 쉽고 간단하겠지만 기관사님의 작은 노력이 더해져 몇 십 명, 아니 몇 백 명의 승객에게 힘이 됐을 거다.
기관사님은 이어 “출입문 쪽에 계신 분들은 위험하니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와 서주세요” 말씀하셨다. 늘 출입문이 열리니 한걸음 물러나라고 말하는 기계음과 별 다를 바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다정하게 느껴졌다. 진심으로 사람들이 행여 다칠까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게 바로 사람과 기계의 차이일까. AI 시대라지만 역시 ‘사람’의 감정과 감성은 따라올 수 없는 것인가. 기관사님 덕에(?) 오랜만에 심오한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었다.
결론: 기관사님처럼 작은 배려, 세심한 디테일로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리라.
퇴근길에 이런 안내 방송을 듣지 못하신 분은 제 인스타그램(@easy._.note)에 공유영상을 들으시며 마음의 평안을 되찾으시기 바랍니다. 기관사님 복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