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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 Jun 04. 2021

기관사님, 한 수 배우고 갑니다

퇴근길 따뜻했던 말 한 마디


2021.06.03


퇴근길 6 무렵, 도봉산행 7호선 열차에 올랐다. 건대입구역이 가까워  때쯤 기관사님의 안내방송이 시작됐다. 이번 역은으로 시작해 밖에 비가 오니 우산 놓고 내리지 마시고  챙겨가시길 바란다 이야기가 이어졌을 ,  느꼈다. ! SNS에서만 보던 마음 따뜻해지는 안내방송인가?  오늘 행운의 주인공인건가?’


녹음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이내 예상과 다르면 실망이 클까봐서 가만히 창밖 한강풍경을 바라봤다. 그리고 역시나 몇 초 뒤 난 후회했다. ‘처음부터 녹음할걸!’ 뒤늦게 카메라를 켜고 급한 마음에 동영상 녹화 버튼을 눌렀다.


“——— 집에 가서 저녁식사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행복하고 멋진 하루 되시길 바라며 집까지 가시는 , 조심히  가시길 바랍니다.”


앞 부분의 내용은 이랬다.


오늘 하루도 일하느라, 공부하느라 고생 너무 많이하셨습니다. 많이 힘드실텐데 퇴근 길도 힘드시죠? 조금만  힘내시고——“


처음부터 녹음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했다. 지친 퇴근길 기관사님의 안내방송이 이렇게 내 마음을 울릴 줄은 몰랐다. 비도 오고 날씨가 꿉꿉해서 더 힘든 하루였는데 기관사님의 한 마디에 위로를 받았다.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아닌  같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넨다는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기관사님도 일하느라 힘드실텐데 승객들을 배려해주는  마음 덕분에 피로가 조금 가셨다. 매뉴얼대로 읽으면 쉽고 간단하겠지만 기관사님의 작은 노력이 더해져   , 아니   명의 승객에게 힘이 됐을 거다.


기관사님은 이어 “출입문 쪽에 계신 분들은 위험하니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와 서주세요” 말씀하셨다. 늘 출입문이 열리니 한걸음 물러나라고 말하는 기계음과 별 다를 바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다정하게 느껴졌다. 진심으로 사람들이 행여 다칠까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게 바로 사람과 기계의 차이일까. AI 시대라지만 역시 ‘사람’의 감정과 감성은 따라올 수 없는 것인가. 기관사님 덕에(?) 오랜만에 심오한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었다.


결론: 기관사님처럼 작은 배려, 세심한 디테일로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리라.


퇴근길에 이런 안내 방송을 듣지 못하신 분은 제 인스타그램(@easy._.note​)에 공유영상을 들으시며 마음의 평안을 되찾으시기 바랍니다. 기관사님 복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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