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요즘 제대로 입소문 타서 흥행하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ENA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방영 2회 만에 화제성 1위를 차지하며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SNS 상에서는 감히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 불릴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ENA는 KT와 스카이라이프가 만나 탄생한 OTT다. 최근 '구필수는 없다'를 시작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고 있는데, 그 두 번째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우영우 전에 방영됐던 '구필수는 없다'도 생각보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 안정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다른 OTT 오리지널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흥행에 실패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상파 3사, JTBC, tvN이 아닌 낯선 채널 ENA에서 방영한 것을 생각하면 나름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드라마 꽤나 본다 하는 팬들 사이에서 재밌는 드라마로 소문이 났었다. 현재는 종영 후 우영우 인기와 함께 넷플릭스 순위권에도 올라있을 정도로 콘텐츠 저력이 입증됐다.
현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 순위 1위, 드라마 화제성 1위에 오른 것과 더불어 시청률 또한 1%에서 5%로 대폭 상승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 제작사인 '에이스토리'의 주가도 고공 행진하고 있다. 또한 하루에 '우영우' 관련 기사가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온다.
'구필수는 없다'에 이어 KT에서 내놓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연속으로 흥행하면서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생겼다. 각 OTT들이 너도나도 오리지널 콘텐츠 내세우기에 바쁜 시기에 우영우가 KTXENA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오고 있다.
넷플릭스 실적 부진으로 OTT 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OTT를 이기기 위한 국내 OTT 통합론이 솔솔 불어오고 있다. 각 사들은 아직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힌 가운데, 티빙과 시즌이 콘텐츠 분야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두 플랫폼의 합병설이 제기됐고, 오늘자로 14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결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즌은 연달아 내놓은 ENA 콘텐츠 흥행으로 대세에 올랐고, 티빙은 파라마운트 + 유미의세포들2 시너지로 월 400만 명 이상 이용자를 확보하면서 웨이브 뒤를 바짝 쫓아가고 있다. 이런 티빙과 시즌이 만난다면? 콘텐츠 이용자 입장에서 꽤나 만족스러운 OTT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https://view.asiae.co.kr/article/2022071109500434821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4769995?sid=105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천재가 대형 로펌 변호사로 입사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을 다룬 드라마다. '우영우' 캐릭터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이 드라마의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장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지만 무겁지 않으면서도 각 에피소드들을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시선을 꼬집어주며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나와 동등한 사회 구성원임을 일깨워주는 드라마다.
드라마 초반, '우영우(박은빈)'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정명석(강기영)'은 '우영우(박은빈)'을 자신의 팀원으로 받아들이기 거부한다. 역시, 예상했던 장면이 나와 사실 조금 실망했고 불편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곧 드라마 캐릭터들은 '우영우'의 실력에 주목했고, 우영우를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닌 그냥 '변호사'로 바라봤다. '장애인'의 일상을 특별하지 않고 평범하게 다룬 드라마를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 더 끌렸다. 그렇게 난 '우영우'에 빠져들었다.
현재 4화까지 방영됐는데, 전 화를 통틀어 최고의 화는 3화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1-2화는 당차고 귀여운 우영우의 모습에 사람들이 빠져들었다. 자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느리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져 사회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다들 마음이 따뜻해졌을 거다.
또 잠시 편견을 가지고 우영우를 바라봤지만 이내 우영우의 능력을 보고 우영우를 ‘변호사’중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 편견 없이 함께 일하게 된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이 드라마는 뭔가 달라도 달라’라고 생각했을 거다.
3화에서는 우영우와 조금 다른 증상의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김정훈(문상훈)'이 등장한다. 3화에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향한 사회의 시선을 여실히 드러낸다. 자폐를 가진 사람을 뭉뚱그려 ‘환자’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자폐를 가진 사람은 의사소통능력과 사회생활능력이 전혀 없는 존재로 인식한다. 우영우는 연속해서 차별을 겪고 결국 자신이 의뢰인에게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변호를 포기한다. 변호를 위해 가장 노력하고, 고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가 외면하고 있었던 사회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볼 수 있어 가장 의미 있는 화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런 사회적 편견을 딛고 앞으로 우영우가 헤쳐나갈 세상이 더욱 기대된달까. 물론 세상의 자폐인들이 모두 우영우와 같진 않을 거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장애인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해 보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또한 허물어지길 바라본다.
"제가 이준호 씨와 함께 걸으면 사람들은 이준호 씨가 장애인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택시기사가 피고인을 붙잡았을 때 저한테도 돈이 있었지만 기사는 제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 보지 않습니다. 저의 자폐와 피고인의 자폐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저한테는 보이지만 검사는 보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판사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는 피고인에게 도움이 되는 변호사가 아닙니다."
"나치의 관점에서 살 가치가 없는 사람은 장애인, 불치병 환자, 자폐를 포함한 정신질환자 등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나와 김정훈 씨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https://m.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50255.html
https://v.kakao.com/v/GAP9Cp4IBj?from=tgt
'우영우'에 대한 찬반 여론도 존재하는 것을 안다. '장애'를 소재로 하는 콘텐츠가 겪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처음 '우영우'를 접했을 때, 이걸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장애를 가진 캐릭터가, 흔히 말하는 '사'자 들어가는 고위직으로 드라마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거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을 무조건적인 약자로 그려내지 않고, 나와 같은 평범한 사회 구성원 중 하나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우영우'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문제점을 놓치지 않는다. 우영우의 일상을 통해 남들처럼 평범하기 살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그들의 삶을 마주했다.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에 빠져들어 '장애'를 대하는 '나'의 모습을 반성할 수 있었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세워,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 사회적 담론으로 던졌다는 게 이 드라마의 의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유독 장애와 관련된 콘텐츠를 많이 접하게 됐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그랬고, 책 '반짝이는 박수소리'가 그랬으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그렇다. 난 스물다섯이 되어서야 이 콘텐츠들을 접하며 '장애'를 대하는 '나'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반짝이는 박수소리'에선 청각장애인들이 외국인과 같은 소수민족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그만큼 비장애인을 정상 범주, 기준으로 두고 그에 맞게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기 어렵다. 그 범주에서 벗어나거나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바로 차별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고, 불편함과 부당함은 고스란히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반짝이는 박수소리' 저자는 이런 이야기도 한다. 사실 '수화'는 농인들의 제1언어이면서 가장 경제적인 언어이고, '문화'이다. 안타깝거나 불쌍히 여길 부분이 아니라 그저 '다르다'로 인정해야 하는 영역인 거다. 비장애인이 장애인보다 우위를 가진 게 아닌데..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과한 배려가 독이 될 수 있음을 이제야 깨달은 거다.
'우리들의 블루스' 박정준(김우빈)은 말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본 적도 없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어서 당황할 수밖에 없다고. 그만큼 우리 사회에 '교육'과 '인식'이 부족하단 거다. 언젠가 우리 주변엔 생각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함께 살고 있지만 보기가 어려운 이유는 그 사람들이 차별의 시선과 불편을 이기지 못해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장애인 친구들을 비주류로 나누는 법을 먼저 배웠고, 그들과 함께 사는 법에 대해선 배우지 못했다. 선생님은 '특수반' 친구들을 불쌍하게 여기고 잘해주라고 가르쳤으며, 너희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참으라고 이야기했다. 어릴 때부터 오히려 차별하는 법을 배웠다고 볼 수 있겠다.
최근 미디어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아 고맙다. 덕분에 장애인들에게도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으며 우리와 동등하게 살아가는 ‘인간’이란 사실을 자각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직 서툰 부분도 많고 부족한 부분도 많다. 또한 장애를 다룬 미디어 몇 개가 흥행했다고 사회적 인식이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안다.
하지만 콘텐츠는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콘텐츠의 흥행은 변화의 파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래도 장애인 배우들이 출연하는 '우리들의 블루스'처럼,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가 법정에 설 수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계속해서 사회적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콘텐츠들이 계속 나온다면, 언젠가 세상이 움직일 거라 믿는다. 그런 드라마의 힘을 믿었기에 지금까지 내가 콘텐츠를 놓지 못한다.
어찌 됐든 앞으로 펼쳐질 '우영우'의 우당탕탕 로펌 생존기가 기대되고, 이 콘텐츠가 가져올 파급력도 궁금하다. 일단 아직 4화까지 밖에 하지 않아서 볼 수 있는 회차가 더 많음에 감사하며.. 이번엔 어떤 스토리로 나에게 웃음과 행복과 감동을 줄지 수요일이 오기만을 한없이 기다려야겠다. 본방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