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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 Feb 09. 2021

사원증의 무게

2020.10.19

 

 남들처럼 목에 사원증을 걸고 다니는 게 꿈이었다.
잠깐 인턴을 하는 동안 사원증을 가지고 다니는 선배님들이 부러웠다. 나도 사원증을 목에 걸고 머리를 휘날리며, 출입증을 찍고, 생긋한 미소와 함께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한 후 내 자리로 가는 것. 그게 하나의 로망이었다.

 사원증을 목에 건 지금, 이 무게를 실감한다. 그땐 알지 못했다. 회사의 일원으로서 책임져야했던 영역들을 미처 알지 못했다.

 학생인턴과 직장인은 매우 달랐다. 하나 하나 다 나에게 책임이 돌아왔다. 누군가의 보조가 아니라 내가 헤더였다. 책임자는 ‘나’다. 내가 실수해도 누군가 채워주리라 안심할 수 있던 때와 다르다.

 그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짓누르는 압박감과 부담감에 한없이 가라앉는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자책하며 기가 죽는 나의 모습이 안쓰럽다.

 퇴근하며 우스갯소리로 부모님께 ‘너무 힘들어~ 사표 써야 할 것 같아~’ 말했다. 엄마는 ‘힘들지 딸~’ 하면서도 ‘안돼~ 다 그런거야~’ 말씀하셨다. 위로가 듣고 싶었던 나머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곧 바로 나를 위해 지금까지도 이렇게 힘들게 사실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매일 출근하기 전에, 출근해서, 그리고 퇴근해서도. 하루에 수백 번씩 ‘그만둘까?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생각한다. 막상 해보니 그리 맞지 않는 것 같고 점점 힘이 든다. 누가 보면 입사 한 달 밖에 안 된 애가 뭘 그래 하겠지만. 첫 사회생활이었고, 그만큼 기대했기에 실망감도 크다. 나에게, 그리고 이 사회에게.

 사회에 발을 내딛자마자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뭘까?’ 언젠가 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사원증을 벗어던지고 자유를 찾는 날이 올까? 그런 날엔 또 다른 사원증을 메고 있겠지. 그게 어디든 사원증이 있다는 사실에 다행이라고 여겨야하는 걸까.

 너무 빨리 사회에 발을 디뎠나.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아직도 확신하지 못한다. 이제서야 이것저것 찾아보고, 시도해보는 내가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누가 나를 이렇게 일찍이 사회로 떠밀었나. 실체없는 대상에 괜시리 화를 내본다.


 세상 참 쉬운 거 하나 없다. 일단 당장 내일도 출근을 해서 같은 일상을 반복해야 하는 나는 일찍 잠에 드는 수밖에. 그게 제일 쉽다. 꿈에서만큼은 행복한 직원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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