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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썸준 Sep 30. 2020

일본 가고시마 한 달 살기 : Day19

히카리상과의 재회, 일본 생활 문화에 대해 배우다

2019.4.6 (토)


새벽 5시 45분. 알람 소리에 일어나려고 몸을 뒤척였으나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하긴 3일 연속 장거리 라이딩에 몸도 지친 데다가 어젯밤에는 기분 좋다고 술까지 한잔했으니 이 시간에 멀쩡하게 일어나면 그게 정상이겠냐 싶었다. 너무 피곤한 마음에 수산시장 투어고 뭐고 그냥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일정 상 오늘이 아니면 갈 수가 없기에 몸이 찢어질 거 같았으나 겨우 추슬러 나갈 채비를 하였다.

가고시마 수산시장 투어 프로그램은 '가고 싶다 가고시마'라는 가고시마현에서 운영하는 관광 안내 사이트에서 알게 되었다. 평소 회를 좋아해 일본 현지 수산시장은 어떤지 예전부터 둘러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지라 이번 여행의 초반부에 참가하는 것으로 계획을 했었으나, 수산시장 내부 공사로 4월 6일부터 프로그램이 재개된다고 하여 오늘 참가하는 것으로 사전 예약을 해놓았었다. 매주 토요일에만 운영하는데, 남은 일정 상 전체 여행의 마지막 주말에는 가고시마가 아닌 야쿠시마에 있을 예정이라 오늘이 아니면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황이었다. 여행 기간은 짧고 하고 싶은 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냐며 나 자신에게 힘을 불어넣은 후 호텔 밖을 나섰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아침 해가 언제 떴는지 밖은 벌써 환하였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이제는 진짜 봄이구나라고 느껴지는 요즘인데,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면서 느껴지는 설렘과 동시에 가고시마에서 남은 시간도 그만큼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아쉬움의 감정이 교차하였다. 


텐몬칸에서 약 20분 정도 걸어서 가고시마 수산시장 입구에 도착하였다. 입구에 직원 한 분이 나와 계셨는데 친절히 맞아주시며 안쪽으로 안내를 해주셨다. 참가자가 얼마 안 될 줄 알았는데 10명 정도로 예상외로 꽤 많았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 관광객이었는데, 나야 여기 한 달 동안 있으면서 온 거라지만 이들은 몇박 몇일 단기여행으로 왔을 텐데 새벽부터 투어 프로그램에도 참가하고 대단하다 싶었다.


투어는 7시부터 시작되었다. 총책임자로 보이는 중년의 일본인 아저씨께서 일본어로 설명해주시면, 여성 직원께서 영어로 내용을 통역해주시는 구조로 진행되었다. 본격적인 투어 시작 전에 나눠준 투어 참석자임을 나타내는 모자를 쓰고 신발도 사전에 준비된 장화로 갈아 신은 후 수산물 경매시장 내부로 들어갔다. 


가고시마 수산시장은 일본에서는 7번째로, 규슈 지역에서는 가장 오래된 수산시장으로, 가고시마 인근에서 잡힌 수산물들은 모두 이 곳으로 집결된다고 하였다. 

경매장 바닥에 크기 별로 가지런히 놓여있는 생선들이 탐스럽고 먹음직스럽게 보였는데, 수산물을 싣고 온 배들이 경매장 바로 앞쪽에 위치한 부두에 정박하면 수산물을 하역한 후 경매장으로 옮겨지고, 도매상-중간 도매상-식당업자 순으로 경매가 진행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각 수산물에는 그것이 잡힌 지역, 잡은 자, 퀄리티 수준이 표기된 정보가 부착되어 있는데 그 정보를 거짓으로 기입 시 엄벌에 처한다고 하고, 경매 입찰 가격이 동일할 경우에는 가위 바위 보로 최종 낙찰자를 결정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경매 시장 안쪽으로 중간 도매상들이 구매한 생선들을 손질해서 파는 곳도 있었는데, 한 곳에서 단계 별 수산물 유통 구조를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투어 후반부에는 숙련된 전문가의 참치 해부 쇼가 진행되었다. 식당이 아닌 수산 시장에서 해부하는 것을 직접 보니 좀 더 생동감 있었고, 그 자리에서 회 뜬 참치도 양 껏 맛볼 수 있게 해 줘서, 단순히 수산 시장만 둘러봤으면 살짝 아쉬울 수도 있었을 텐데, 참치 시식 하나만으로도 참가비가 아깝지 않다고 느껴졌다.  

참치 시식 후에는 물을 모시는 신과 부처상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현지 종사자들이 하는 거처럼 목례 2번, 박수 2번, 목례 1번을 하면서 안전한 조업과 만선을 기원하는 기도를 다 같이 따라 해 보았는데, 바다와 사투하는 어부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왠지 모르게 숙연해졌다.  

최초 집결지로 다시 이동해 단체 기념사진 촬영을 끝으로 약 1시간 정도 진행된 투어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었다. 

투어를 통해 수산물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볼 수 있고 참치 해부 쇼와 같은 엔터테인먼트도 같이 즐길 수 있어 유익했는데, 우리나라 수산시장에도 내외국인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이 관광 상품화된다면 호응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수산시장에서 걸어서 다시 호텔로 복귀하였다. 편의점에서 산 음식들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면서 오늘 일정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해보았다. 몸이 너무 피곤해 오늘은 맘 편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방에서 쭉 쉴까 했으나, 가고시마에서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생각해보니 그러기엔 너무 아까워 어쩌지 하다가, 문득 히카리 상이 생각났다. 저번에 가고시마에 자전거를 타러 왔다고 했는데 자전거를 한번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간 김에 쿠킹 클래스 명목으로 저녁도 먹고 오면 괜찮을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녁 시간에 방문해도 괜찮을지 히카리 상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다행히 오늘 저녁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어서 와도 괜찮고, 5시부터 저녁 준비를 하니 그때까지 오는 것은 어떠냐라고 하셔서 알겠다고 회신을 하였다. 

자전거로 5시까지 가려면 몇 시쯤에 출발해야 하려나 지도 상에서 거리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제 펑크 난 타이어가 생각났다. 아직 시간이 이르니 타이어 수리는 히카리 댁으로 출발하기 전인 이른 오후쯤에 Fun Ride에서 기로 하였다. 


대략적인 오늘의 일정을 계획하고 나니 오전 10시가 되었다. 타이어 수리 전에 방에서 쉴 겸 영화나 한 편 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피곤했는지 잠을 쫓기 위해 캔커피까지 마셨건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감기는 눈은 어찌할 수 없었다. 결국 잠시 눈을 붙이기로 하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눈을 떠보니 오후 2시였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거 같은데 그 새 3시간이 후딱 지나간 것이었다. 여전히 피곤하긴 해도 자고 일어났더니 게임에서 에너지 게이지가 간당간당하던 캐릭터에 에너지가 차 오른 거처럼 다시 몸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방에 좀 더 있다가 히카리 상 댁으로 가는 길에 타이어 수리를 할까 아니면 먼저 타이어 수리를 하고 와서 방에 있다 나갈까 하다가, 기분 전환으로 바람도 쐴 겸 먼저 수리를 하고 오기로 하였다. 


자전거를 이끌고 Fun Ride에 도착하였다. 들어서면서 인사를 하니, 사장님도 내가 구면이라 그런지 환하게 웃으며 친절히 맞아주셨다. 내가 뒷바퀴를 가리키며 '빵꾸'가 났다고 하니, '레아(rear)'라고 하시면서 타이어를 보시더니, 능숙한 손동작으로 타이어와 튜브를 벗긴 후 찢긴 부분을 확인해주셨다. 타이어에 박혀있는 걸 빼보니 작은 돌이었다. 그렇게 날카롭지도 않은데 뭘 어떻게 밟았길래 타이어에 박혔을까 의아하기도 하고, 어제 고료역이 갑자기 떠올라 남은 라이딩 동안 펑크가 나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싶었다. 사장님께서 튜브는 조금 찢어지긴 했으나 찢어진 부분을 칼로 갈아내면 다시 사용할 수 있고 타이어는 갈아야 한다고 하셔서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을 드렸다.  

이번 여행에서 Fun Ride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숙소 주변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자전거 샵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고, 그전에 일이 생겨 또 올 수도 있겠지만, 귀국 전에 꼭 다시 들러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가야겠다 싶었다.  


수리 완료 후 다시 방으로 복귀하였다. 텐몬칸에서 히카리상 댁까지는 약 10km이라, 가는 길에 경사가 심한 언덕이 하나 있긴 해도 1시간이면 여유 있을 거 같았다. 라이딩 채비를 갖춘 후 4시쯤에 다시 호텔을 나섰다. 

텐몬칸을 지나 고쓰키 강변을 지나치는데, 주말인 데다가 날도 따뜻하고 며칠 사이에 벚꽃도 더 활짝 펴 강변에는 벚나무 아래에서 꽃놀이(하나미)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였다. 현지인들은 꽃놀이를 어떻게 즐기는지 갑자기 궁금해 가던 방향을 틀어 잠깐 주변을 둘러보고 가기로 하였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휴대용 텐트에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들로 가득했겠지만, 약간은 올드패션 하게 바닥에 돗자리를 펼쳐놓고 앉아있는 것과 주변이 맛있는 냄새와 연기로 자욱했는데 각 돗자리마다 숯불화로를 하나씩 놓고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흐드러지는 벚꽃 아래 본인이 좋아하는 술과 고기를 즐기며 가족 혹은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이런 걸 진정한 꽃놀이라고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쓰키 강변을 나와 히카리상 댁을 향해 라이딩을 시작하였다. 우리와는 다소 다른 꽃놀이 모습에 신기해서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4시 20분이 되었다. 약속했던 5시까지 늦겠다 싶어 속도를 좀 더 내기 위해 페달링에 힘을 가했다.

가고시마 대학 앞을 지나 시가지를 벗어나자 경사 심한 언덕이 나왔다. 저번에 타케시상 차로 이동할 때도 힘들게 넘어갔던 거 같았는데 그 언덕을 자전거로 넘어가려고 하니 체감되는 경사도가 더 심하게 느껴졌다. 헉헉대며 힘들게 올라가긴 했어도 뒤편으로 사쿠라지마와 함께 내려다보이는 가고시마 전경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해 주었다. 

언덕을 넘어 다시 내리막을 달린 후, 구글 맵이 안내하는 경로를 따라 이동한 후 마침내 히카리상 댁에 도착하였다. 늦지 않게 빨리 온다고 밟긴 했는데 초행길이라 중간중간 지도를 확인하다 보니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하였다. 


내가 도착했을 때 타케시 상은 마당에서 '로켓' 불에 밥을 짓고 계셨다. 나를 보자마자 환하게 반겨주셨고, 인사 소리를 들은 히카리상도 안에서 나오셔서 따뜻하게 반겨주셨다. 이국 땅에서 만난 외국인이지만 다시 만나서 그런지 나도 뭔가 친척집에 놀러 온 거 같이 그들이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졌고, 머리를 앞뒤로 흔들어대며 마당을 배회하고 있는 닭들도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아 반가웠다. 

두 분에게 자전거와 악세사리들을 소개시켜 드린 후,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집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번에 왔을 때보다 확실히 해가 길어졌는지 6시가 거의 다 됐는데도 여전히 밖은 환하였고, 석양 햇살이 드리워진 주변 논밭과 주택 풍경이 어렸을 때 얼핏 봤던 그림 속 한 장면처럼 한가롭고 평온하게 느껴졌다. 


오늘의 메인 메뉴는 닭사시미와 타케노코(죽순) 요리였다. 오전에 히카리상께서 선호하는 메뉴가 있냐고 여쭤보셨는데, 최대한 현지 음식이면 감사할 거 같다고 했더니 가고시마 지역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들로 준비를 해주셨다.   

식사는 닭사시미와 타다키로 시작되었다. 닭사시미는 평소 지역인들이 즐겨먹는 것이라 마트에서도 양질의 닭사시미를 싸게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저번에 호텔 옆 닭사시미 전문점에서 먹어본 후 다시 먹어도 역시나 별미였다. 또한 닭사시미에 이어 지역인들이 봄철에 즐겨먹는다는 타케노코도 수프와 튀김 등 다양한 형태도 맛볼 수 있게 해 주셨는데 저번에 해주셨던 구운 타케노코와 함께 역시나 별미였다. 현지 음식 중심으로 다양하게 경험해볼 수 있게 배려해주셔서 감사하였다. 


식사 중에는 고구마 소주를 한잔했는데, 우리와 주도(酒道)가 다른 것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내가 타케시상한테 두 손으로 술을 따라드리고 마실 때는 고개를 돌려서 먹으니, 일본에서는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한 손으로 따르고 마실 때도 서로 마주 보면서 먹는다는 것이었다. 타인 앞에서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일본인이라면 뭔가 우리보다 더 과한 주도가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여서 의외였었다. 술을 마시다가 언제 목에 칼이 들어올지 모르는 무사 문화 배경 때문인가 하고 혼자 조심스레 추측해보았다. 

술을 주로 스트레이트가 아닌 미즈와리(물에 타 먹는 거)로 마신다는 것도 특이하였다. 건강을 고려해 도수를 낮추기 위해 물에 타 먹는다고 하는데, 건강을 생각한다면 아예 마시질 말던가 마실 거면 원액 그대로 마시는 게 더 날 거 같은데, 나와는 조금 다른 사고방식이 이해되진 않았지만 문화의 다양성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내가 술 관련해서 흥미를 갖고 계속 질문을 하니, 타케시상도 궁금한 게 있다며 나에게 조심스럽게 여쭤보셨다. 한국에서는 소주를 마실 때 김치랑 먹냐는 것이었는데, 안주의 하나로 먹긴 하나 메인으로 김치만은 잘 먹지 않는다고 말씀을 드렸다. 무엇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인식 상 한국인 하면 김치라는 이미지가 깊게 형성되어 있는 거 같았다. 


지난 방문 이후 지금까지 라이딩했던 지란, 이치키쿠시쿠노, 기리시마, 카사사 경험담도 얘기하고, 남은 일정 중 라이딩 예정인 이브스키, 타네가시마, 야쿠시마 계획에 대해서도 얘기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워나갔다. 

내가 자전거 매니아로 보였는지 히카리상이 언제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냐고 물어보셨다. 3년 정도 됐다고 하니깐 생각보다 얼마 안 됐네라며 놀라셔서,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타기 시작했다고 하니, 웃으시면서 우리 부부는 여기서 살면서 '노스트레스'다, 스트레스가 너무 없어서 요즘은 스트레스 좀 받으려고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고 하셨다. 


한창을 재밌게 얘기하면서 식사를 하다 보니 어느덧 7시 반이 되었고 밖은 어두컴컴해졌다. 자전거만 아니면 술도 더 마시고 얘기도 하면서 이들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으나, 더 늦으면 돌아가기는 길이 위험하고 힘들어질 거 같아 아쉽지만 자리를 일어나기로 하였다.


낯선 가고시마 땅에서 현지 문화에 대해 경험하고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게 해 주신 고마운 분들이었다. 집 앞마당까지 나와 배웅해주신 다케시, 히카리상에게 감사와 작별 인사를 고하고, 다시 텐몬칸으로 출발하였다.


출발한 후 생각해보니 가고시마에서의 첫 야간 라이딩이었다. 도로에 가로등이 있어 위험하진 않았으나 그래도 주변이 조용하고 어둠도 짙게 깔려 있어 뭔가 음산하였다. 아까 넘어온 언덕을 다시 넘을 생각에 걱정과 긴장이 살짝 밀려오긴 했으나, 가고시마 시내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지 오르막길이 힘들긴 했어도 생각보다 빨리 언덕을 넘게 되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빼곡히 들어선 각각의 건물에서 차분히 불빛을 내비치고 있는 야경이 아름다웠다.  


출발한 지 1시간 정도 지나 호텔에 도착하였다. 씻으면서 가고시마에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생각해보니 이대로 오늘 밤을 마감하는 건 아닌 거 같아, 살짝 피곤하긴 했지만 나가서 한 잔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확 밀려왔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닭사시미가 가고시마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하니 왠지 더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져, 아까 저녁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고시마에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어보자며, 나가는 길에 호텔 직원에게 닭사시미 맛집을 추천받기로 하였다. 


직원이 추천해준 대안(大安)이라는 술집으로 가보았다. 지난번 미야마본점과 달리 '생' 닭사시미가 아닌, 끝 부분을 살짝 그을린 사시미를 맛볼 수 있었는데, 같은 닭사시미라도 요리하는 방법에 대해 맛이 이렇게도 달라질 수도 있구나를 음미하며 나도 모르게 닭사사미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 시작은 시원하게 생맥주로 하였으나, 역시나 오늘은 가고시마 고구마 소주가 제격인 거 같아 추천받은 소주를 온더락으로 주문하여 마시며 남은 토요일 밤 시간을 즐겨보았다. 


기분 좋게 한잔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오니 11시가 조금 넘었다. 내일이면 벌써 가고시마에 온 지 20일째 되는 날이다. 여행의 3분의 2가 지나가는 시점이라 그런지,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일정은 잘 흘러가고 있는지, 계획했던 거 중에 해본 것은 무엇이며 아직 못해본 것은 무엇인지, 남은 일정을 후회 없이 알차게 보내려면 스케쥴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의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회오리처럼 일어났다. 

4일 연속으로 라이딩하랴 이것저것 해보겠다고 왔다 갔다 하랴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더니 몸이 고됐다. 남은 일정을 어떻게 스케쥴링할지는 내일 정리해보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고민 없이 이만 푹 자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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