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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썸준 Sep 30. 2020

일본 가고시마 한 달 살기 : Day20

지역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이 스포츠의 발전을 이끈다

2019.4.7 (일)


아침 7시 반, 누가 깨운 것도 아니고 알람을 맞춰 놓은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기계적으로 눈이 떠졌다.

 

오늘은 요 며칠간 타이트한 일정에 지친 체력도 조금 회복할 겸, 전체 일정의 3분의 2가 지난 시점인 만큼 그동안의 여정을 돌아보고 남은 일정도 어떻게 보낼지 구상할 필요도 있을 거 같았다. 마침 일요일이기도 해 정신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무언가를 한다기 보단, 카페에서 시간도 보내고, 축구장에 가서 축구 경기도 보면서, 조금은 여유 있게 쉬어갈 수 있는 일정으로 하루를 보내기로 하였다. 


가고시마에는 가고시마 유나이티드 FC라는 2부 리그 축구팀이 있다. 가고시마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편의점에서 축구팀 포스터를 본 적이 있었는데, 마침 내가 가고시마에 있는 기간 동안에 홈경기가 있길래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일정을 적어놨었는데, 오늘 그 경기가 있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일본이 야구 강국이다 보니 축구보다는 야구 경기를 보고 싶었지만, 가고시마에는 2부라도 야구팀이 없어, 아쉬운 데로 축구 경기를 보면서 일본인들의 스포츠 경기 관람 문화도 같이 둘러보고 싶어 오늘 경기를 관람해보기로 하였다.  


경기 시작은 오후 1시라 그전까지는 카페에 가서 차 한잔하면서 여행 일정 정리 및 구상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나갈 채비를 한 후 오랜만에 늘 가던 탈리스 커피로 향하였다.


주말에다가 날씨도 좋아 다들 하나미를 갔는지 카페 안은 평소와 다르게 한산하였다.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시며 지난 20일간의 여정을 돌이켜보았다. 가고시마 시내 지역에서의 현지 체험뿐만 아니라 사쿠라지마를 시작으로 카노야, 지란, 미야마, 이치끼쿠시쿠노, 기리시마, 카사사, 마쿠라자키 지역 라이딩까지 그래도 짧은 일정 동안 이것저것 다양하게 했구나라는 생각에 스스로 대견하다가도, 계획했던 거 중에 아직 해보지 못한 것이나 가보지 못한 곳들을 생각해보면 남은 기간 동안 계획을 잘 짜서 알차고 아쉬움 없는 여행이 되야겠다라며 다짐도 하게 되었다.  


가고시마 현내에서 가보려고 계획했던 곳 중에 아직 못 가본 곳은 이부스키, 그리고 타네가시마와 야쿠시마였다. 타네가시마와 야쿠시마는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섬 지역이라 가고시마 '육지' 지역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 전에 갔다 오는 게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효율적이라 일단은 전체 여행 일정의 뒤쪽으로 빼놓기만 했었었다. 하지만 그곳에 몇박 몇일 일정으로 다녀올지를 결정해야 그 앞단의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어 타네가시마와 야쿠시마 일정을 정하는 것이 우선은 급선무였다. 


타네가시마에서 라이딩 하루, 야쿠시마에서 등산 하루, 라이딩 하루해서 3박 4일이면 될 거 같은데 하면서, 인터넷에서 페리 운행 시간표 및 운임료를 살펴보았다. 맨 처음에는 타네가시마부터 가야 하나 야쿠시마부터 가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가고시마-타네가시마-야쿠시마-가고시마 순의 루트로 티켓을 한 번에 구매하면 할인이 있다고 하여 타네가시마부터 가는 걸로 큰 고민 없이 바로 결정을 하고 상세 운행 시간표를 보았다. 

생각보다 배편이 많지는 않았다. 원래는 타네가시마에서는 당일 라이딩을 하고 저녁때 야쿠시마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타네가시마에서 야쿠시마로 넘어가는 마지막 배가 오후 5시 40분이라 가고시마에서 첫 배로 출발해도 타네가시마에 도착하면 오전 9시인데 왕복 100km가 넘는 타네가시마 일주를 7~8시간 안에 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럼 여유 있게 타네가시마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에 야쿠시마로 넘어가야 하는데, 타네가시마에서 야쿠시마로 넘어가는 첫 배 시간을 보니 9시 40분이었다. 야쿠시마에 도착하면 10시 반, 도착해서 숙소 체크인하고 짐 풀고 하면 12시가 다 될 텐데, 도착하는 날에 등산이나 라이딩은 시간 상 못하니, 전체 일정은 3박 4일이 아닌 4박 5일은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귀국일자가 4월 17일이니, 16일에는 가고시마로 다시 돌아와야 하고, 그럼 12일에는 타네가시마로 떠나야 하는데, 오늘이 7일이니 출발 전까지 오늘을 제외하고 가고시마 '육지'에서 남은 일정은 고작 4일이었다. 귀국 전까지 10일 정도 남아 생각지도 못했는데, 가고시마 '육지'에서 남은 실질적인 일정이 4일이고, 그 안에 이부스키도 가야 하고 나머지 계획했던 것들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남은 기간 동안 일정 계획을 잘 짜야겠구나 하는 부담과 압박감이 급 밀려왔다. 


일정 고민에다가 기존 계획 대비 아직 못한 것들이 무엇인지 집중해서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오후 12시 반이 지나 있었다. 경기 시작 시간인 1시까지 경기장 도착은 물 건너갔지만, 서둘러 축구장이 있는 가모이케역(鴨池駅)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텐몬칸역에서 1번 트램에 몸을 싣고 15분 정도 이동해서 가모이케역에 도착하였다. '평온한 주말 오후 날씨란 이런 거다'라는 걸 보여주듯, 하늘은 맑고 푸르렀고 날도 정말 화창하였다.    

구글맵 이동 경로를 따라 역에서 축구장으로 향하는데, 동네 골목을 지나 얼마 안 있어 규모가 꽤 큰 야구장이 하나 보였다. 가모이케 야구장이었다. 가고시마에 프로 야구팀은 없으나 겨울철 따뜻한 날씨 덕에 선수들이 동계 훈련을 하러 가고시마로 많이 온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그들이 이 곳에서 훈련이나 시합을 하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그냥 봤을 때는 여기에 프로팀이 하나 있는 거 같은 규모나 시설을 자랑하고 있었다. 만약 프로 선수들이 아니라 평소에 아마추어나 사회인 선수들이 훈련이나 시합을 위해 이 곳을 이용한다면 대박이겠다 싶었다. 야구장 내에 운동하는 선수들을 보지 못해 아쉽긴 했으나, 초중고부터해서 아마추어, 프로까지 일본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야구 인프라가 대단하다 싶었고, 괜히 야구 강국이 된 게 아니구나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야구장 옆 육교를 건너 5분 정도 더 걸어 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시라나미 스테디움(白波スタジアム) 도착하였다. 도착했을 때는 1시 40분쯤으로 전반전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이었는데 경기장 밖까지 들리는 관객들의 환호와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스테디움을 끼고 안 쪽으로 쭉 들어가니 임시 천막 형태의 매표소가 보였다. 매표소가 스테디움 안에 있지 않고 임시로 밖에 나와 있는 걸 봐선, 아무래도 2부 리그 팀이다 보니 경기장을 축구팀 전용으로 사용하는 건 아니고 경기가 있을 때마다 임대해서 사용하는 방식인 거 같았다. 가고시마 홈 팀 응원석 뒷 쪽으로 티켓을 구매한 후 경기장 안 쪽으로 이동하였다. 

티켓을 확인하는 입구 주변으로는 '이동식 패밀리마트' 차량에서 음료와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임시 매표소와 마찬가지로 상주할 필요 없이 수요가 있을 때만 운영할 수 있어 이 곳에 딱 어울리는 판매 형태다 싶었는데, 스포츠 경기가 많지 않게 가끔씩 열리는 우리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면 괜찮을 거 같았다.  


스테디움 안에 들어와서 보니 2부 리그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입장하기 전 밖에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함성과 열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홈팀 서포터즈의 응원이 국가 대표팀 응원단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열정적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국내 K리그1 빅매치 경기에서도 이 정도의 관객 수와 응원은 보기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성적이 좋지 않은 J리그 2부 팀 경기임에도 지역 팬들의 응원이 엄청난 것을 보고 이들의 연고팀에 대한 관심과 성원이 대단하구나를 알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K리그 경기를 자주 관람하러 가는 편은 아니지만, 여기 축구 팬들을 보니 앞으로 K리그 경기도 자주 보러 가서 선수들도 응원해야겠다 싶었고, 그것이 지역 발전과 나아가 우리나라 축구 발전에도 기여하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경기를 보고 있는데 스테디움 건너편에 '믿는다 안준수'라고 한글로 쓰여 있는 플랫카드가 보였다. 뭔가 하고 구글 검색을 해보니 가고시마 유나이티드 주전 골키퍼로 한국인 안준수 선수가 있는 것이었다. 경기를 보러 오기 전에 가고시마 유나이티드 FC 감독님이 김종성이라는 한국인이라는 건 검색을 통해 알게 되어, 2부 리그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에서 한국인이 감독까지 하시고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뿐만 아니라 이 팀에 한국인 선수까지 있다고 하니 뭔가 반갑기도 하고 타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선수를 생각하니 짠하기도 해 여기서 잘해서 나중에 큰 선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들었다. 


2부 리그다 보니 경기 수준이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변의 뜨거운 응원 열기와 함성 속에 나도 모르게 가고시마 유나이티드 팬이 되어 열심히 응원을 하면서 경기를 보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 어느덧 경기가 종료되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봄기운도 만끽하고 스포츠 경기도 재밌게 관람할 수 있어 여유를 갖으며 리프레쉬 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진 후에 나가려고 자리에 좀 더 앉아 있었다. 나가는 길에 사람들이 앉았던 자리 주변으로 쓰레기 하나 없는 걸 보고, 뉴스에서 여러 번 보긴 했으나 실제로 그 광경을 내 눈으로 직접 보니, 우리가 여러모로 아직 배워야 할 게 많구나, 이들을 따라 잡기 위해 우리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머릿속을 복잡하게 가득 채웠다.  


스테디움을 나와 보니 선수단 버스와 팬 존이 보였다. 경기 후 팬들과 선수들 간에 교류하는 모습도 보고 싶고, 한국인 김종성 감독님과 안준수 선수도 가까이서 보고 싶어 나도 이들 무리 속에 섞여 선수들이 나오길 기다려보았다. 1시간 정도 지나니 선수들이 한 명씩 나오기 시작하였다. 비록 경기에 지긴 했어도 팬들 모두가 선수 개개인한테 고생했다고 응원해주고, 선수들도 팬들에게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면서 팬들의 악수, 싸인, 사진 촬영 같은 요청에도 일일이 응대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안준수 선수는 중간쯤에 나왔는데 여성 팬 들 사이에서 인기가 꽤나 높았고, 감독님은 맨 마지막에 나오셨는데 여느 선수보다도 인기가 좋았다. 선수 모두가 버스에 탑승 후 출발 직전에 감독님이 팬들 앞에서 브리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듣지 못했지만, 오늘 경기에 대해서 간략 평을 하고 다음 경기에는 더 잘하겠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한 거 같은데, 브리핑을 마친 후 더 큰 함성으로 응원해주는 모습을 보고 이런 것이 스포츠 팀과 팬들 간의 이상적인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텐몬칸으로 돌아가기 위해 가모이케역에서 트램을 타고 텐몬칸으로 이동하였다. 텐몬칸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조금 안되었다. 오늘 타네가시마와 야쿠시마 일정을 확정했으니 확정한 김에 페리 티켓을 미리 구매해놓는 게 안전할 거 같아, 호텔 방에서 자전거를 끌고 페리 터미널로 향하였다. 


페리 터미널에 도착해서 가고시마-타네가시마-야쿠시마-가고시마 루트의 패키지 티켓을 구매하였다. 혹시 몰라 배에 자전거를 실어도 문제가 없는지 확인 차 직원분에게 여쭤봤는데, 기차점프할 때처럼 천가방으로 패킹하면 문제없다고 하였고 대신 1번 실을 때마다 1,000엔의 추가 요금이 붙는다고 하였다. 페리 티켓 18,760엔에 추가로 자전거 수하 비용 3,000엔이라니, 웬만한 비행기 티겟 가격보다 더 비싸 뜨악하긴 했지만, 그래도 티켓을 구매하고 나니 아까 구상했던 남은 여행 일정의 틀이 잡힌 거 같아 이제는 일정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뭔가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자전거를 타고 다시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타네가시마와 야쿠시마 일정은 잡았으니, 가고시마 '육지'에서 남은 4일 동안 이부스키는 언제 어디를 어떻게 가는 게 좋을까 검색해놓은 자료를 보면서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데, 저녁 식사 시간이 거의 다 돼서 그런지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였다. 

간만에 뜨끈한 라멘 한 그릇과 교자 그리고 시원한 생맥주 한잔이 생각나 호텔 직원에게 가고시마 라멘 맛집 한 곳 추천받아 그리로 가기로 하였다. 


추천받아 간 곳은 쿠로이와 라멘(くろいわラーメン)이라는 곳이었다. 직전에 갔던 소금테라는 라멘 집과 유사하게 닭 육수 베이스에 숙주, 파, 목이버섯 등을 얹은 가고시마 스타일의 라멘집이었는데, 라멘 한 그릇을 후루룩 먹고 나니 속이 든든해지는 게 기분이 좋았다.  


식사하고 나오니 날씨가 선선한 게 너무 좋아 소화도 시킬 겸, 좀 걷고 싶어 시로야마 자연유보도를 따라 전망대까지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전망대까지 올라간 김에 오늘은 쉬면서 회복하는 날로 정했으니 가까운 시로야마 호텔 온센에서 뜨거운 물에 몸도 녹이고 내려오면 밤에 잠도 푹 잘 수 있을 거 같아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가고시마에 온 지 꽤 됐다고 텐몬칸, 중앙공원, 시로아먀 자연유보도가 이제는 낯설지 않고 꽤 오래 살았던 동네처럼 친숙하고 편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여기에 있었던 시간이 어느 정도 됐다는 것이고 반대로 보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이기에, 이 곳에서 남은 앞으로의 시간이 더더욱 소중하게 다가왔다.  


자연유보도 입구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하늘이 훤했는데, 산 중턱부터는 주변이 깜깜해져 앞을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자연 자원이 인간의 일상에 도움이 되게 끔 잘 활용하는 일본인 특성상, 밤 시간대에도 사람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이 곳을 찾을 수 있게 가로등 설치 같은 것을 잘해놨을 거 같았는데, 의외로 그 반대라 조금은 놀랐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동식물 보호 차원에서 그랬나 나 혼자 이런저런 추측을 해가며, 중간중간 보이는 가고시마 시내 야경도 감상하면서 등산로를 따라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전망대에서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아름다운 가고시마 시내 야경을 한 동안 바라본 후, 시로야마 호텔 온센으로 이동하였다.


일본에서는 가격을 지불한 만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거기에 맞는 보상 혹은 혜택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현지에서의 경제활동을 통해 좀 더 확고해졌는데, 이 곳 시로야마 호텔 온센에서도 일반 대중 온센 대비 가격이 몇 배 비싼 만큼 시설과 서비스적인 면에서 확실히 그 수준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전반적으로 시설과 분위기 모두 고급스러웠는데, 샴푸, 세안제, 칫솔, 면도기, 수건, 가운, 드라이어 등 대중 온센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어메니티들도 (물론 가격에 다 포함되어 있는 것이긴 하지만) 무료로 제공되었고, 각 수도 사이에 높게 설치된 칸막이에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배려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천탕에서 보이는 야경이 백만 불 짜리였는데, 뜨끈한 탕 속에서 몸을 풀면서 저 멀리 사쿠라지마와 긴코만 바다, 그 위에 떠있는 페리, 그리고 은은하게 반짝이는 시내 야경 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천하를 다 가진 거 같은 기분이 들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낮에 와도 밤과는 또 다른 매력일 거 같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더 와봐야겠다 싶었다.  


온센을 마치고 호텔 야외 전망대에서 야경을 한 번 더 둘러본 후, 텐몬칸으로 복귀할 때는 시로야마유보도로 걸어내려가지 않고 호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텐몬칸으로 복귀하였다. 


텐몬칸에 복귀하니 밤 10시가 되었다. 몸도 쫙 풀었으니 자기 전에 가볍게 맥주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키고 싶어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거리를 사서 방으로 들어왔다. 역시 온센 후에는 맥주였다. 목 끝이 타들어갈 정도로 맥주를 들이키고 난 후의 기분이 정말 상쾌하였다.


오늘은 좀 쉬었으니, 내일은 가고시마 '육지'에서 얼마 남지 않은 일정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이부스키로 라이딩을 갈 생각이다. 자전거로 어디 어디를 어떤 순으로 돌 지 상세 계획을 쭉 정리한 후, 이부스키에서는 또 어떤 모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해보면서 너무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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