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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썸준 Oct 13. 2020

일본 가고시마 한 달 살기 : Day28

세계자연유산 지역에서 야생 사슴과 원숭이를 만나다

2019.4.15 (월)


알람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눈이 떠져 시간을 확인해보니 아침 6시였다. 어제 정말 피곤하긴 했는지 눈을 감자마자 어딘가에 빨려 들어가듯이 잠에 들었던 거 같은데, 잠이 보약이라고 9시간 정도 숙면을 취하고 일어나니 다시 태어난 듯이 몸이 개운하고 기분도 상쾌하였다. 


오늘은 (내일 오전에 야쿠시마를 떠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야쿠시마에서의 마지막 일정이기도 하지만, (내일 가고시마에 도착해 귀국 준비 후 그 다음 날 오전에 한국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 가고시마 전체 여행 일정에서도 마지막 여정이라고 할 수 있는 자전거로 야쿠시마 해안을 일주하는 날이다. 숙소가 있는 미야노우라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출발해, 바다 거북이를 볼 수 있다는 이나카하마 해변(いなか浜), 세계자연유산 지정 구역 내 유일하게 도로가 나 있어 야생 사슴과 원숭이를 볼 수 있다는 세이부 임도(西部林道), 일본 100대 폭포인 오코노타키 폭포(大川の滝), 바다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히라우치 해중온천(平内海中温泉) 등을 둘러보고, 야쿠시마 동쪽에 위치한 안보(安房)를 지나, 다시 미야노우라로 돌아오는 약 100km 정도 되는 여정인데, 야쿠시마 해안을 돌면서 어떤 또 다른 모험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되다가도, 무탈하게 잘 마무리되야하는데 별 일은 없겠지 걱정도 되다가도,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러 어느덧 마지막 여정이 됐는지 오늘 일정만 소화하면 이번 여행도 거의 끝이구나라는 생각에 홀가분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머릿속을 교차하였다. 


계획했던 거보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해가 지기 전에 100km를 여유 있게 돌고 오려면 최대한 일찌감치 출발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침대를 박차고 나와 바로 씻은 후 라이딩에 나설 채비를 하였다. 


숙소를 나섰다. 어젯밤까지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던 터라, 오늘 아침에도 계속 비가 내리고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이 하늘도 개였고 날도 따뜻해 라이딩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주변 여건이었다.  

출발에 앞서 야쿠시마 관광센터 옆에 있는 자판기에서 캔커피와 물 등 마실 것들을 구매한 후, 오전 7시 30분경에 본격적인 야쿠시마 일주 라이딩을 시작하였다.   


미야노우라 시가지를 벗어나자마자, 드문 드문이라도 주택이나 상점 같은 것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나무나 산을 제외하고는 도로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2차선 길이 쭉 펼쳐졌다.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 다른 공간으로 순간 이동을 한 거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라 지나다니는 차량도 없고, 외진 곳이지만 역시나 도로가 잘 닦여져 있어, 주변 자연을 감상하여 여유 있게 라이딩 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자연'의 길을 즐기며 5km 정도 달리다가, 시토코(志戸子)라고 하는 작은 마을에 진입하였다. 주변에 있는 건물들 대부분이 오래돼 보여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했는데, 마침 길가 바로 옆에 있는 주택에서 아이가 유치원 버스를 타고 등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겉으로 티는 잘 안나도 이 곳도 당연히 마을이니 사람이 살겠지, 그래도 노인이 아닌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가 살고 있는 걸 보니 지방 소멸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시토코 마을을 벗어나 오른편으로 펼쳐져 있는 바다를 보면서 달린 지 얼마 안 돼, 이소해수욕장(一湊海水浴場)이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해수욕장도 둘러보고 잠깐 쉬어갈 겸 안쪽을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푸른빛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하고 편안해졌다. 다만, 저번에 갔었던 센간엔 옆 이소 해수욕장(磯海水浴場)이나 이치키에서 카사사로 라이딩할 때 들렀던 에구치하마 해변공원(江口浜海浜公園)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게, 이 곳 이소 해수욕장에서도 왠지 자유분방하게 바다에서 뛰놀아도 된다기 보단, 백사장에서 바다만 바라봐야 하거나 물에 들어간다고 해도 조용히 들어갔다가 나와야 할 거 같은 정적이고 제한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것이 단순히 지형적 생김새에서 느껴지는 나만의 편견인 건지 아니면 일본인들의 실제 해수욕 행태도 그러할지, 갑자기 일본인들은 어떤 식으로 해수욕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이번 여행에서 확인할 방법은 없으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여름철에 일본 유명 해수욕장을 꼭 한 번 방문해 확인해봐야겠다 싶었다. 이소 해수욕장에서 바라 보이는 주변 모습을 눈에 담은 후 다시 라이딩을 재개하였다. 


이소 해수욕장을 벗어나자마자 바로 이소(一湊) 마을이 나왔다. 길가 주변 동네 규모나 건물 수, 노후 정도 면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초등학교(소학교)가 있는 것을 보고, 시토코 보다는 조금 더 번화한 동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초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종소리가 울려 정문에서 교내를 바라보았다. 시골에 있는 작고 노후된 학교이긴 해도, 왠지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배경으로 나왔었을 거 같은 다부져 보이는 학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소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곧바로 언덕길이 시작되었다. 별생각 없이 한참을 헉헉대며 올라가다가 주변을 둘러봤는데, 올라왔던 길의 경사도가 꽤 있었었는지 내려다보이는 산의 형세에서 꽤 높은 곳까지 올라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숲의 모습이 녹색 물감으로 덧칠을 해놓은 듯 더욱 입체적이고 선명하게 보였는데, 마치 숲이 나에게 '너는 지금 다른 곳이 아닌 야쿠시마에 있단다'라고 말하고 있는 거 같아, 야쿠시마 숲은 정말 뭔가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헉헉대며 올라가던 언덕길 끝에 터널이 보였다. 뭐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고 반대로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기 마련이라고, 터널을 지나자마자 고생해서 올라온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해주듯 내리막길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동시에 주변 뷰도 산에서 바다로 갑자기 확 바뀌어, 게임으로 치면 스테이지 하나를 미션 클리어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막 넘어온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리막을 따라 속도감 있게 달리는데 주차장 공터가 보이길래 뭔가 하고 잠깐 들러보았다. 동지나해 전망소(東シナ海展望所)라는 곳이었는데,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푸른 동지나해와 야쿠시마 해안 라인이 절경이었고, 저 멀리 구름 아래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쿠치노에라부섬(口永良部島)도 신비스럽게 보였다. 


다시 자전거에 몸을 싣고 내리막길을 따라 달렸다. 오르막이나 평지 길 없이 계속되는 내리막 길이었는데, 아름다운 동지나해를 배경 삼아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빠른 속도로 내려갈 때의 쾌감이 정말 짜릿하였다. 


속도감을 즐기며 내려가는데, 석양의 언덕 전망대(夕日の丘展望所)라고 쓰여 있는 곳이 보여 이 곳에서도 잠시 들렀다 가기로 하였다. '석양의 언덕'이라는 문구를 보고 난 후라 그런지 몰라도, 동지나해 전망소 대비 고도가 낮아 시야각이 다소 좁긴 했지만 오히려 바다와는 더 가깝게 느껴져 석양을 전망하기에는 이 곳이 좀 더 나을 거 같긴 하였다. 해질녘 석양이 쿠치노에라부섬과 야쿠시마 해안선 사이 수평선에 걸쳐 있으면서 주변을 붉게 물들이고 있을 모습을 상상해보니 그 모습이 정말 장관일 거 같았다.


석양의 언덕 전망대를 벗어나, 다시 내리막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하였다. 역시나 계속되는 내리막길을 속도감을 즐기며 빠르게 이동하였고, 얼마 안 있어 이나카하나 해변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나카하나 해변은 폭은 조금 좁지만 길게 펼쳐진 백사장과 에메랄드 빛 바다가 아름다웠다. 하지만, 바다 거북이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하여 백사장 위에 엄청난 수의 바다 거북이가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백사장 어디를 봐도 거북이 한 마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설마 잘못 알고 있나 싶어 검색을 해보았는데, 이나카하나 해변이 일본 제일의 바다 거북이 산란지가 맞긴 하나 산란하러 오는 시기가 5월에서 7월 사이라는 것이었다. 야쿠시마에 온 김에 바다 거북이까지 같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긴 했으나, 시기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해변 입구에 있는 거북이 동상을 대신 보며 아쉬움을 달래보기로 하였다.  


이나카하나 해변을 둘러보고 나니 오전 9시쯤 되었다. 살짝 허기가 지기 시작해 (안 그래도 이동 거리 및 시간을 고려했을 때 이나카하나 해변 주변에 있는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미리 봐 둔 카페가 있었던 터라) 구글 맵에서 찾아둔 카페 위치를 확인해보았다. 하지만, 이게 웬 걸, 카페 오픈 시간이 11시 반부터인 것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카페를 알아볼 때 위치와 판매 메뉴만 봤지, 관광지니깐 당연히 일찍 열 거라는 생각에 영업시간까지 미처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주변에 검색되는 나머지 카페들도 모두 11시 이후에 오픈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동 중에 편의점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유명 관광지인데 설마 필요할 때 먹을 거 하나 못 구할까 싶어 출발 전에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었는데, 당장 주변에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허기졌던 배가 더 고파오기 시작하였다. 

카페 문을 열 때까지 2시간 이상 여기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주변에 동네 슈퍼마켓 같은 곳도 검색이 잘 안되고, 서쪽으로 더 간다고 해도 카페나 식당 같은 시설이 나올 거 같지도 않고, 보급품 확보 없이 그냥 갔다가는 봉크에 걸릴 수도 있을 거 같고,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마침 그때 주차장에 있는 기념품 가게 주인께서 막 오픈 준비를 하고 계셨다. 혹시 몰라 주변에 슈퍼마켓이 있는지 가서 여쭤보았다. 본인도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서쪽으로 좀 더 가면 있는 거 같다고 일러주셨다. 말씀 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지도를 보며 다시 검색을 해보니,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슈퍼마켓으로 검색되는 곳이 하나 나왔다. 다행히 아주 멀지 않은 곳에 슈퍼마켓이 있어 일단은 그곳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작은 마을 하나가 나왔다. 검색한 슈퍼마켓 위치와 겹치기도 하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걸 봐서는 분명 어딘가에 슈퍼마켓이 있긴 있겠다 싶은 확신이 들어, 다급했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슈퍼마켓 위치를 살펴보았다. 

검색한 슈퍼마켓 명칭은 코스모(コスモ)라는 곳이었다. 하지만 구글맵 위치 상 분명 주변인데, 아무리 봐도 슈퍼마켓은 안 보이고 주유소 건물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었다. 혹시나 해서 주유소에 딸려 있는 건물로 가서 안쪽을 들여다보니, 식료품 같은 것들이 보여 이 곳이 내가 찾던 그 코스모 슈퍼마켓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슈퍼마켓을 찾긴 찾은 거 같은데, 이 곳도 아직 영업시간 전인지 문이 닫혀 있는 것이었다. 가게 문에 영업시간 정보도 없고, 언제 열지도 모르는데 여기서도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고, 전체 일정이 지연되더라도 다시 이나카하나 해변으로 돌아가 카페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을까,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또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래도 마을이 있는 곳이니 이 곳 말고 다른 슈퍼마켓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마을을 한 바퀴 더 돌아보고 슈퍼마켓이 없으면 그냥 이나카하마 해변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마을을 거의 한 바퀴 다 돌았을 때, 간판도 없고 창고 같이 생겼는데 구글맵 상에 '상점(商店)'이라고 되어 있는 곳이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보았다. 일단 다행히 문은 열어 안에 무엇을 판매하고 있나 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왠 걸, 그토록 찾았던 빵이나 과자 같은 먹을 것을 팔고 있는 것이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했을 때 느낌이 이런 걸까 싶었는데, 제품 종류가 많지 않고 유통기한도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그래도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다는 게 어디냐며, 기쁜 마음으로 가게 내부를 둘러보았다. 

단팥빵과 우유, 그리고 미야노우라까지 슈퍼마켓이 없을 거라는 가정하에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초콜릿을 비상식량으로 구매한 후, 가게 밖에서 앉아 빵과 우유를 먹기 시작하였다. 단팥빵이 원래 이렇게 맛있었나 하며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가게 주인 할머니께서 나오시더니 가게 안에서는 보지 못했던 바나나를 하나 먹으라고 주시는 것이었다. 내가 손주처럼 느껴지셨는지 아니면 안쓰러워 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가게 할머니의 인심과 배려에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허기도 달래고 보급품도 확보했으니, 이제는 돌아가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고민할 필요 없이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뭔가 꼬였던 것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은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출발에 앞서 스트레칭을 하고 자전거 상태도 점검하면서 전열을 가다듬은 후, 다시 라이딩을 힘차게 시작하였다.   


마음이 안정되니 페달링도 경쾌해졌고, 다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슈가 해결되었기 때문이겠지만, 불과 한 시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심리적 상태 면에서 달라져 있는 것을 보고, 역시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있구나, 앞으로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을 곱씹어보았다. 


도로는 어느덧 2차선에서 1차선으로 바뀌었고 평지에서 언덕길로 접어들었다. 세이부 임도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는 없었지만, 도로에 '사슴주의' 표지판도 보이고 점점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에 세이부 임도에 진입한 거 같았고, 아니나 다를까 얼마 안 있어, '여기서부터 세계자연유산 지정 구역이 시작된다'는 안내판이 서있는 곳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야생 사슴과 원숭이를 만나볼 수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들뜨기 시작하였다. 무리 지어 다녀 가끔 도로를 점령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차량이나 사람이 있어도 도망가지 않고 본척만척한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였기 때문이었다.  

세계자연유산 지정 구역이라 도로도 최대한 사람의 손이 닿지 않게 자연 상태 그대로 놔두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도로 위에 나뭇가지나 돌 같은 이물질들이 많아 자전거로 이동하기에 길이 좋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야생 사슴과 원숭이를 보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하며 이물질들을 피해 가면서 천천히 길을 따라 올라갔다. 

올라가는 내내 사슴이나 원숭이 무리를 자주 볼 줄 알았는데, 기대했던 것과 달리 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았다. 오전 시간대는 동물들이 잘 이동하지 않는 때인가, 설마 이대로 세계자연유산 지정구역을 통과하는 건 아니겠지 하며 언덕길을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저 멀리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바로 야생 사슴이었다. 먹이를 찾고 있는지 두 마리의 사슴이 도로 주변을 배회하다가 자전거 체인 소리 때문인지 내 쪽을 쓱 보더니 숲 속으로 이동하였는데, 어제 본 야생 원숭이처럼, 어렸을 때 동물원에서 봤던 사슴보다 크기는 작았지만 야생이라 그런지 확실히 몸이 날렵해 보였다. 피부 색상도 주변 나무나 풀처럼 푸르스름해 숲 속에서는 그들의 움직이는 모습을 쉽게 찾기 어려웠는데, 대자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오랜 세월 동안 주변 환경에 적응에 적응을 거듭한 결과인가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야생 사슴을 못 보면 어떡하지 했는데 그래도 실제로 보니 다행이었고, 더 많은 사슴과 원숭이들이 도로 주변으로 나와주길 속으로 기도를 하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보고 싶었던 무리의 모습이 아니라 아쉽긴 했지만, 가끔씩 야생 사슴 한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얼마나 반가운지, 마치 보물 찾기를 할 때 보물을 발견했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마침내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던 야생 원숭이도 볼 수 있었다. 역시나 무리 짓고 있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긴 했으나, 도로 위에 누워 자는 원숭이부터 둘이 앉아 알콩달콩하는 원숭이들까지, 하는 행동들이 사람과 비슷해 신기하였고, 옆에 사람이나 차량이 지나가던 말던 신경 쓰지 않는 배짱 두둑한 모습에서, 이 곳의 주인은 원래 우리인데 우리가 왜 너내를 보고 움직여야 하냐 우리 구경 다했으면 너내들은 갈 길 가라라고 버팅기고 있는 거 같아 그 모습이 재미있었다. 


계속되는 오르막이 끝나자 잘 닦여진 내리막 2차선 도로가 나왔다. 세계자연유산 지정 구역을 막 벗어난 것이었다. 기대했던 무리 짓고 있는 야생 원숭이나 사슴들을 보진 못했지만, 동물원 같은 인위적인 환경이 아닌 대자연 속에서 살고 있는 야생동물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고, 인류도 동물의 한 종인 이상 앞으로 자연을 잘 보존하면서 그 속에서 다른 동물들과 서로 잘 공생할 수 있게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의 관심과 노력이 더욱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같이 하게 되었다.  


세계자연유산 지정구역을 벗어나자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바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다 위에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것이 아름다워 잠시 자전거를 세워놓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를 쓱 둘러보는데 하얀 점처럼 여기저기서 물거품이 일어나는 게 보여 파도 물결 인가 하고 자세히 보니, 날치였다. 날치가 물속에서 밖으로 튀어 올라 이름 그대로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것이었다. 야쿠시마 사슴과 원숭이 생각에 이 곳의 또 다른 상징인 날치의 존재를 잠시 잊고 있었는데,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날치들을 직접 보니 신기하였고 누가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고기 이름 한 번 참 잘 지었다 싶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날치 튀김을 먹어보지 못했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인만큼 저녁 때는 꼭 날치 튀김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도 같이 해보면서, 다시 라이딩을 재개하였다. 


이 곳에서도 바닷바람을 가로지르며 내리막 길을 따라 속도감 있게 내려가는 짜릿함이 정말 최고였다. 갑자기 문득 내 인생에 언제 또 이런 곳에서 라이딩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없을 수 있는 지금 이 소중한 순간을 최대한 즐겨보자 하다가도, 아무래도 여행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라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고, 복잡 미묘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마구 스쳐갔다. 


세계자연유산 지정 구역을 벗어나 20여분 정도 달린 거 같았다. 도로 가에 오코노타키 폭포(大川の滝)로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보여 안내를 따라 폭포 쪽으로 이동하였다. 

아직 폭포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데 멀리서 쏴악 하면서 폭포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대단한 폭포이길래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지 그 모습이 궁금했는데, 주차장을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아가니 오코노타키 폭포가 '두둥'하면서 그 위엄을 드러내었다.  


폭포 높이가 88m라는데 폭포와 거리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봐도 괜히 일본 100대 폭포에 선정된 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물이 떨어지는 지점도 높았고 물이 떨어지는 기세 또한 정말 대단하였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폭포 아래 가까운 곳으로 좀 더 걸어 들어가 보았다. 

바위에 걸터앉아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를 바라보며 물소리를 들어보았다. 소리는 시끄러웠지만 내 주변 세상의 모든 것은 잠시 멈춰 있는 거 같이 고요한 느낌이었는데, 폭포 주변에 잠깐 있었던 것만으로도 이렇게 힐링과 리프레쉬가 되다니,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몸과 마음을 충전을 하였으니 다시 힘차게 라이딩을 재개할 차례였다. 오코노타키 폭포를 빠져나와, 지나다니는 차량 하나 없는 한적한 평지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하였다. 


5km 정도 지나 작은 마을에 진입하였다. 쿠리오(栗生)라는 곳이었는데, 뒤쪽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산과 앞쪽에 흐르고 있는 강 그리고 마을에 있는 건물들의 전체적인 모습이 이질감 없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이상적인 시골 마을의 한 모습을 보는 거 같았고, 역시나 이물질 하나 없이 깨끗하게 유지 관리되고 있는 도로 상태도 방문자의 기분을 좋게 하는 동시에 이 곳 동네 수준도 한 층 높게 느껴지게끔 하였다.  


쿠리오 마을을 벗어나, 계속 힘차게 페달링을 하였다. 누적거리가 50km를 넘어서인지 피로감이 살짝 밀려오기 했으나, 해안을 따라 달릴 때는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바다를, 내륙 쪽을 달릴 때는 웅장하게 솟아 있는 푸른 산을 벗 삼아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갔고, 쿠리오에서 40여분 정도 달린 끝에 히라우치 해중 온천(平内海中温泉) 입구에 도착하였다. 


큰길에서 바닷가 쪽으로 나있는 내리막 길을 따라 쭉 내려가니 해중 온천이 나왔다. 

주변에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진 않고 입구에 있는 요금함에 셀프로 요금(200엔)을 넣고 들어가면 되는 구조였다. 혹시나 온천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나 하고 봤는데 안에 누가 있지는 않았다.

해중 온천과 바다를 보고 있으니, 해발 고도 0m에서 바다와 한 몸이 되어 즐기는 온천은 어떨까라는 궁금한 마음에 잠깐 들어갔다 나올까 고민이 되긴 했지만, 구경만 할 생각에 갈아입을 옷이나 수건 같은 용품들을 챙겨 오지 않았던 터라 괜히 무작정 들어갔다가 나와서 뒷수습이 힘들 거 같아 들어가지는 않았다. 아쉽긴 했지만 해중 온천이라는 것을 실제로 본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고, 해중 온천에 들어가 보지 못했다는 핑계로 나중에 야쿠시마에 한 번 더 와야 하겠네라고 하면서, 히라우치 해중 온천을 빠져나왔다.


오후 1시 반이 지난 점심 시간대가 돼서 그런지 살짝 허기가 지기 시작하였다. 히라우치 지역 도로 주변으로 식당들이 몇 군데 보이긴 했으나 딱히 구미가 당기는 곳도 없고, 구글맵을 보니 히라우치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식당 옵션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안보까지 거리도 20km라 한두 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거 같아, (아까 비상식량으로 구매해 둔 초콜릿도 있으니 가는 길에 봉크 걱정도 없겠다 싶어) 점심은 뭐가 될 진 모르겠지만 안보에서 맛있는 걸 먹는 걸로 하고 속도감 있게 이동하기로 하였다.   


중간중간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긴 했지만 대체로 평지였고, 빨리 안보에 도착해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했는지, 히라우치에서 출발한 지 1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3시쯤에 안보에 도착하였다.  


안보는 어제 조몬스기 산행하는 날에 버스로 지나쳤던 동네였다. 갈 때는 새벽이라 어두워서, 올 때는 비가 와서 주변을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맑은 날 보는 안보의 모습은 평온하면서도 역동적이었다. 마을 주변으로 펼쳐져 있는 산과 강, 그리고 바다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고, 동네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건물들이 오밀조밀하게 밀집해 있는 것이 마을의 에너지가 한 데 모아져 있는 거 같았다.  

동네 구경도 할 겸 골목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이거다 싶은 식당이 있으면 들어가 보고 싶어, 메인 도로에서 동네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역시나 동네 안 쪽 골목길이라도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고 아무 데나 세워져 있는 차량 한 대 없는 모습이 보기 좋아, 문 연 식당이 있다면 그곳의 메뉴에 상관없이 바로 식당 안으로 들어가 버릴 것만 같았다. 

주변을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마침내 마음에 드는 식당 하나를 발견하였다. 야시마(やしま)라고 하는 해산물을 다루는 식당이었는데, 건물 외관은 허름해 보여도 왠지 정직할 거 같은 숨은 맛집처럼 보였다. 어떤 생선을 먹을까, 오늘의 추천 메뉴는 무엇일까라는 기대감을 안고 가게에 들어섰다.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께서 청천벽력 같은 말씀을 하셨다. 점심 식사 영업은 끝났고 지금은 브레이킹 타임이라 5시에 다시 영업 재개를 한다는 것이었다. 맛집을 찾겠다고 허기짐을 견디며 한 시간을 넘게 여기까지 달려왔건만 브레이킹 타임이라니, 오늘은 먹을 운이 없는 건가라는 아쉬움과 허탈함에 다시 가게 밖으로 나와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았다.  

주변에 야시마 같은 식당이 많지 않을 거 같고 있다고 해도 브레이킹 타임일 거 같은데, 그렇다고 여기서 밥을 먹자고 2시간을 기다리자니 그 시간 동안 안보에서 마땅히 할 것도 없고, 설사 기다린다고 해도 밥을 먹고 출발하면 5시 반은 넘을텐데 그러면 어두컴컴할 때 미야노우라에 도착할 거 같았다. 고민하다가 지도 상에 안보에서 미야노우라까지 거리가 20km라, 한 시간 참은 거 한 두 시간 더 못참겠나며 아예 미야노우라로 빨리 넘어가서 거기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기로 하였다. 


초콜릿 몇 개를 먹고 기합을 불어넣은 후, 오늘 야쿠시마 자전거 일주의 마지막 골인 지점인 미야노우라를 향해 다시 힘찬 페달링을 시작하였다. 


미야노우라로 향하는 길도 히라우치에서 안보로 올 때처럼 대체로 평지였지만 중간중간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었다. 아무래도 여정의 마지막 구간이라 누적거리도 있고 식사 보급도 원활하지 못해서였는지, 몸에 피로도가 심해 이동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 구간만 끝나면 오늘 여정도 끝이다, 미야노우라에 도착하면 야시마보다 더 맛있는 곳에서 밥을 먹자라는 생각을 하며 남아 있는 모든 힘을 끌어내 라이딩에 집중하였고, 푸른 하늘과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는 드넓은 바다를 추가 동력 삼아 달린 끝에 마침내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미야노우라에 입성하게 되었다. 


미야노우라에 도착했을 때, 산 위에 크게 떠 있는 해가 마치 오늘 장사를 접고 슬슬 퇴근하려는 가게 주인 마냥 저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침에 해가 뜰 때 이 곳을 출발했는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나 벌써 해가 질 때가 됐나 싶어 시간 계산을 해보니 9시간 반이나 지나 있었다. 오늘 해안도로를 따라 들렀던 곳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니, 그래 오늘 하루가 길긴 했구나, 지금 해가 지고 있는 게 정상이지 계속 중천에 떠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네라며,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오늘도 고생한 나 스스로를 보듬어 보았다.  


100km 정도 되는 라이딩을 무사히 마치고 미야노우라에 입성했으니, 이제는 맛있는 음식으로 보상받을 차례였다. 안보에서 생선회를 먹으려고 했다가 못 먹었으니 생선회를 파는 식당으로 가기로 하고 검색 끝에, 시오사이(潮騒)라는 식당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식당에 도착했을 때는 5시 20분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하지만 이게 웬 걸, 문이 잠겨 있었다. 설마 오늘 영업을 안 하나, 오늘은 정말 먹을 운이 없는 것인가라며 문 앞을 서성이고 있는데, 문 주변을 살펴보니 '다행히도' 5시 반부터 저녁 영업이라고 쓰여 있었다. 기다려야 하긴 해도 문을 안 닫은 게 어디냐며 놀랬던 마음을 쓸어내리면서 가게 앞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린 끝에 저녁 첫 손님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보통 식당에 가면 정확히 말로 표현하긴 어려워도 이 곳이 괜찮은 곳인지 아닌지에 대한 느낌이 있는데, 가게 분위기나 직원들의 움직임을 보니 제대로 된 생선횟집을 잘 찾아온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시작은 생선회로 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아, 직원분에게 오늘의 추천회를 부탁드렸다. 추천회라고 얘기해주신 생선 이름은 정확히 듣지 못했는데, 입에 넣었을 때 시원하면서 신선함이 가득한 회 맛이 일품이었다. 

회를 한 점 두 점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스끼야끼가 맛있어 보여 같은 걸로 추가 주문을 하였다. 재료는 사바(고등어)였는데, 달짝지근한 끓는 육수에 사바를 담갔다가 풀어놓은 날계란에 찍어 먹는 맛이 정말 별미였다. 

맛있는 음식들로 배를 서서히 채워가니 긴장했던 몸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오늘 내내 먹는 운이 없는 건가라며 허탈해했던 순간들도 같이 사르륵 사라졌는데, 결과론적이긴 하나 지금 이 순간을 더욱 가치 있게 하기 위해 그런 시련들이 존재했었나라는 생각이 들어, 매사 일희일비하지 말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헤쳐나가는 것이 중요하겠구나라는 것도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해가 뉘엿뉘엿하고 있었다. 야쿠시마에서의 마지막 저녁이라는 생각에 저녁노을을 좀 더 감상하고 싶어 미야노우라 항구 쪽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배가 정박되어 있는 부두에 내려앉은 연보랏빛 노을이 마치 야쿠시마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해가고 있는 나처럼 뭔가 차분하고 침착해 보였다. 

기괴한 산세에 놀라며 야쿠시마에 들어왔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내일이면 이 곳을 떠나 다시 가고시마로 돌아가야 한다니, 시라타니운스이쿄와 조몬스기 산행, 그리고 일주 라이딩까지 야쿠시마에서의 일정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고, 그와 동시에 야쿠시마에서의 일정 그리고 나아가 가고시마 전체 여행 일정도 저 석양처럼 점점 저물어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뭔가 뭉클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밀려왔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나오니, 방에 조몬스기 산행을 마치고 돌아온 가브리엘이 있었다. 오늘 일정이 어땠는지 얘기를 나누다가, 나가서 같이 식사 겸 술이나 한잔하자며 숙소를 나섰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데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때 먹겠다고 다짐했던 날치 튀김을 아직 먹지 않은 게 생각났다. 아까 갔던 시오사이라면 날치 튀김도 괜찮을 거 같아 가브리엘에게 괜찮은 식당이 있다면서 그곳으로 가보자고 제안을 하였다.

가게에 들어서자, (복장이 달라 살짝 긴가민가 하시는 거 같긴 했는데) 아까 왔던 사람이 또 왔네라는 표정으로 웃으시면서 자리를 안내해주셨다. 날치 튀김과 미타케 소주를 한잔 주문하였다. (사진에서 봤던 거처럼 여기는 날치를 통으로 튀겨 내오진 않았지만) 튀긴 후 먹기 좋게 자른 날치 튀김의 아삭하면서 거친 식감이 좋았고, 로컬 음식과 로컬 술의 만남이어서 그런지 미타케와의 조화도 훌륭하였다. 


시오사이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기분 좋게 한잔 한 후, 서로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기는 아쉽다며 주변에 있는 맥주집에서 한 잔 더 하기로 하였다. 

어디가 괜찮을지 골목골목 돌아다니면서 둘러보다 '파노라마'라고 하는 술집이 괜찮아 보여 들어갔는데, 야쿠시마 외국인 여행객은 여기에 다 모아놨나 싶을 정도로 특히 서양인 손님들이 많았다. 야쿠시마 로컬 맥주 '캐치더비어'와 간단한 안주를 시켜놓고, 야쿠시마에서의 마지막 밤이기도 하고 내일은 체력적으로 부담 있는 일정이 아닌 만큼, 시원한 맥주 그리고 여행에서 만난 동료들과 함께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기로 하였다. 


야쿠시마에서의 밤을 즐긴 후 숙소로 복귀하였다. 술을 몇 잔 걸쳐 몸이 노곤 노곤한 것도 있고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여유 있게 일어나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오늘 밤은 맘 편하게 잠에 들 수 있을 거 같았다. 

지금까지의 일정 동안 별 탈 없이 무사히 여기까지 올 수 있어 다시 한번 다행이고,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일정도 잘 마무리될 수 있게 해 달라며 기도를 한 후 야쿠시마에서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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