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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썸준 Oct 13. 2020

일본 가고시마 한 달 살기 : Day30

뜨겁게 불태웠던 가고시마 한달 살기를 마무리하다

2019.4.17 (수)


가고시마 한 달 살기 여행의 마지막 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의 아침이 밝았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낮 12시라 공항으로 이동 시간과 준비 소요 시간 등을 고려해 아침 8시로 알람을 맞춰놓았는데, 자는 동안 늦잠 자면 안 된다는 긴장감이 몸을 지배했는지, 오늘도 어김없이 몸을 뒤척이다 알람 시간 이전인 7시에 잠이 깨 일어나게 되었다. 


일어나서 목을 축인 후 커튼을 열어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어둑어둑 먹구름이 끼어있었고, 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지 않지만 밤새 비가 왔는지 도로 위는 젖어 있었다. 

이왕 일찍 일어난 거 빨리 준비해서 체크아웃한 후 카페에 가서 차 한잔하면서 공항버스를 기다릴까 했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푸릇 무성한 시로야마 숲을 보는 순간, 체크아웃 전 시로야마 전망대에 다녀오는 것으로 마음을 바꾸기로 하였다. 가고시마에 있는 동안 일상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리프레쉬할 수 있게 해 주었던 시로야마 자연유보도와 전망대.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곳을 따라 거닐며 가고시마에서의 한 달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다짐도 같이 해보는 게 좋을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갈 채비를 해서 호텔을 나선 후, 늘 가던 루트인 텐몬칸 상가 아케이드와 데루쿠니 신사 옆을 지나 자연유보도에 진입하였다. 

봄을 지나 이제는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서인지 숲이 더 무성해진 것도 있고 밤새 내린 비 때문에 습도도 높아져서 그런지, 산책로를 따라 걸을 때 주변에서 그윽하게 풍겨오는 풀내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하였다.

여행 첫날에 시로야마 자연유보도 입구에서 전망대까지 가보겠다고 지도를 찾아가며 올라갔던 게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계획했던 일정들을 모두 무사히 마치고 여행의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다시 시로야마 자연유보도를 걷고 있으니, 머릿속에서 지난 한 달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벅차오르는 거 같았다. 


시로야마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전망대에 올라올 때마다 저 멀리 솟아있는 사쿠라자마를 바라보며 여행의 포부를 다졌는데, 얼마 안 있으면 곧 사쿠라지마를 뒤로 한 채 여행을 마무리할 차례라고 생각하니 여러 생각들이 다시 머릿속을 교차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일생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한 달 살기라는 여행을 통해, 평소 관심 있었던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현지에서 좀 더 가까이 관찰하면서 그들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었고, 나아가 우리와도 비교해보면서 앞으로의 우리 모습과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같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었다. 

또한, 이번 여행으로 끝이 아니라 앞으로 일본어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일본 관련 주제에 대해서도 좀 더 심도 있는 공부와 경험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이 앞으로 있을 '일본 알아가기'라는 긴 여정의 초석이 된 거 같아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맞닥뜨릴 인생의 난관에서도 잘 대처할 수 있는 자신감과 그에 필요한 경험과 교훈을 얻은 거 같아 인생에 남을만한 뜻깊은 여행이었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사쿠라지마와 가고시마 시내 전경을 가슴속 한 켠에 간직한 채, 시로야마 자연유보도를 다시 따라 내려와 호텔로 복귀하였다. 


전망대에서 계획했던 거보다 오래 있어서 호텔 복귀 후 짐을 챙겨 나오는 시간이 촉박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9시가 조금 안돼 체크아웃 후 호텔 밖을 나설 수 있었고,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여 잠시 기다렸다가 9시 15분에 들어오는 버스에 탑승을 하였다.  

버스 좌석 시트에 몸을 깊숙이 기대며 창가 너머로 빠르게 지나치는 가고시마 시내 풍경을 바라보았다. 여유 있게 공항버스를 탔겠다, 이제는 공항에 잘 도착해 비행기만 타면 정말 끝이구나라는 생각에 안도감과 함께 아쉬우면서 한편으로는 후련한 복잡 미묘한 감정이 다시 한번 밀려왔다. 


시내지역을 빠져나와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따라 달린 끝에, 이번 여행의 시작지였자 종착지인 가고시마 공항에 도착하였다. 

도착해서 발권 후 출국심사대를 거쳐 게이트로 이동하였다. 게이트로 향하는 길에 이제 막 가고시마 공항 활주로에 내려 이동하고 있는 대한항공 비행기가 보였는데, 얼마 안 있어 타고 갈 비행기를 보니 이제야 진짜 가고시마를 떠나는구나라는 실감이 들었다. 


게이트 주변에서 대기하다가 탑승 안내 방송에 기내로 이동하였다. 얼마 안 있어 이제 곧 이륙한다는 안내와 함께 비행기는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이륙하였고, 나의 뜨겁게 불태웠던 가고시마에서의 한 달 여정도 이륙과 함께 같이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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