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그럴까?
나는 축구를 보지 않은지 몇 년이 됐지만, 해외축구가 슈퍼리그라는 걸로 난리가 난 모양이다.
생각보다 UEFA와 FIFA의 반발이 거세고, 팬들은 물론 각국 정부마저도 반대의 움직임을 내보내는지라,
위축된 클럽들이 꼬리를 내리고, UEFA도 이를 없던 일로 하면서 묻어갈 확률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높아 보인다.
이 사태는 결국 빅클럽(?) 몇 팀이 모여서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겠다는 건데,
요지는 돈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인기로 벌어들인 돈을 협회와 하부리그에 나누어주는 게 아니꼬왔고,
코로나로 인해 재정 상황이 열악해지고 나니 더는 버티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
다만 빅클럽들의 그러한 행보가, 과연 재정적으로 본인들에게 이득이 될까?
새로운 계획들(그리고 망했던 계획들)이 늘 그렇듯, 전망은 장밋빛이다.
슈퍼리그에 참가한 모든 팀은 순위에 상관 없이 챔피언스리그 대진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고,
우승팀은 우리 돈으로 3600억 - 현재 리그에서 받는 중계료의 몇 배 -을 받아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돈잔치에는,
클럽들의 네임밸류와 선수들의 몸값에 비추어봤을 때 그만큼의 수익을 얻기에 충분하다는 전제가 "당연히" 깔려있다.
하지만 글쎄.
솔직히 너무나 새로운 일이라서 전망하기 어렵긴 하지만,
과연 그렇게 돈이 벌릴까.
과연 리그와 대회의 매력도라는 게 선수의 몸값과 경기의 수준만으로 결정되는 일일까?
역사와 전통, 혹은 스포츠 정신 같은 것은 대회의 흥행이나 "돈"과는 전혀 무관한 꼰대질일까?
열두 개 팀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낸 '슈퍼' 리그에서의 승리나 우승이,
지금의 각국 축구협회의 리그,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승리 하나하나와 우승만큼이나 간절할까?
물론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클럽은 전 유럽에서 대여섯 개,
아무리 넓게 잡아도 열몇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열몇 개 팀 중에 최고라는 영예를,
모든 유럽의 수백 수천 개 축구클럽 중 최고라는 영예로 단순히 치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유러피언컵부터 시작된 약 70년의 역사를 박차고 나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대회가,
단지 뛰어난 클럽, 훌륭한 선수들이 뛴다는 이유만으로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이게 될까?
물론 그들이 빠져나간 빈 자리는 너무나 크고, 어쩌면 결코 메울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들만의 리그가 그만큼 매력적이리라고는 쉽게 생각되지 않는다.
엘 클라시코의 매력이 그 팀의 전력과 선수들의 실력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듯이,
양 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에버튼과 리버풀의 경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듯이.
때로는 뮌헨보다 샬케와 도르트문트가 더 기억에 남았던 해도 있듯이.
결국 돈이다.
돈 때문에 나온 것이니만큼, 돈이 계속해서 벌려야 한다.
슈퍼리그라는 이름부터가, 그 돈을 어디서 벌어올 것인지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다.
아시아의 새로운 축구팬들, 특히 중국의 팬들로부터,
유럽 본토의 지지를 잃고도 그걸 만회할 만큼을 벌겠다는 것이다.
시작은 성공적일지 모른다.
슈퍼리그는 충분히 화제성 있고, 또 그 자체로 이슈가 되고 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역사를 더해가면, 슈퍼리그 자체가 새로운 서사를 써내려가면서 스스로 권위를 얻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초기의 화제성이 빛을 바라고 스토리 없는 리그의 한계가 드러나는 순간이 분명 드러날 것이다.
과연 클럽과 선수의 네임밸류만으로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과연 기대만큼의 재미와 매력을 유지하면서 팬들의 이탈을 막고,
결국 기대만큼의 '돈'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그럴 수도 있지만, 회의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돈으로 모인 만큼,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나면 순식간에 와해되고 말 것이다.
돈 때문에 들어온 자본이 제일 먼저 빠져나가고,
결국 상처받은 축구클럽, 그리고 그보다도 상처받은 축구팬들이 남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축구판에서 제일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