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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소소 Nov 11. 2019

오전 9시 14분

피렌체, 조토의 종탑

아직 완전히 뜨지 않은 햇빛이 만들어낸 대비가 좋았다. 파리가 하얀 대리석 지붕으로 유명한 것처럼, 피렌체는 붉은 기와 지붕으로 유명하다. 투스카니 지방의 흙이 붉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 많은 시간이 지나서 그 모습이 어떻게 다가왔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이날 종탑과 쿠폴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수도 없이 많은 사진을 찍었고, 뭔가에 취한듯 홀려 있었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야 여행이 남기는 것은 내가 다녀온 곳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곳에 있었던 나만이 사진과 함께 남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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