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대문 농린이 Jun 04. 2019

케냐를 사랑하는 방법 : 케냐 카페 양대산맥

케냐 매력 찾기, 두 번째 : 아트카페냐, 자바냐, 그것이 문제로다.

  한국사람들 누구나 케냐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키워드는 '커피'겠지. 하지만 우습게도, 케냐 사람들은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 케냐 커피가 유명한 건 유명한 거고, 커피가 일상인 한국 사람과는 다르게, 케냐 사람들에게 커피는 일상이 아니다.

케냐사람들은 커피보다 달달한 밀크티같은 짜이를 많이 마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 케냐에 와서도 그렇게 커피를 찾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카페를 찾는다. 처음 케냐에 왔을 때는 커피 한잔 마시기가 왜 그렇게 힘겨웠는지 모른다. 나는 케냐의 원두로 내려진 신선한 커피를 기대하고 왔는데, 정작 집 근처 작은 가게들에서는 커피를 찾을 수 없었고, 구석탱이에서 하나를 발견한 그 마저도 인스턴트 네스카페였다. 한국에서는 어디서든 손에 쥐기 쉬운 그 커피 한 잔을 여기서 마시려면, 최소 우버를 타고 가까운 몰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카페 시행착오를 거쳐, 나이로비 내 괜찮은 카페를 다 섭렵하고 나서야 '카페 안정기'가 찾아왔다. 비록 모두 택시를 타고 다녀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나이로비에는 괜찮은 카페들이 꽤 많다. 하지만 그건 다음번에 이야기하도록 하고, 오늘은 케냐 카페계의 양대산맥, 내 카페 안정기의 주축인 '아트카페(Art Caffe)'와 '자바 하우스(Java House/자바)'를 소개해볼까 한다.



케냐의 매력 2. 아트카페 vs 자바 하우스


  케냐에 와서(정확히는 나이로비에 와서) 카페를 가고 싶은데 어디를 가야 할지, 내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가 어디인지, 와중에 좀 괜찮은 카페를 가고 싶다던지, 아니면 조금 괜찮은 식사를 해야 하는데 유명 맛집까지 이동할 시간이 없다던지, 뭐 이런 종류의 상황 혹은 질문이 생긴다면, 딱히 고민할 필요가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것 같은) 구글맵 어플을 켜고, 'Art caffe' 혹은 'Java House'를 검색하면 된다. 장담하건대, 둘 중 하는 무조건 근처에 있다. 그리고 그게 어디이건, 꽤 괜찮을 거다.


모던 감성, 아트카페


아트카페의 매력은 깔끔함이 아닐까 한다. 테이블부터 커피잔 하나까지 화이트와 브라운으로 통일된 디자인, 그만큼 깔끔한 메뉴, 심지어 디저트까지 깔맞춤을 시도했는지 맛있는 건 대부분 초코맛이다. 초코맛을 좋아한다면 브라우니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 추가 혹은, 아트 볼케이노(Art Volcano/초코 화산 같은 빵 위에 아이스크림)를 추천한다.

 

(좌) Berry Kiss 허브티    (우) 아몬드크로와상/모로칸 민트티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아몬드 크로와상과 모로칸 민트 티다. 솔직히 말하면 모로칸 민트 티는 취향을 탄다. 생 민트 잎을 때려 넣고, 뜨거운 물을 가득 부어다 꿀과 함께 서빙되는데, 이게 무슨 민트를 먹으라는 건지 티를 마시라는 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민트 잎을 넣어준다. 나는 가득한 민트 잎을 티스푼으로 밀어내며 먹는 이게 좋은 건데, 지인들은 너무 과하다며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또 케냐 사람들은 꿀을 안 넣고 마시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꿀은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확실해?""그럼 설탕이라도 줄까?""혹시 다른 게 필요해?" 하며 몇 번을 물어본다. 꿀을 안 넣는 게 그렇게까지 이상할 일인지 싶지만, 뭐 이상하게 보이면 이상한 건가 보지-하며 만다.

  아몬드 크로와상은 단 한 번도 취향을 타는 걸 본 적이 없다. 당신이 한국사람이라면, 아니 한국사람이 아니더라도 무조건 좋아할 거다. 확신할 수 있다, 그만큼 자신 있는 메뉴다. 고소하고, 바삭하고, 달달한 크로와상을 한 입 먹으면, 솟아나던 월요병도 사라질 정도니까.

  월요병 하니 생각난 건데, 아트카페에는 직장인을 위한 아주 매력적인 딜이 있다. 오전 7:30부터 9:30까지 진행되는 'Coffe with Dignity'라는 것인데, 이때엔 그날 아침 구운 신선한 빵(Pastry)과 커피 한잔(Hot Only)이 단 350실링! 한화로 4천 원 정도다. 가장 저렴한 빵과 커피를 고른다고 하더라도 이득이니, 매일 아침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다.

종류는 다섯개 밖에 없으면서, 1+1을 하다니. 마음만 먹으면 다 마셔볼수 있다.

  반대로 아트카페에는 지쳐있는 피곤한 이들을 위한 딜도 있다. 저녁 4시부터 7시까지 진행되는 'Cocktail Happy Hour', 칵테일 1+1이다. 칵테일 종류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케냐에서 칵테일 물가(?)가 저렴하지는 않다는 점과, 저녁의 아트카페 분위기도 꽤 좋다는 점을 생각하면 괜찮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코스모폴리탄(Berry Cosmopolitan)과 보드카 사워(Vodka Sour)밖에 안 마셔봤는데,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오지랖을 조금 부려보자면 Ginger Dawa는 비추천해본다. Dawa가 스와힐리어로 '약'을 뜻하는데, 케냐 사람들이 몸 안 좋을 때 마시는 레몬 생강차를 통칭 Dawa라고 부른다. 생강 차맛 칵테일이라... 나는 좀 그렇다.



케냐 감성, 자바 하우스


자바 하우스(이하 자바)의 매력은 '오, 케냐 카페구나'하는 느낌이 아닐까 한다. 케냐에 오면 참 지긋지긋하게 보는 색깔이 '빨강'인데, 자바 역시 온통 빨강이다.

TRM 자바하우스, 빨간색에 반쯤 얼굴을 내민 태양이 보이면, 무조건 자바다.

  자바는 로고부터 케냐스럽다. 빨강! 태양! 당당하고 강렬한 케냐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다. 내부 인테리어도 그렇다. 벽에는 대부분 아프리카(케냐) 전통 그림이 그려져 있고, 테이크아웃 컵 혹은 쿠키 포장지 등에도 키텡게(케냐 전통복을 만드는 천) 무늬가 새겨져 있다. 누가 봐도 케냐의 카페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아프리카의 뉴욕이라고 불리는, 세련된 모습의 케냐를 보여주는 카페랄까.

  케냐의 카페답게, 자바는 원두도 생산/공급한다. 케냐에 와서 원두를 사 가고 싶은데 어디서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면 가까운 몰에 가면 자바 원두가 무조건 판다. 그걸 사면된다. 평균은 한다. 조금 더 신선한 걸 사고 싶으면 가까운 자바에 가서 사면된다. 수시로 신선한 원두를 공급하고, 가장 최근에 들어온 원두를 그 자리에서 포장해준다.

(좌) 아놀드파마/ 치킨파이  (우) 치킨샐러드

  자바는 커피가 괜찮은 편이긴 하지만, 또 다른 나의 애정 메뉴를 뽑자면 아널드 파마(Arnold Palmer)와 치킨 샐러드(Crispy Chicken breast Salad)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널드 파마는 자바에서 만든 음료인데, 차가운 홍차와 레모네이드를 반반 섞은, 벤티 사이즈의 시원한 음료다. 케냐에 하루만 있어도 알겠지만, 케냐 사람들은 차가운 음료를 잘 마시지 않는다. (탄산음료를 시켜도 "Warm? Cold?"라고 묻는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그런 케냐에서 얼음 가득하고 시원한 음료라니! 적당히 달달하면서, 적당히 씁쓸하면서, 목구멍까지 시원한 아널드 파마는 완전히 한국 입맛 저격이라고 본다.

  치킨 샐러드도 한국 입맛을 사로잡지 않을 수가 없다. 튀긴 닭인데? 치킨인데? 그것도 스윗칠리소스인데? 약 7군데의 자바 지점에서 치킨 샐러드를 먹었지만, 단 한 곳도 실패한 곳은 없었다. 모든 곳이 정확히 바삭하고 따뜻한 치킨 샐러드를 만들어냈다. 닭은 케냐인에게도 주식인지라, 일단 닭을 시키면 실패할 가능성이 꽤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healthy enough to keep you happy. Happy...? 행복? 과연..?

  반대로, 그린 스무디는 경고(?)를 주고 싶은 메뉴다. 저들의 광고 문구가 보이는가? 정말 정직한 광고가 아닐 수 없다. 'Healthy Enough'. 충분히, 그것도 매우 넘치게 건강함을 우선하는 메뉴다. 초록 초록한 색깔답게, 맛도 정말 초록 초록하다. 내가 먹는 게 스무디인지, 자연 그 자체인지 헷갈릴 정도다. 한 잔을 다 마시고 나니 왠지 어깨든 머리든 어디에선가 새싹이 자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정말 초록 초록한 맛이 좋다!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사실 두 카페의 매력과 메뉴를 추천하자면 끝이 없다. 내가 이미 빠져버렸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은 잘 되지 않았지만, 두 곳 다 커피보다는 식사메뉴를 더 많이 판다. 아트카페는 브런치 메뉴들이 다 맛있고, 자바 하우스는 치킨이 들어간 메뉴들이 다 맛있다. 아트카페는 자바 하우스보다 음식들이 깔끔하고 그럴싸하게 나오고, 자바는 질보다 양!이라는 느낌에 아주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이다(아주 조금). 그리고 두 곳 다 초코 셰이크(Chocolate Shake)는 정말 맛있다.


  아트카페는 혼자서 일하거나 책을 읽기에 더 좋은 분위기이고, 자바 하우스는 친구를 만나기에 좋은 분위기다. 활기찬 케냐를 느끼고 싶다면 자바 하우스를, 나이로비 직장인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아트카페 방문을 추천한다. 처음에 언급한 나의 '카페 안정기'는 이 두 곳을 통해 완성되었다. 필요와 목적에 따라 둘 중 한 곳에 가면 웬만해서는 욕구가 채워진다. 일하기 싫은데 일을 해야 하는 날에는 아트카페를,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 때는 자바 하우스를.



   " 출근하기 싫다. 오늘은 유난히, 진짜, 정말로 출근하기 싫다!!"

   "그럼... 우리... 혹시... A로 시작하고 C로 시작하는 거기 좀 먼저 갈까요?"


  출근하기 싫은 어느 날(혹은 매일), 케냐 외노자들의 작고 짧은 일탈.

작가의 이전글 케냐를 사랑하는 방법 : 케냐의 하늘은 오늘도 푸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