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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정인 Jun 24. 2021

멈춘 게 아니라 지금은 쉬는 중입니다.

'그럴 수있지'라는 말의 힘

 지금은 쉬는 중입니다.


 아버지 생신 겸 아버지 병원 진료를 핑계 대며 타지에 계시는 부모님 댁에 내려와 있는 지금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 봐 병가를 냈다는 말씀을 드릴 수 없어서 직장에서 2주 정도 재택근무할 수 있다는 핑계를 대고 부모님 댁에 머무르며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밥을 먹으며 정말 빈둥빈둥 게을러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직장에 병가를 내고 쉬고 있는 동안에도 다른 이들은 자기네들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린다. 나의 후배도, 선배도 그들은 모두 ‘자기네들은 힘들다, 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도 다니고 승진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난 도태되고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자괴감이 느껴진다. 


  40대 중반이 되도록 결혼도 하지 못한 딸에게 더 이상 스트레스도 주지 않으시려고 말 아끼시고 그러면서 속으로는 ‘그나마 직장이라도 있으니 저렇게 혼자 사는 게 낫지’라고 하시며 한편으로는 왜 남들 다하는 결혼을 못할까라며 결혼 한 다른 딸들을 보시며 ‘성공했지’라는 말을 내 앞에서 내뱉으시는 부모님을 보면 내가 오히려 이렇게 지내는 모습이 부모님께는 보기 싫은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의 병원 진료가 끝나면 ‘그냥 빨리 나의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내 속의 또 다른 나 


  속으로는 ‘그럴 수 있지, 난 지금 병가 중이야. 내가 소중해.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거야’라고 말을 하지만 막상 소식 없던 이들과 연락이 닿아 자기네들이 말한 그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과 ‘지금은 시간 내기 힘들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들으며 나는 더 무기력해진다. 그들은 이렇게 바쁘게 사는데 ‘난 뭘 했지’라는 자책과 함께 직장생활 15년이 넘는 경력에도 직장에서 얻은 스트레스로 병가를 내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까지 더해가며 다시금 힘이 빠지는 상황이 온다. 


  ‘난 왜 그들처럼 주변의 인정을 받지 못할까’, ‘미래에 내가 아는 이들은 승진도 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살겠지. 난 그들보다 나이도 많은데 변한 것은 없고 시간만 보내면 살았다고 생각하겠구나 ‘라는 것을 떠올리며 나를 힘들게 하지만 막상 나도 힘을 내서 어떤 것을 시도해보자 라고 하지만 아직 어떤 것을 하고 싶다는 것이 없다. ’그냥 꼭 스트레스받으며 승진을 해야 할까, 지금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라는 이랬다 저랬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를 위로하나 막상 퇴직할 나이가 되면 승진을 한 이들은 그들의 위치에서 또 다른 축하인사를 받을 테고 그냥 말년 교사로 퇴직하는 나는 초라한 모습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남들이 잘 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그들의 노력하는 모습보다 ‘그들은 왜 잘 되지’라는 시기와 질투를 아직도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가 ‘넌 그렇게 하지도 않았으면서’라고 자책하며 ‘그들은 왜 그렇게 잘 나가지’라는 배 아픔까지 하고 있는 나 자신은 정말 보잘것없어 보인다.

     



그럴 수 있지


  그렇지만, 다시금 ‘그럴 수 있지. 단순하게 생각해’라고 ‘좀 더 나이 들면 생각 넓고 포용력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너도 할 수 있어 ’라고 속 좁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서 초라하게만 생각되는 나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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