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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정인 Jul 29. 2021

나의 여름계절記

내가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

  내가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름은 나에게 활동을 안겨준다. 겨울보다 여름은 활동하기가 좋다. 날씨 적으로도 해가 길어지기 때문도 있지만 차림새 또한 더위 때문에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직장 특성상 짧게는 3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자칭 자가연수라는 명목으로 잠깐 직장을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그래서 난 항상 여름이 되면 장기 여행을 갔다. 정말 가고 싶지도 않고 가기가 모호한 경우를 빼고는 되도록 여행을 가려고 노력하였다. 시간과 상황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아니면 혼자, 또는 여행카페에서 동행을 찾아서 여행을 떠났다. 게으른 내 스타일상 여행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고 가지 않고 항상 먼저 항공권 구매와 첫 여행지의 숙소만 정해놓을 뿐 그다음은 그냥 상황에 맞춰서이다. 

2021년 제주 우도 서빈백사해변에서

  이런 말들을 하면 남들은 나에게 여행 베테랑이나 그렇게 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난 그냥 계획을 세웠다가 그 계획대로 한다는 것도 힘들 거 같고 만약 중간에 다른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하지라는 염려 아닌 염려가 생겨서 그냥 그때 그곳의 상황에 맞춰서 계획을 짜자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래서 항상 다른 사람보다 정보가 늦고 현지에서 표를 예매하려고 하면 표가 매진되었다든가 괜찮은 숙소를 그제야 예약하려고 하니 자리가 없다던가라는 낭패를 경험하기 일쑤인데도 불구하고 다시 그 다음 여름이 돌아와서 여행을 가려고 하면 똑같은 방식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마 이건 나의 여행 스타일이 아니라 단순히 게으른 나의 성향 탓이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생각도 하면서 다음 여행 때는 꼭 계획을 세워보자고 다짐을 하지만 막상 그 시기가 다가오면 다시 가고 싶은 곳을 정하되 그냥 무계획으로 떠나든가 아니면 같이 가는 동행에게 맡긴다. 참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는데 쉽사리 고쳐지지 않으니 쉽지 않다. 해가 길어지는 시간으로 인해 여름에는 저녁 8시가 가까워져 오는데도 아직 해가 또 있고 밝다. 그러다 보니 들어갈 수 있는 곳도 많고 입장 시간도 여름철에는 늦게 마감을 해서 여기저기 다닐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지금껏 여름을 이용해서 갔다 온 곳 중 보통 직장 특성상 다른 곳보다 장기 여행을 갈 기회가 있어서 보통 여름에는 국내 여행을 하기보다는 국외 여행을 선택하였다. 지금까지 갔다 온 곳은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인도, 대만, 일본, 미국이었다. 


   그 중에 최고를 꼽으라고 하면 아직은 갔다 온 곳이 많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유럽이 나에게는 다시 한번 더 가고 싶은 곳이다. 지중해성 기후라는 것으로 인해서 여름에는 우리나라보다 습하지도 않기에 그늘에만 서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자연적 영향도 있고 유적지가 많아서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을 돌아다닐 수 있고 특히 익명성, 내가 그 나라에서는 자유롭게 다녀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였다.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을 나가면 익명성은 일반적이지만 유럽은 워낙 관광객들이 붐비는 도시이다 보니까 사람들 자체가 관광객들한테도 친절하고 이상하게 보지 않으며 영어가 가능한 나라들로 구성된 곳이 많다 보니까 영어를 하는 데도 불편함을 겪지 않았다. 오히려 영어를 잘 못 하는 내가 그들에게 손해를 끼쳤을 뿐. 30대로 들어설 때 같은 나이의 직장 동료가 혼자서 유럽 여행을 갔다 왔다는 말에 나도 동기부여가 되어서 그냥 무턱대고 매표부터 시작해서 유럽 책자 하나만 들고 갔다 왔던 곳. 이탈리아의 베로나에서 영어만 순탄하게 되었더라면 미국 여행객과 호감을 느낄 수 있기도 했던 아쉬움이 남는 곳. 그래서인지 더 기억에 남고 아쉬움이 많다. 


   다시 여름이 다가왔다. 코로나로 인해서 이번엔 외국 여행을 시도하기가 힘들지만 이번 여름에는 와신상담의 기회로 삼아서 다음 여행지를 유럽으로 잡고 영어 공부를 좀 열심히 해볼까 한다. 그 대신 국내에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을 둘러볼 계획이다. 내 몸속에 잠재되어있는 활동 에너지가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지만 아쉬운 점은 나이가 들면서 그 에너지도 조금씩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은 체력과 언어를 향상해서 활동 에너지를 길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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