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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부 Oct 17. 2023

미술, 금기를 넘다.

세상을 향해 가끔 'Fuck You'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마망 (사진출처: 구글이미지)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

1911년 프랑스 출신으로 60년 넘도록 무명 시절을 보내다 70세가 넘어서야 작가로 빛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982년 71세에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여성 작가로는 최초로 회고전을 열었고, 88세인 1999년, 작품을 출품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며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습니다.


작가의 이름은 낯설지 모르지만,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앞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거미 작품은 누구나 사진으로 한번쯤 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스페인 외에도 세계 각지에 거미가 자리잡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삼성 미술관 리움, 신세계 백화점 등에 전시되다가 지금은 호암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작품명은 거미가 아니라 '엄마'를 뜻하는 프랑스어 '마망(Maman)'이라고 합니다. 


호암미술관의 마망 (사진출처: 구글이미지)

루이스 부르주아는 병든 어머니를 소홀히 대하며 딸(작가)의 개인교사와 바람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작가입니다. 부르주아보다 조금 앞선 프리다 칼로(1907~1954)는 꿈 대신 현실을 그렸다고 고백하고, 부르주아는 자신의 상처를 작품으로 보이면서 고백예술(Conffesional Art)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합니다. 부르주아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런 인터뷰를 남깁니다.


"우리 집 가정 교사가 알고보니 아버지의 애인이었어요. 그녀는 우리와 함께 살았고, 아빠가 차를 운전할 때면 엄마 대신 그녀가 조수석에 앉았었죠. 엄마와 나는 뒷좌석에 앉았어요. 나는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엄마는 그렇게라도 해야 아빠가 밖으로 돌지 않는다고 생각했겠죠."

그런 아버지를 떠올리며 만든 1974년도 작품이 'The destruction of the father(아버지의 파괴)'입니다.

아버지의 파괴 (사진출처 : 구글이미지)

어떤 이는 아버지를 갈기 갈기 찢어서 식탁 위에 놓은 것이라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둥근 모양은 여성의 유방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은 만들어지는 동안만 작가의 생각을 필요로 할 뿐, 완성된 이후에는 관객으로 인해 그 의미가 확장되어 재해석됩니다.  따라서 관객은 작가가 무얼 말하려 했는지 애써 알아내려 공부하거나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평론가에게 맡기고 관객은 자신의 마음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어쩌면 볼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입니다. 다만 한발자국만 더 나아가고 싶다면 작품을 그냥 스쳐지나가지 말고, 자세하게 꼼꼼히 살펴보길 권합니다.

'마망'도 그러합니다. 멀리서 보면 커다란 거미로만 보이지만, 작품의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면 거미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을 조금만 더 관심있게 쳐다보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알을 찾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작가가 왜 엄마라는 이름을 붙였을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게 되니까요.


철학없는 예술은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예술가는 철학자이기도 합니다. 철학자가 말이나 글로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예술가는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녀의 맘 속 깊은 곳에서 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요? 아버지를 파괴하고 싶었던 감정만 있었을까요?


프랑스에 부르주아가 있었다면, 독일에는 에바 헤세(1936~1970)가 있었습니다. 부르주아보다 25년 늦게 태어났지만, 40년 먼저 세상을 떠난 작가입니다.


에바 헤세 (출처: 구글 이미지)

비록 짧은 생이었지만, 운명이 그녀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습니다. 독일의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당시에는 나치의 탄압이 심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결국 어린 시절 미국으로 도피하는 기차를 타면서부터 불행은 그녀를 따라다녔습니다. 8살 때에 부모의 별거를 경험하고 9살에 아버지의 재혼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그녀 나이 10살이 되던 해, 우울증에 시달리던 엄마는 투신자살을 합니다. 26살에 조각가와 결혼을 하지만, 남편의 바람과 음주로 인하여 4년만에 이혼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건, 그녀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정신적 동반자 솔 르위트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남편보다 그녀를 더 깊게 이해하였고, 그의 편지로 그녀는 미술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솔 르위트와 에바 헤세 (사진출처: 구글 이미지)

하지만, 불행의 여신은 끝내 그녀를 놔두지 않았습니다. 솔 르위트의 편지로 힘을 얻고 작품활동을 다시 시작한지 5년이 되던 어느 날, 그녀는 뇌종양 판정을 받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 모든 고통과 함께 이 말을 남기며 세상을 떠납니다.


                                인생의 모든 것이 나에겐 쉽지 않았다. 미술만 제외하고.


에바 헤세의 소올 메이트인 솔 르위트는 한국전에도 참전했다고 합니다. 또 그가 에바 헤세에게 보낸 편지는

셜록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 베네틱트 컴버배치의 낭독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세상을 향해 가끔 "Fuck You"라고 말할 수 있을줄 알아야 해. 넌 그럴 권리가 있어. 넌 좀 멍청해지는 연습을 해야 해. 바보 같이, 생각 없고, 텅 빈 채로.

그럼 넌 할 수 있을 거야. 그냥 해!

멋있어 보이려는 생각 좀 버려. 너만의 볼품 없는 모습을 창조하라고. 너만의, 너만의 세상을 만들라고.

그게 두려우면, 그것이 너를 돕도록 만들라고.

두려움과 불안에 대해 그려. 색칠해!

그리고 이제 그런 깊고 거대한 허상은 그만두라고.

네 능력을 반드시 믿어야 해. 너가 할 수 있는 가장 발칙한 짓을 보여줘. 너를 충격에 빠뜨릴 정도로.

너는 이미 어떤 것도 해낼 힘을 가지고 있단 말야.

이 세상의 모든 짐을 지려 하지 마. 오직 네 일에만 책임이 있을 뿐이야. 그러니 그냥 좀 해.

그만 생각하고, 걱정하고, 뒤돌아보고, 망설이고,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상처받고, 쉬운 길을 찾길 바라고, 몸부림 치고, 헐떡 거리고, 혼란스러워하고, 가려워하고, 긁고, 더듬거리고, 버벅거리고, 투덜거리고, 초라해하고, 비틀거리고, 덜거덕거리고, 웅성거리고, 걸고, 넘어지고, 지우고, 서두르고, 비틀고, 꾸미고, 불평하고, 신음하고, 끙끙대고, 갈고닦고, 발라내고, 허튼소리 하고, 따지고, 트집 잡고, 간섭하고, 남에게 몹쓸 짓을 하고, 남탓 하고, 눈을 찌르고, 손가락질하고, 몰래 훔쳐보고, 오래 기다리고, 조금씩 하고, 악마의 눈을 갖고, 남의 등이나 긁어주고, 탐색하고, 폼 재고 앉아있고, 명예를 더럽히고, 너 자신을 갉고, 갉고, 또 갉아 먹지 말라고. 

제발 다 멈추고, 그냥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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