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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 Oct 22. 2020

독일에서 영어로 취업이 된다고?

독일에서 1년 동안 취준생으로 살아 본 이야기

독일 이민을 준비하던 우리 생각은 이랬다.
독일이 엔지니어 계열의 전문인력 부족으로 취업이 잘 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전공과 관련 경력을 가지고 있던 신랑 정도면 취업이 쉬울 거라 믿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독일의 구인 프로세스는 아주 천천히 진행되었다.  매우 구체적으로 구인공고를 올리고 모든 조건에 부합한 사람을 찾을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기다리는 회사들이 대다수였다. 우리의 급한 마음과는 다르게 1차 서류전형에 대한 회신이 1달 이상 걸리는 회사들도 많았다. 그렇게 이력서과 커버레터를 300통 이상 보냈다. 취준생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나와 신랑에겐 구직활동의 모든 과정이 새로운 공부였다.

이뿐만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라면 곧 잘 해오던 신랑은 고3 끝자락까지 본인의 발목을 잡았던 유일한 과목이 영어라 했다. 학부시절 휴학 한 번 없이 빼곡하게 군대를 다녀오고 인턴까지 하며 칼 졸업했던 신랑이었다. 자연스럽게 영어는 순수 국내파. 회화학원조차 다녀본 적 없는 신랑에겐 영어로 모든 면접을 준비하고 합격하고 회사를 다니는 일련의 모든 일이 큰 챌린지였다. 독일은 보통 1차 서류전형. 2차 HR전화면접. 3차 기술면접. 4차 현장면접. 식으로 진행된다. 모든 영어 면접의 과정들을 빼곡하게 준비했다.




그렇게 10개월이 흘렀다.



매일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결과가 없다. 독일에서 딱 1년 동안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우리의 전 재산이었다. 잔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니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어려웠다. 자금 문제와 더불어 당장 세 달 후에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벼랑 끝에 서게 되니 여러 가지 방법들을 모색 하게 되었다. 






한국에 다시 돌아갈까?


처음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그리고 떠올린 대학원 진학. 독일은 많은 대학의 학비가 무료이며 남은 자금을 쪼개서 생활하면 아예 불가능한 옵션은 아닌 듯 보였다. 무엇보다 대학원 졸업 후 취업의 가능성이 더 넓어 보였다. 그렇게 구직활동과 동시에 대학원 원서 접수를 위한 서류를 준비했다. 신랑은 구직활동을 계속하며 2주에 한 번 주말에는 토플 시험을 보러 갔다. 단기간에 토플 점수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시간을 쪼개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접수 가능한 대학원 리스트를 만들었고 가능한 모든 학교에 지원했다. 이 모든 것이 어린 두 아이를 함께 양육하며 실행한 일이었다.


우리의 일과는 이랬다.
아침에 아이들 유치원을 보내고 오전 내내 독일어 수업을 듣고 점심 먹을 시간 없이 아이들을 바로 픽업해야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신랑은 토플 공부 나는 아이들을 돌봤다. 아이들이 잠들면 독일어 숙제를 하고 둘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구인공고를 찾아 이력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하는 일을 반복했다. 결코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하루하루가 막막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도 자꾸 흐려져갔다. 하지만 이렇게 끝낼 순 없었다. 갈 땐 가더라도 할 때 까진 끝까지 다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러면 후회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비자 갱신 한 달을 남겨두고, 한 회사로부터 최종 오퍼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후 대학원 합격통지서가 날아왔다. 꼬박 1년 동안의 고생 끝에 얻은 행복한 고민이었다.


대학원 합격과 회사 최종 오퍼를 동시에 받은 신랑은 결국 회사에 입사했다. 새로운 직장을 잘 다니던 중에도 지난 이력서를 넣었던 회사들에게 간간히 연락이 왔다. 중간에 사람을 뽑기로 했던 포지션이 없어지기도 하고 다시 생기기도 하는 회사별 여러 가지 내부 상황들 때문에 길게는 1년 후에도 면접 보자고 연락이 오더라. 그중에는 헉할만한 회사도 있었지만 신랑은 지금의 자리에서 본인의 역량을 키워보고 싶다며 고사했다.

나와 내 가족의 독일에서의 삶은 하나도 쉽게 얻어진 것이 없다. 동시에 못할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우리 부부를 많이 성장시켰다.



**독일 취업 팁

1. 링크드인이나 몬스터와 같은 구직 사이트에서 본인의 직무와 관련된 잡 디스크립션을 충분히 찾아볼 것을 추천합니다. 읽어봤을 때 본인의 전공과 경력에 맞는 직업들이 얼마냐 있느냐에 따라 스스로 취업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어떤 전문가보다 본인이 직접 읽어보고 할 수 있는 일인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2. 구인공고의 내용을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하고 본인을 어필할 수 있는 커버레터가 매우 중요합니다. 한 가지 이력서와 커버레터로 많은 회사의 지원하는 것보단 회사별, 구인공고별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매번 바꿔 지원하시길 추천합니다. 그렇게 되면 일련의 구직 과정을 통해 계속 발전된 서류가 생깁니다. 경력과 전공, 능력 모두 끄집어내서 구체적으로 작성할수록 서류합격에 유리합니다.

3. 취업비자를 받는 방법 외에도 어학 비자, 취업준비 비자, 학생비자 등의 비자로 독일에 먼저 와서 거주하면서 구직활동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이력서에 본인의 연대별 이력을 빈 시간 없이 적어야 하고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경력자의 경우 한국에서 오퍼를 받고 와서 취업비자를 받는 방법이 가장 좋다는 의견입니다.

4. 독일에서 취업의 핵심은 경력과 언어라고 독일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이 입 모아 이야기합니다. 영어, 독일어를 둘 다 잘하면 매우 유리하지만 외국계 기업이 많은 나라 특성상 영어로만 취업도 가능합니다. 특히 엔지니어. 독일어를 애매하게 할 거라면 차라리 우리에게 더 익숙하고 친숙한 영어를 아주 잘하시는 방법이 더 좋다는 의견입니다.

5. 가장 애매한 희망연봉, 가장 마지막에 말할수록 좋습니다. 희망연봉을 물어볼 경우, '나는 사실 연봉보다 얼마나 직무가 나랑 맞고 어떤 역량을 키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연봉은 그다음 논의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지혜롭게 넘기시면 1차 인사팀 서류 과정에서 너무 높거나 낮은 연봉을 불러서 떨어지는 일은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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