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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 Oct 23. 2020

많은 나라 중 하필 독일인 이유

영어권 나라가 아닌 독일로 이민을 결심하다

처음 이민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우린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스럽게도 미국 대학원 진학을 생각했다. 원서 접수를 위해 신랑이 GRE 공부를 하며 시험 점수를 만들던, 본격적으로 이민 준비를 시작 하던 시기였다.


그러던 중 우리의 행보를 완전히 바꿔 놓은 만남이 있었다.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친구가 한국에 잠깐 들어오면서 만나게 되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을 가려고 준비 중이다 했더니 한참을 귀 기울여 듣던 친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아직도 선명한 그녀의 말,


드리야, 너가 생각하는 나라는
확실히 미국은 아닌 거 같아!



순간 머리가 띵했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고, 미국에 사는 친구들이 많았던 친구였다. 미국의 삶과 팁들을 전수받으려 했던 내 예상과 다른 대화가 흘렀다. 내가 추구하는 삶과 미국에서 삶은 많이 다를 것 같다는 이야기, 그리고 대화 끝에 친구는 독일과 본인이 만난 독일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유럽에서 삶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나였다,

게다가 독일?


영어권 나라는 완전히 배제되어있었던 터라 이 모든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독일은 우리의 조건, 이상과 꼭 맞는 부분이 많았다.



1.     취업의 기회


남편이 엔지니어였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독일이 가장 관련 회사가 많았다. 독일에 다국적 기업이 많아 독일에 대도시에는 의외로 영어로만 취업이 가능한 회사들이 많다는 것.



2.     비자의 안정성과 영주권


독일을 포함한 일부 EU 국가에 블루카드라는 제도가 있다. 특정 직업군(보통 해당 국가에 전문인력이 부족한 직업군)에 해당되는 노동자의 경우 일정 연봉 이상이 되면 블루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 블루카드 소지하면서 21개월의 세금납부 + 독일어 B1의 공인점수가 있으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세금납부 60개월이 되면 동반비자를 받은 배우자 역시 독일어 공인점수와 함께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



3.     독일 교육


미국 포함 대부분의 영어권 나라는 교육 경쟁구도가 심해 생각보다 교육에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되었다. 반면 유럽 내에서도 발도르프 교육, 숲 유치원 등으로 유아 교육으로 유명한 독일은 사교육 문제가 적거나 없고 일찍이 직업교육, 마에스터 제도 등 학생들에게 대학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했다. 대학원까지 무상교육이며 공교육 평가 제도가 객관식, 줄 세우기 식이 아니라는 점 또한 매우 마음에 들었다. 마음껏 놀고 스스로 생각하는 기본적인 것에 충실한 교육을 추구하는 우리 부부의 교육관과 비슷한 교육환경이라 판단했다.



4.     여행하기 좋은 위치


유럽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독일은 9개 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국경 넘어 다양한 국가에 자동차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도 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언어인 독일어를 배워야 한다는 점 외에는 모든 조건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우린 독일로 이민을 결심했다.






직접 경험하며 살다 보니 독일이라 다행이고 독일이라 좋다 싶은 것이 더 많았다.



1.     아이들 키우기 정말 좋다


킨더갤트라는 아동수당이 만 18세까지 아이당 월 200유로 정도 나온다. 게다가 바이에른 지역은 만 1~3세까지 아이를 양육 시 파밀리안갤트라고 250유로 정도 추가로 지급된다. 독일 영주권, 시민권자가 아니더라도 독일에 세금을 내는 취업비자, 블루카드 소지자들도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유치원 비용은 지역마다 그리고 보육시간마다 차이가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바이에른 지역은 사실상 무료에 가깝다. 주 5회, 하루 6시간 기준 100유로 내외인데 국가에서 유치원 비용에서 100유로를 지원해준다. 점심식사를 신청하는 경우 그 비용만으로도 유치원을 보낼 수 있다. 사실상 유치원 비용을 내더라도 한국 유치원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다. 유치원 가방, 체육복, 원복 등의 명목으로 추가로 드는 비용도 없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크다고 할까? 어딜 가든 아이들을 데려갈 때에는 크고 작은 배려를 받는다. 유럽에 타 국가들로 여행을 다니면서 많이 느꼈다. 애 둘의 엄마로서 내가 느낀 독일은 어떤 건물이나 지역이든 대부분 유모차를 끌고 다녀도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가 잘 되어있다. 아이들과 마트 정육점에서 고기를 살 때면, 그 자리에서 아이들이 먹을 햄을 서비스로 준다. 카페나 식당에 아이들을 데려가더라도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운다고 눈칫밥이나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 하나 없다. 내가 느낀 독일은 아이들에게 친화적인, 애들 키우기 팍팍하지 않은 나라다.



2.     규칙대로만 한다고 손해 볼 일은 없다.


독일인들이 좀 차갑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규칙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잘 지키는 시민의식이 있다. 원리원칙주의도 팽배해서 외국인 입장에선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 뭘 몰라서 남들 다 새치기할 때 가만히 있다 손해보고 이럴 일 많이 없는 느낌이다.



3.     언어


독일어가 쉬운 언어는 아니기 때문에 언어가 장점이자 어려운 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를 독일어를 배우면서 엉겁결에 3개 국어를 구사자가 되었다. 이 외에도 타 유럽 국가 언어를 배울 기회가 넘쳐난다. 독일에는 VHS라는 한국으로 따지면 평생교육원 개념의 교육기관이 많은데  유럽 국가의 대표적인 언어인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수업을 비교적 저렴한 수강료로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그 나라의 원어민이 가르친다.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유럽 사람들이 많아 마음만 먹으면 원어민 친구에게 타국가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다.



4.     친환경적인 독일 사람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나라가 독일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환경을 생각하는 독일 사람들의 습관들과 더불어 국가, 사회적인 시스템도 훌륭하다. 여기 살면서 따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환경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5.     영어가 잘 통하는 나라


대부분 유럽 관광지에서는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데 시골이나 일반 주거지에서는 현지 언어를 못하면 대화가 아예 불가능 한 곳도 많다. 하지만 독일은 유럽 국가 중 일반인들과 영어로 대화가 잘 통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나 영어 잘 못해, 아주 조금 할 줄 알아 " 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독일어를 아예 못했던 초기 정착 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6.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


독일은 의사를 만날 경우 대게 먼저 예약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한국만큼 빠르게 의사를 바로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공보험 체계가 매우 훌륭하다. 일단 약값이 비싼 독일에서 아이들은 진료 외에 약값까지 공보험 적용을 받아 완전 무료이다. 둘째의 이가 나오던 시기에는 이가 나온다는 이유로 비타민D까지 무료 처방해줬다. 성인의 경우에는 공보험 적용 의료비 무료, 약값은 처방전에 따라 차등 지불한다.

교통사고 등의 응급상황에도 처리가 정확하고 신속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헬기를 띄워 상황을 수습하는 경우도 여러 차례 봤고, 경찰차 응급차 사이렌 소리에 모두가 협조적이다. 내가 응급상황이 생기는 경우를 생각해 봤을 때 시스템이 불안하진 않다.


과잉 처방이 적다는 것도 매우 마음에 드는 점이다. 한국에 있을 땐 코감기에도 어린아이에게 항생제를 먹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선 열이나거나 증상이 심각한 경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약을 주는 느낌이다. 대부분 감기차와 며칠 쉬면서 자가 면역으로 병을 이겨내는 것을 권유한다.


예방접종이나 검진은 정말 꼼꼼하게 하고, 예약제 병원 특성상 한국에 비해 진료시간이 여유롭고 길다. 못 알아들어도 여러 차례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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