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이자 감독인 Juan Antin은 파차마마 영화를 만드는데 14년의 공을 들였다.
쿠바의 한 페스티벌에서 바다를 바라 보며, 500년 전에 유럽과 스페인에서 들어오는 모든 배를 상상했던 것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잉카시대의 안데스에서 자란 한 소년(테풀파이)는 스페인 탐험가들이 자신의 마을을 침략하는 시기에 살았던 용감한 소년이였다. 테풀파이 무당(치료사)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날, 잉카의 세금 징수원이 마을에 와서 농작물을 모두 빼앗아갔다. 그리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황금 조각상인 파차마마를 훔쳐간다. 압수한 작은 황금 조각상을 되찾기 위해 테풀파이는 나이라, 라마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
라틴아메리카의 어머니, 파차마마
이 영화를 보면, 파차마마의 문화에 흠뻑 취하게 된다.
파차마마는 원주민 어로 대지의 어머니를 의미한다. 즉, 대지(땅)가 곧 자신들의 어머니, 어머니로서의 자연, 대지의 신 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파차마마라는 용어는 다의적으로 쓰이지만, 안데스 원주민 사회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용어이다. 대지는 생명의 원천이다. 파차마마는 생명을 주는 원천이 된다.
영화에서 원주민들은 땅을 사랑하고, 일용할 음식에 감사하며, 가진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무엇이든 쌓아두지 않고 가장 소중한 것을 파차마마께 바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에게도 가장 아끼는 것을 파차마마에게 돌려주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파차마마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주면 파차마마는 그것을 풍요로 돌려준다. 영화를 보다 보니, 갑자기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시래가 떠올랐다. 새나 다른 짐승을 위해서 음식을 남겨두는 것, 그땐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더 멋진 삶이였는가? 지금 보다 더 물질적으로는 가난했을지라도, 정신적으로는 더 부유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은 라틴아메리카를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인들이 약탈해 간 나라, 그리고 늘 복잡하고 어렵게 사는 나라라고 말한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에는 스페인, 유럽 사람들이 다 찾지 못한 보물들이 아직도 많다. 그 중 하나가 파차마마이다. 스페인, 유럽 사람들이 황금보기를 돌 같이만 했더라도 영원히 행복할 수 있는 보물을 찾을 수도 있었다.
2008년 에콰도르 신헌법은 수막 카우사이의 전망에서 헌법으로 자연권을 명시했다.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자연권을 명시한 나라 에콰도르, 이 곳은 자연권을 한법적 권리로 명시하고, 자연의 권리를 격상시켰다. 자연권에 대한 주제는 매우 뜨거운 이슈였다. 인간이 아니고 이성이 없는 자연에게 책임과 의무를 요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권을 주장하는 측은, 자연은 그 자체로 생명을 내포하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천부적 가치를 가진다면, 나머지 존재들은 본질적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에콰도르 헌법 10조와 71-74조는 자연권으로, 본질적 가치를 지닌 자연에 대해 인정하고, 자연과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인간에게 그 보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지운다. 2008년 헌법은 "자연과 파차마마, 우리 모두 그의 일부이며 우리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너무 중요한 파차마마를 기리며..."라고 시작한다.
파차마마를 보는 내내 오랜 시간 자연과 인간을 공존의 대상으로 보았던 원주민들의 시각과, 인간중심주의의 오류를 벗어버리고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실현시키고자 노력해왔던 그들의 깊은 혜안을 연발 감탄했다.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70년대의 포크록 듀오 ‘사이먼 앤 가펑클’이 부른 노래 중 '엘 콘도르 파사'라는 노래가 있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나, 고속도로 휴게실 같은 곳에서 언제나 들을 수 있던 노래였다. 한국말로는 '철새는 날아가고'이다. 엘 콘도르 파사(콘도르가 지나간다)의 엘 콘도르가 철새였던가?
중남미 연구를 시작 할 때, 애를 많이 먹었다. 스페인에서 공부했던 이력이 중남미를 이해하는데 많은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남미 노래를 많이 들었다. 듣다 보면 무언가가 잡힐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빛나는 문명을 자랑했던 잉카는 프란치스코 피사로에게 멸명당했다. 1년의 길이가 365.2420일이라고 명확하게 알고 있던 인구 2백만의 제국이 6백 명의 스페인인들에게 당하고 말았다. 피사로는 잉카 황제 아타우알파의 몸값으로 금을 요구하여 받아내고, 그에게 반역죄를 뒤집어 씌워 처형했다. 원주민들은 스페인의 통치하에 오랜 시간 노예의 삶을 살았다. 슬픔과 분노가 폭발한 것이 1780년 페루의 농민반란이었다. 그러나 이 반란은 잔혹하게 탄압되었고, 중심인물이었던 호세 가브리엘 콘도르칸키(투팍 아마루 2세)는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콘도르칸키는 체포되어 잔혹하게 처형당했지만, 민중의 원망(願望)을 끌어안고 일어섰던 그의 존재는 스페인으로 부터의 해방을 상징하게 되었다. 잉카의 후예들은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가 된다는 그들의 전설처럼 그도 역시 죽어서 콘도르가 되었다고 믿고 있다.
콘도르는 원주민어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는 뜻이다. 이 새는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잉카 인들은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로 부활한다는 사상을 믿었다고 한다. 이 새는 라틴아메리카, 안데스 산맥 등에서 서식하는 매의 일종으로, 몸길이는 1.3m 이상이며 매과 중에서도 가장 큰 종으로 알려져 있다.
‘엘 콘도르 파사’의 원곡은 페루의 클래식 음악 작곡가인 다니엘 알로미아스 로블레스가 잉카의 토속음악을 바탕으로 해서 1913년에 작곡한 오페레타 '콘도르칸키'의 테마 음악이다. 그는 이 음악 속에 정복자의 무자비한 칼날을 피해 마지막 은거지 마추픽추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잉카 인들의 슬픔과 콘도르칸키의 운명을 표현해냈던 것이다. 원래 이 노래에는 가사가 없었지만, 후에 사람들이 구전되어 내려오던 콘도르칸키의 이야기를 노랫말로 만들어 붙인 것이다. 가사는 잉카의 언어인 ‘케추아’ 어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Leo Rojas - El Condor Pasa (Videoclip) - YouTube
<음악과 들으면 왠지 눈물이 찔끔 난다.>
오, 하늘의 주인이신 전능한 콘도르여,
우리를 안데스 산맥의 고향으로 데려가 주오.
잉카 동포들과 함께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나의 가장 간절히 바람입니다, 전능하신 콘도르여.
잉카의 쿠스코 광장에서 나를 기다려 주오.
우리가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를 거닐 수 있게 해주오.
파차마마를 사랑하는 사람들, 땅을 친구라 여기지 않고 오히려 어머니라고 부르는 사람들.
돈과 명예를 숭배하고 영원히 살 것 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숨이 막힐 때마다 나는 라틴아메리카인들을 통해 영혼을 치유받는다.
Reference
조영현 외(2012), 에콰도르 원주민 사상과 세계관의 복원 수막 카우사이에 대한 이론적 고찰, 중남미 연구, 31(2).
Netflix (2018), 파차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