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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의 삶

by 안나

이냐시오, 어떻게 잘 살고 있니?

나는 논문에, 업무에 치여 하루하루를 살다가 갑자기 감기라는 손님이 찾아와 모든 업무를 중지하고 있다. 몸은 아프고 힘이 드는데 무언가 쉬면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꼭 해야만 하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어서 이기도 했고, 주저리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에 최근에 알게 된 브런치에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요즘 사람들과의 만남과 접촉의 수를 줄여갔다. 나에게 더 집중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홀로 외로워지는 게 내게 더 유익했기에 그런 결정을 한 것 같다.


저 사진은 저번에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가 프란치스코 수도회 앞에 놓여진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습이 너무 편안해 보여서 찍어본 사진이다. 탁발 수도회의 수도사 였던 프란치스코, 양 손에 박힌 상처와 가난한 옷을 입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나는 그냥 좋아서, 멍 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는 성인의 모습을 바라 보았다. 가난하고 또 가난하게 살았던 성인이 부자로 사는 일 보다 가난하게 사는 일이 더욱 더 어렵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는데, 살다 보니 그 말씀이 매번 와닿고 또 와닿는다.


가끔 성인들에 대해 생각 해 본다. 무엇이 그들을 성인으로 만들 게 했을까? 그리고 우리 삶에 성인은 왜 필요한 것 일까? 성인은 아무리 생각 해도 우리 삶의 등불이 되는 증거자 인 것 같다. 부자로 살며 유복한 삶을 유지하고 금으로 도배된 관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성인이 될 수 없다는 걸 보면 말이다.

몸이 아플 땐 참 괴로웠는데, 조금씩 회복이 되니 기분이 좋다. 사실, 너에게 고백을 좀 하자면 내가 몸이 컨디션이 나빠질 때마다 네가 생각이 많이 난단다. 이 보다 셀 수 없이 아팠던 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마음, 그리고 그 곁에 늘 있어주지 못한 죄책감… 물론 내가 그런 마음을 갖지 않기를 너는 바라겠지만 그런 마음이 내 안에서 올라올 때에는 마음이 감당이 잘 안된다. 시간이 필요한 것이겠지?


어떻게 사는 게 정답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될 수 있는 한 기쁘고 행복한 선택을 하려 한다. 이제는 내게 중요한 것이 더 이상 다른 곳에 머물지를 못하는구나. 몇년 전, 충북 진천에 있는 배티성지에 다녀왔는데 그 곳에 알폰소 성인의 글이 생각나는 밤이구나. “온전한 마음으로 들어오라, 홀로 머물라, 다른 사람이 되어 나가라”. 이 말이 꼭 성지에 들어오는 마음과 자세겠니? 하루하루 내 삶에도 적용 할 수 있는 말 인 것 같다. 나도 매일 온전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함께 있되 홀로 머무는 시간을 갖으며, 오늘과는 다른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보고싶구나, 늘 그랬듯.

누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