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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토 Jun 02. 2024

세상을 향해 날아가는 희망홀씨들

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기록 27.

2007년 6월 22일 (금)


 서로에게 ‘마니또'가 되던 날.


                                        매달린 풍선아래서 '열공(?)'하는 반디들.


반딧불터 교육장이 화사하다. 하루 전날, 풍선아트에 솜씨를 낸 반디들이 준비했다. 분홍빛 풍선들은 천정과 벽에 붙어서 잔치 분위기를 더한다. 오늘은 그 동안 일차교육을 마무리하고 자축하며 모든 반디들이 정성을 들였다.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아요.


각 반디들 사진이 조그맣게 들어간 A4용지가 모든 반디들에게 돌려지면서 내용이 채워지기 시작한다. ‘롤링페이퍼'를 열심히 쓰면서 그 동안 반디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나 자기 소감 등을 쓰는 것이다. 자유롭게 쓰면서 이름을 밝히기도 하고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된다. 서로에게 품었던 말들을 편지로 대신해 표현하는 시간, 반디들은 뭔가를 부지런히 쓴다. 롤링페이퍼는 모든 반디들이 받는다. 내 사진 아래로 가득 쓴 글들, 반디들에겐 의미가 큰 선물로 전해질 것이다.


                                                  보일 듯 말듯, 정은희반디.


살짝 들떠있는 분위기가 잠잠해진 건, 영상에서 <곰인형 오토>가 흘러나오면서부터다. 실감나고 생생한 주인공들의 목소리는 어디서 나올까? 움직이는 영상 주변 한 켠에는 정은희반디가 있었다.


그림책 <곰인형 오토>는 ‘토미웅거러'의 작품으로 2차 세계대전과 유태인학살이라는 아픈 전쟁의 이야기를 곰인형 ‘오토'를 통해 잔잔하게 전한다. 정은희 반디는 전쟁이야기를 통해 평화를 이야기하고 싶었나보다.



                                                    <곰인형 오토> 토미웅거러 

                                    '난 왜 이리 재주가 없나 속상하실 필요는 없어요.'



다음 영상으로는 그 동안 반디들의 교육과정을 스케치하듯 윤미향반디의 나레이션이 이어졌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지난 시간들이 새롭게 다가오며 반디들의 눈길은 영상장면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아름다운 소망을 꿈꾸며'

                                                   '아름다운 소망을 꿈꾸며'


잔잔한 음악이 흐르면서 강성희반디와 이경남반디의 편지는 그 동안 누군가의 엄마, 아내로 살아왔던 우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글을 읽는 동안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지만 모든 반디들이 공감하면서 한마음이 되었다. 도서관입문교육 과정을 마치면서 이경남반디가 썼던 글은 다음과 같다.


- 아름다운 소망을 꿈꾸며 -
며칠 전부터 교육의 마지막이 다가오면서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말씀이 머리에서 맴돌았습니다. 작은 도서관을 시작하려는 우리에게 딱 맞는 말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인권유린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안타까운 우리의 교육현실을 보면서, 또한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엄마들을 보면서 좌절하고 힘들어했으며 상처 입은 새처럼 웅크린 생활을 한 적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다 40고개가 넘어서고 나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갈등의 시간을 통해 가치 있는 삶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에 이 반딧불터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강사들과 강의는 제도교육과 주입식 교육으로 길들여진 나의 눈과 생각이 삐뚤어진 시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아이들을 바라보아야 됨을 일깨워주는 시간이었습니다. 교육과정 하나하나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원주의료생협의 강의와 연극놀이, 미술놀이, 생태교실, 출판유통 등 여러 강의는 사회 전체를 바라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었고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지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정리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지난 주 풀무학교 견학의 감동은 아직도 살아 함께 합니다. 풀무학교를 중심으로 건강한 지역공동체가 점점 더 크게 확산되고 있고, 그 속에서 나무와 풀, 꽃, 동물 등 뭇 생명이 살아나고 사람도 살아남을 눈으로 확인하고 온 그 날은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건강한 지역공동체의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고, 지역공동체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저에게 소망을 갖게 했습니다. 우리가 시작하려는 이 작은 어린이도서관이 풀무처럼 새로운 한 점이 되어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이루어내고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아름다운 곳으로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우리의 다양한 생각과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진행된 토론시간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준 이 6주간의 시간은 앞으로 가정이나 지역에서 아이들과 주민들을 만날 때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각자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말하는 생활나눔은 나와 남을 들여다보고 나를 성찰하는 또 하나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아이를 안고 손잡고 오는 젊은 엄마들의 모습은 아이 때문에 힘들어서 주저앉아 지냈던 나의 지난날을 부끄럽게 했으며 정말 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연기, 논산 등 먼 거리에서도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들은 정말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또한 노심초사하며 모두가 꺼려하는 낮은 곳에서 맛있는 밥을 해주신 우리의 밥어머니 홍선례 반디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세상을 향해 날아갈 시간입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우리 모두 하나의 희망 홀씨가 되고 때론 강아지똥이 되어 척박한 땅이든 기름진 땅이든 내가 택한 그 곳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길 바랍니다. 여기에 함께한 모든 반디님들이 앞으로도 서로에게 빛이 되고 힘이 되어 어두운 세상을 조금씩 조금씩 밝혀나가는 소중한 존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반디들이 준비한 선물들


                    '아름다운 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에 함께 해 주신 점에 감사드립니다.'


상을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무슨 상일까? 그리고 누가 상을 받을까? 한 사람씩 자기 이름이 불러질 때마다 반디들이 나왔다. 상 이름은 ‘위풍당당' 이다. 몇 사람만 받는 줄 알았더니 모든 반디들의 이름이 불려졌다.

                                                 '마니또'에게 받은 선물들, 


                                            선물 속에 들어있는 편지도 읽어보고...



우리가 또 기대하고 있는 것, 바로 ‘마니또'에게 선물주기이다. ‘비밀친구'라는 뜻의 이태리어인 마니또는 이틀 전에 제비뽑기를 해서 자기 마니또를 정했다. 나와 연결된 마니또는 서로에게 ‘수호천사'가 되어주며 특별한 인연을 새삼 느끼게 했다.


                                떡케이크에 촛불을 바라보는 반디들의 재미있는 표정들

                              족발에 잡채까지... 반디들이 준비한 푸짐한 음식들.


                                                       차례대로 음식나누기



음식을 나누는 시간, 모둠별로 준비한 음식은 정성이 듬뿍 묻어났다. 양배추 쌈처럼 소박하고 담백한 음식이 있는가 하면 닭고기겨자냉채나 족발 같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있다. 호박죽과 찐감자, 토스트, 찰밥... 등 주부의 살림솜씨를 엿볼 수 있는 만찬이 골고루 섞였다. 떡케이크 앞에서 촛불을 켜고 저마다 자축하는 표정들은 떡케이크만큼이나 다양한 빛깔이다.  


이제 반디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동아리모임과 교육으로 만난다. 그 외의 시간은 지역에서 주민들을 직접 만나 그들과 하나 되기를 시작으로 지역조사를 하고, 어린이도서관만들기의 밑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다.



반디들의 아름다운 날갯짓을 기대한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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