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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AXO Aug 30. 2021

봄, 꽃샘: Week 4

마인드 컨트롤

나는 대단해


임포스터 신드롬(=사기꾼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면 차라리 정말 근사한 임포스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그간 숱한 발표나 페이퍼 등에서 내가 택한 전략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첫 번째, 토픽과 관련된 실생활 사례 등을 가져올 때 내가 가장 잘 아는 예시를 가져오는 것이다. 청중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쉽게 반박할 수 없을뿐더러 나로 인해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알았다고 할 수 있게끔 하여 똑똑해 보이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한국에서 예시를 가져올 수 있다면 가장 좋겠고, 그렇지 않더라도 본인이 아는 게 많고 관심이 있는 분야의 예시라면 금상첨화이다. 다만 왜 그 예시가 주어진 토픽에 들어맞는지 깔끔하고 논리적인 설명을 덧붙이는 게 좋다. 두 번째로, 자신감 있는 태도를 갖기 위해서는 프레젠테이션을 부러 '귀찮아'해야 한다. 그 귀찮음을 표정이나 바디랭귀지로 티 낼 필요까지는 없지만, 본인이 벌써 n번째 제품 브리핑을 하고 있는 애플 최고경영진이라고 상상해보자. 오늘의 퍼포먼스도 어서 해치워버리겠다는 느낌의 '여유'를 부릴 때에 이 마인드 컨트롤은 꽤나 효과가 있다.


스스로를 멋진 사기꾼이라고 여기는 것도 좋지만, 끝끝내 자신의 능력을 믿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따금 막다른 길에 부딪힌 것 같을 때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털어놓고 싶은 고민이 생긴다든지,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중에 어떤 대안을 선택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든지 하는 상황에서는 나보다 먼저 걸어간 선배나 스승님, 그리고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가진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해야 한다. 취합한 의견과 정보를 갖고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것은 본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실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이미 기울어 있던 곳이 어디인지를 알게 되기도 한다. 결국 누구도 내 선택에 책임을 져주지 않으니 오롯이 내가 알아서 하기 나름이구나, 생각하면 다소 허무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깨달음을 위해 번번이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정신이라도 승리하기


사람들에게 면박을, 속되게 말해 꼽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밈적 사고'이기도 하다. 비교적 최근에 새로 생긴 밈들이 우리의 사고와 말하는 방식을 어떻게 검열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tmi, 관종, 오글거린다, 과몰입 등의 단어를 예시로 들어볼까 한다. 이전이라면 수다라던지 이야기꽃 정도로 표현되던 지극히 인간다운 대화에는 이제 '몰라도 되는, 너무 많은 정보들 tmi'이라는 딱지가 쉽게 붙는다. 뿐만 아니라 관심을 갈구하는 인간 본성에 나댐을 철저히 방지하는 '관심종자'라는 별칭이 생겼다. 시시덕대는 가벼운 말장난보다는 진심 어린 위로가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인데 '오글거린다' 하는 말이 들리면 숨이 막히기도 한다. 재치 가득한 상상력은 어느새 '과몰입'이 되어 쯧쯧 혀 차는 소리와 함께 조롱당하기 일쑤다.


밈들에 꽁꽁 묶인 나는 묻지 않은 말을 안 하려다가 입에 거미줄을 치고 살고, 주목받고 싶진 않지만 궁금해해 주길 바라며 상대의 눈치를 보고, 진지한 말을 할 때에도 장난스러운 말투를 섞고, 과몰입용 sns를 아예 분리해놓는 다중인격자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아무도 내게 뭐라는 법이 없을 때조차 혼자서 지레 기죽어있을 필요는 없다! 긍정적 특성을 되짚어볼 수 있도록 각각의 밈에 새로운 이름들을 부여하면 어떨까? tmi가 아닌 스몰토크의 제왕, 관종끼가 아니라 무대 기질이 다분한 엔터테이너로 스스로를 추켜세워보자. 거기다 상황에 따라 속 깊은 감성과 열정까지 꺼내 보일 수 있단 건 두루두루 멋진 일이다.


나 자신의 게으른 천성에도 가끔은 박수를 치게 된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에 금방 싫증을 내고 몸을 뒤틀 때가 있는데, 덕분에 우울까지도 지루해졌다는 게 참 아이러니했다. 이삼일 간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다가도 우울의 나락을 금세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배 째란 심정으로 내 인생을 남의 일처럼 코 파면서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감정적인 문제마저도 '드러누워서' 해결한다는 게 참 나답구나 싶은 거였다. 말괄량이 삐삐를, 못 말리는 짱구를 바로 그래서 사랑하게 되듯이 결함은 개성이자 매력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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