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가정통신문에 '우천시 00로 장소 변경'이라는 말을 적었는데 학부모들이 우천시가 어디냐, 어디로 가면 되냐고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글이 커뮤니티에 퍼지고 뉴스에도 나오면서 어린이, 학생들의 문해력이 논란이 중심이였는데 이젠 학부모의 문해력도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학생들의 문해력 문제를 알면 해결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학교, 교육 차원에서 커리큘럼을 만들고 운영하면 되는데 성인들은 그렇지 않죠. 스스로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 키울 수가 없습니다. 사실 문해력이 낮다는 걸 알아도 당장의 생계에 지장이 없으면 귀찮아 하고 은근 자존심도 상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해력을 어떻게 키우나 싶은 분들이 더 탄탄한 삶을 살 확률이 높아지겠죠. 제가 글을 읽고 해보면서 도움이 되었던 걸 소개하겠습니다. 조금이나마 방향성을 잡아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알바몬, 알바천국을 통해 단기 알바 자리를 구하려는 데 이렇게 적힌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공고가 났으니깐 뽑는 거겠지 싶어서 지원했고 훗날 이게 이슈가 되고나서 00명 모집은 10~99명 사이로 뽑는 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만약 00명 모집이 무슨 뜻이냐며 업주한테 물어봤으면 '이런 간단한 공고도 이해못하는 녀석이네'라는 인식이 심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인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하여 뽑히지 않을 수도 있죠.
문해력과 어휘력이 좋지 않으면 깊은 대화를 떠나서 기본적인 소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전달되는 기본생활정보(의료, 경제 등)도 이해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오면 우리의 건강부터 삶의 안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죠.
문해력은 문장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한마디로 눈치가 있어야 해요. 사회적 맥락을 민감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갖춰야 하는 것 같습니다.
문해력이 좋은 사람의 예가 유시민 작가입니다. 유시민 작가와 박나래씨가 유튜브에서 신조어를 가지고 고민상담하는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1~2년만 지나면 젊은 사람들도 잘 모르는 신조어를 앞 뒤 맥락을 통해 뜻을 유추하며 맞췄습니다. 문해력이 좋으면 어휘를 몰라도 알 수가 있죠.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제가 최근 비문학 문제집을 사서 처음 풀어보면서 발견한 가장 큰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모르는 단어는 그럴 수 있다 싶었는데, 아는 단어와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내 맘이 급해서 그냥 대충 읽어버리고 틀리는 것입니다.
스크롤 형식으로 위에서 내리는 습관 때문에 그냥 큰 단락으로 보고 대충 넘기다 보니깐 '보는 건' 금방 넘기는 데 이해를 제대로 안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해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잘 모르죠.
1️⃣ 나도 쓱 읽고 싹 이해하면 바랄 게 없겠네.
2️⃣ 나도 쓱 읽고 / 싹 이해하면 / 바랄 게 없겠네.
쉽고 짧은 문장이지만 읽기 편한 건 2번입니다. 아나운서 분들이 스크립트에 이처럼 끊어서 중요한 부분을 나누어 템포를 다르게 가져갑니다. 우리도 그냥 읽는 게 아니라 내가 이해하기 쉬운 단락을 나눠서 하는 거죠.
너무 쉬운 글, 내게 익숙한 글은 저렇게 하지 않아도 이해할 순 있지만 글이란 게 항상 그렇지 않으니깐 이해 안 되는 글은 우선 심호흡 한 번하고 내가 이해되는 단락을 끊어 읽으시면 훨씬 좋습니다.
좋은 글 배껴쓰기는 우리가 하기 쉬우면서 효과가 좋은 방법입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글은 서울신문의 '길섶에서'라는 칼럼입니다. 일단 글자 수가 2~300 내외로 읽기도 편하고 글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논설위원들이 작성하는 글이라서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정석적인 글입니다. 이상한 글 습관이 안 생길 수 있죠.
배껴쓰기가 좋은 점은 내 이야기를 넣어서 쓰면 꽤 그럴 듯한 글이 나옵니다.
(1) 토씨하나 안 틀리고 배껴쓰기
그래도 배껴쓸 때 포인트가 있습니다. 내가 이해되는 단락만큼 외우고 써보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색깔에서 연상되는 강렬한 매운 기운은 전혀 없었다." 이라는 문장이 있으면
"색깔에서 연상되는/ 강렬한 매운 기운은 /전혀 없었다."
이렇게 끊어서 단락을 외우고 쓰는 것입니다. 너무 쉬우면 점차 늘려서 하면 됩니다. 만약 처음에 잘 안 되면 더 짧게 끊어도 좋습니다. 다만 외우지 않고 그냥 보이는 그래도 적으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2) 단어만 바꾸기
[색깔]에서 연상되는 [강렬한 매운 기운]은 전혀 없었다. [양념]은 [정 많은 사람]처럼 [진득하고 달큰했다.]
여기서 [ ]안에 단어만 바꿔서 해보는 것입니다.
[양푼]에서 연상되는 [조화로움]은 전혀 없었다. [오만동이]는 [툭하면 우는 사람]처럼 [툭 터지면 시원하고 달큰했다] 이런 식으로 하시면 됩니다.
- 어른의 어휘력의 내용입니다 -
이 구조를 이해하고 맞는 단어를 활용하려면 자연스레 문해력이 좋아지고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게 됩니다. 핵심은 주어나 목적어를 바꾸면서 문장 구조를 살리는 것입니다. 어른의 문해력을 통해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 시도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짧은 문장을 가지고 연습하시다보면 자연스럽게 될 것에요.
문장 배껴쓰기 테크닉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어른이라면 끊어읽기만 해도 충분히 문해력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선 자주 접하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글들은 꼭 끊어서 찬찬히 읽어보세요. 그럼 또 새로운 걸 깨달으실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앞으로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