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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K Jul 19. 2021

목표에 중독된 인생

취업 이후의 삶 : 목표가 없는 시간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면 직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보통은 자연스럽게 누군가에 의해 목표가 정해진다. 스스로 목표를 정해서 살고 있다고 해도, 대학 입학/ 취업 / 결혼 같이 굵직한 범주 내에서 목표가 정해진다.  다르게 산다고 해도 그냥  중에  먼저 하냐 혹은  빠뜨리냐의 문제이다. 그리고  세 가지 이외의 선택을 스스로 하기는 쉽지 않다. (창업도 취업의 일환으로 본다면) 그렇게 20대의 끝에 들어서서 지난 30년간 누군가가 정해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왔다가 막상 취업을 하게 되니 이렇게 자동적으로 주어지던 목표가 사라져 버렸다.


취업 후의 삶 특징 1. 엄청 불안하다!


 지난 30 정도 되는 시간 동안  나이에 달성해야 하는 인생의 과업을 이루지 못할까 봐 항상 불안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대학도 1 늦게 들어갔고 회사도 남들보다 2-3년 정도 늦게 들어간 편이다. 그러고 뒤를 돌아보니 특정한 시기에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위해 애쓴 시간들이 아까웠다. 어차피 늦어질    즐길걸  불안해하며 고통스럽게 시간을 보냈을까. 그렇게 불안해하다 취업을 하고 나니 이제는 목표가 없어서 불안하다. 누군가는 인생의 진도를 아무튼 어떻게든 빼고 있을  같고 나만 뒤쳐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취업을 하면 이런 기분이 사라질  알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오히려 목표를 보며 달려가는 것에 관성이 붙어서인지 목표가 명확히 없으니 엄청난 불안감이 든다.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하게   같아 목표 없는 삶을 잠시 살기로 해봤다.


 달성해야 할 목표가 없으니 기분이 생소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취업 다음에는 결혼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이후에는 가정을 이루는 단계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단계를 가기 전에 한번 멈춰봐야   같다. 어쩌면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결혼과 가정이 정말 내가 원하는 선택일지 아니면  수동적으로 어떤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해 찾아낸 지표들  하나인 건지 생각하게 되었다. 19살에는 지금 시기를 놓치면 인생이 바뀔 거라는 말을 듣고 대학입시만 향해 달려갔다. 졸업 이후부터는 27살을 넘기면 취업이 어려워진다 하여 자소서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매번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33살을 넘기면 좋은 사람과 결혼하기는 힘들어진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런 나이로 일반화된 목표에 쫓기듯이 살아가야 하는 걸까. 그리고 이런 의문을 제기하면, 마치 능력이 없고 그럴 역량이 없기 때문에 합리화하려는 시도라고 치부된다. 예를 들어서, 19 고삼이 되는 아이가 인생을   진지하게 설계하고자 대학입시에 앞서 1년간 갭이어를 가지겠다고 공부를 쉬겠다고 하는 걸 봤다고 생각해보자. 진짜 열에 아홉은 ' 공부하기 싫어서 저런다' 하고 설득하려 하고 어떤 종류의 잔소리던 아무튼 한소리 하고 싶어질 것이다. 특히 입시란 모두가  하는 것이며, 모두가  겪었던 것이며, 막상 해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종류의 회유들을 많이   같다. 이미 애가 공부하기 싫고 입시로부터 도망치려 그런 얘기를   마냥 생각할 것이다. 나이에 맞지 않는 선택, 특히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겠다 하는 선택에 대해서 잔소리하는 사람들은 이제는  없지만, 그런 선택을 선뜻 하기는 여전히 쉽지가 않다.


취업 후의 삶 특징 2. 운에 기대게 된다!


 이렇게 쉽게 미대 진학을 선택했을까. 그리고  나는 산업디자인을 선택했을까.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일을  어쩌면 평생 하게  수도 있는데 취업  그렇게 '뽑아주시면 어디든 가겠습니다'라고 했을까. 사실 지금까지 선택에 딱히 후회는 없지만,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렇게까지 싫지는 않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후회를 엄청 하고 살았을 것이다.  나는 지난 30 정도를 흘러가는 대로 운에 맡기면서 흘려보냈을까. 외고 입시, 미대 입시, 취업까지 짧게 보면 십여 년이고 빨간펜 시절까지 합치면 근 30여 년을 뭔가를 위해 일단 준비해왔다. 그렇게 달게 된 직장인이라는 이름이 진짜 끝일까 싶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이 이후의 삶을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왜 없었을까. 왜 아무도 이 이후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을까. 왜 다들 취업 이후의 삶에 대해 힘들다고만 할 뿐 그 이상의 말은 없는 걸까. 그리고 왜 그다음 목표는 결혼이 되는 것 일까. 자신이 세운 기준 없이 그저 소개팅만 반복하고 있는 내 또래 친구들을 보면서 약간 기시감이 들었다. 회사에 대한 심사숙고하는 기준 없이 취업시장을 떠돌던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름대로는 기준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왜 내가 이것을 하고 있고 왜 내가 이러한 목표를 갖게 되었는가가 없다. 그리고 여전히 이런 질문은 진부하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질문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것은 너무 귀찮다. 퇴근하면 게임이나 하고 싶지 뭘 더 생각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또다시 그저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남은 인생을 운에 맡겨버리고 싶어 진다.



 내 다음 목표는 뭘까. 나는 취업 이후인 지금 뭘 하면 좋을까. 그리고 디자이너는 왜 그렇게 하고 싶었을까. 앞서 취업준비를 하며 적었던 이유들은 정말 가볍고, 깊은 고민이 없는 이유들이다. 취업 도전기를 적었듯 이제는 뭔가 나의 삶의 목표를 찾는 도전기를 적어볼까 한다. 역시나 결론 없이 적는 글이라 어떻게 마무리가 되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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